따지고 보면 매우 우스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 농담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다. 거대 공룡과 닭에게 서로 생각해주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들릴까? 세계적인 거대 IT기업 애플과 한국을 중심으로 이제 갓 성장하려는 카카오톡을 규모만 보고 이야기하면 그렇다.


플랫폼



플랫폼이라는 말이 요즘 유행되고 있다. 좋은 의미로는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틀로서, 나쁜 의미로는 쉽게 소비자가 빠져나갈 수 없는 울타리로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플랫폼은 눈에 보이는 단 하나가 아니다. 거대한 울타리 안에는 또 다른 작은 울타리가 있다. 또한 어떤 울타리는 이쪽 울타리와 저쪽 울타리를 연결하면서 독자적인 울타리로 작용한다.이것이 바로 플랫폼 안의 가상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폰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이 있으면 그 안에는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이라는 또다른 플랫폼이 있다. 아이폰은 안드로이드폰과 호환이 되지 않지만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은 안드로이드폰에서도 동일한 사용자경험을 제공하고 독자적인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서로의 수익모델과 정책이 충돌한다. PC나 윈도우처럼 완전개방된 형태가 아닌 애플의 플랫폼은 특히 그렇다. 그 가운데 오늘 나는 애플과 카카오톡이라는 규모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두 개의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를 이야기하려 한다. 카카오톡의 콘텐츠 유통 서비스 카카오페이지가 애플의 결제정책 때문에 아이폰에서 제대로 서비스되지 못한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출처)




내달 출시되는 카카오톡의 모바일 콘텐츠 유통 서비스 `카카오 페이지`가 애플 결제 정책에 발목을 잡혔다. 아이폰 이용자는 카카오 페이지에서 콘텐츠를 바로 살 수 없는 `그림의 떡`이 될 전망이다. 2월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애플 iOS용 `카카오 페이지` 앱에선 결제 기능을 빼고 뷰어 기능만 제공한다.  


애플의 앱 내 결제 정책이 카카오 페이지 콘텐츠 판매 모델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카카오 페이지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모바일 콘텐츠를 사이버머니 `초코`로 결제하는 유료 판매 방식이다. 


문제는 애플 정책에 따르면 유료 콘텐츠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앱 승인을 새로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애플은 일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사이버머니를 미리 충전한 후, 신규 업데이트되는 콘텐츠를 구매하는 방식을 허가하지 않는다. 


카카오 페이지에 새 유료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앱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모바일 환경에 맞춰 유용한 콘텐츠를 만들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유료 판매하는 카카오 페이지와는 맞지 않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iOS용 카카오 페이지 앱은 콘텐츠를 보는 뷰어만 제공하고 결제는 별도 모바일 웹페이지로 뺄 계획이다. 사용자 불편이 예상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애플에 카카오 페이지와 관련된 콘텐츠 유통 정책을 문의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선 이런 제약 없어 콘텐츠 제작과 등록, 유통과 결제 등 모든 기능을 제공한다. 




플랫폼 업체가 강력하게 통제하는 생태계 안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려는 기업의 고민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일부 게임이나 게임이나 뉴스를 제외하고는 자사 결제 방식에 예외를 두지 않는다. 


사실 애플의 강경한 플랫폼 정책이 비춰볼 때 이런 경우는 이제까지 상당수 있었다. 매우 흔한 뉴스다. 하지만 내가 정작 걱정하는 것은 이것이 근래 하락세로 흐르는 아이폰의 점유율과 맞물릴 때 어떤 추세를 가져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얼마전 카카오톡이 게임과 관련된 정책 하나를 발표했다. 카카오톡을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려는 업체는 반드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두 개를 다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예전 같으면 이것은 수익성 떨어지고 파편화된 안드로이드 게임을 만들지 않으려는 업체 때문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반대이다. 한국에서 점유율이 낮은 아이폰 게임을 만들지 않으려는 업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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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카카오톡, 플랫폼을 위한 선택은?


이것은 비단 한국에서의 문제가 아니다. 애플에게 있어 점유율이 왜 중요한 지는 맥을 보면 알 수 있다. 맥은 좋은 플랫폼이고 사용자의 정품 구매율도 높다. 하지만 한자리수를 넘지 않는 세계 점유율은 그 한계를 잘 보여준다. 맥용으로는 게임이 몇 가지 나와있지 않다. 주요 게임 회사는 맥용 게임 발매를 꺼린다. 예상 판매량이 적기 때문이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점유율을 지키지 못하고 순이익만 지킬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하는 듯 싶다. 그렇다면 갈수록 줄어드는 점유율로 인해 서서히 주요 앱 개발사와 플랫폼 업체들이 아이폰용 개발을 꺼리게 된다. 안드로이드가 산업표준이 되며 그것으로만 발매하는 현상이 가속화된다. 그러면 특정 앱을 사용하고 싶어 스마트폰을 사는 소비자에게 아이폰은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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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카카오톡이 서로의 플랫폼을 위한 선택이 중요하다. 애플의 결제정책을 비롯한 플랫폼 정책에는 다소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카카오톡 역시 끝까지 애플의 플랫폼에 남으려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카카오톡이 안드로이드 전용에 가깝게 변해버리게 된다면 플랫폼을 넘나드는 모바일메신저이자 포털이 되려는 상징성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굳이 내가 이 시점에서 공룡과 닭만큼 덩치에서 차이가 나는 기업에게 서로를 생각하라고 주문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