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만 해도 디스플레이 시장에 있어서 3D 열풍이 불었다. 영화 '아바타'가 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많은 3D영화들이 뒤를 이었다. 텔레비전에서는 3D방식을 두고 삼성과 LG가 각기 다른 방식을 채택해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게임기에서는 무안경 방식의 닌텐도 3DS가 등장하기도 했다. 스마트폰에서도 LG는 옵티머스 3D를 내놓아서 이런 유행의 흐름을 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어쨌든 LG는 3D 디스플레이 방식 싸움에서 승자가 되었다. 셔터방식과 편광필터 방식에서는 편광필터가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말처럼 막상 승자가 된 이후 차지할 이익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 3D 업계 자체에 활력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헨젤과 그레텔



며칠전 영화 '헨젤과 그레텔' 의 3D영화 시사회에 갔다. 옛날 동화로 유명한 내용이 새롭게 조명되어 마녀사냥꾼의 스토리로 펼쳐진다는 것에도 관심이 있긴했다. 하지만 더욱 관심이 있었던 것은 그동안 3D 영화가 얼마만큼 발전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헨젤과 그레텔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길을 잃고 숲을 헤메던 자매는 과자로 만든 집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곳은 마녀의 집이었다. 마녀에게 잡혀서 혹사당할 운명에 놓인 남매는 마녀를 화로에 밀어넣어 죽이게 된다. 그리고는 마녀사냥꾼이 되어 각지를 돌아다닌다. 이것이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다.


헨젤과 그레텔



영화의 내용은 매우 헐리우드적이다. 중세시대의 분위기를 내지만 헨젤과 그레텔이 쓰는 무기는 근세 기술이 들어간 최첨단 무기다. 연사가 가능한 자동활에 이어서 맥심기관총과도 비슷한 마녀사냥용 기관총까지 등장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고증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영화지만 오히려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이 영화에서 내가 주목한 점은 3D 효과였다.


오프닝을 비롯해서 컴퓨터 그래픽이 삽입된 장면에서는 3D효과가 매우 좋은 편이었다. 마녀사냥을 설명하는 벽보, 신문의 입체감과 화살이 튀어나오는 등의 효과는 3D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막상 핵심부분인 카메라 영상으로 들어가자 3D효과는 상당히 밋밋했다.


헨젤과 그레텔


입체감이란 면에서 보았을 때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도 당연히 입체감을 크게 줄 수 있다. 두대의 카메라로 나눠서 찍을 때 원근감의 대비를 강하게 강조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헨젤과 그레텔 영화에서는 3D영상의 원근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았다. 2시간 정도의 상영시간에서 그래픽을 뺀다면 10분 남짓 정도의 부분에서 원근감이 강조될 뿐이었다.

 

3D 영화는 왜 발전이 멈춰버렸을까?


헨젤과 그레텔의 영화 자체는 나쁜 편이 아니었다. 깊은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쾌한 오락물의 미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주연 배우들의 매력이나 연기력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3D영화로서 다소 불편한 편광안경을 끼고는 더 많은 요금을 내고 보는 관객을 배려한 3D효과의 부족이 아쉽다. 그리고 이것은 굳이 이 한 작품의 문제가 아니다.


헨젤과 그레텔


현재 3D영화는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아바타 이후로 높아진 관심에 부응하면서 마치 스마트폰 업계처럼 놀라게 하고 지갑을 열 만큼의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원인은 3D라는 영상기술과 영화속 연출감각의 부조화 때문이다.


우리가 칭찬하는 아바타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었다. 다소 단순한 스토리를 비롯해서 모든 영상의 구도, 인물의 배치가 오로지 관객들을 감탄시킬 3D영상 그 자체를 위해서 설계되었다. 따라서 카메라의 위치나 각도 같은 것이 제대로 3D로 설정되었던 것이다. 총괄하는 감독인 제임스 카메룬 스스로가 강력한 목적을 가지고 모든 것을 지배했다.


헨젤과 그레텔


그러나 내가 본 헨젤과 그레텔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3D영화는 그렇지 못하다. 그저 일반 영화를 찍는 정도의 연출과 스토리구성을 가지고 만든다. 출연하는 배우와 스텝 누구도 이것이 3D영화이며 입체감을 강조해야 한다는 확고한 목적의식이 없다. 그렇다보니 입체감이 옅어지면서 심심한 영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헨젤과 그레텔


3D영화의 발전이 멈춘 것은 기술의 발달에 맞춰서 영화가 새로운 시도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컬러 텔레비전이 선보인 후 배우들이 원색 의상을 입고 카메라는 색채감있는 영상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3D영화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 기술을 제대로 살려보려는 적극적인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