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비교적 중요한 뉴스가 하나 있었다. 현재 이동통신사업은 SKT, KT, LGU+ 3개사가 서비스하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경쟁자가 되겠다고 밝힌 제 4이동통신사 설립에 대한 방송통신위의 심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온 2월 1일자 뉴스의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출처)



제4이통사




방송통신위원회는 기간통신사업 허가 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 허가신청법인인 한국모바일인터넷(KMI)과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이 모두 허가기준인 총점 100점 만점 기준 70점에 미달,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1일 밝혔다.


주말이 끼어있어 비교적 조용히 지나간 느낌이 있지만 사실 여기에 관련된 문제는 꽤나 심각하다. 이 문제로 글을 써보려 하던 차에 라디오 방송국에서 전화를 받았다. 얼마전 인터뷰를 했던 CBS에서 인터뷰를 해줄 수 없겠냐고 했다. 


마침 글을 쓸 생각이어서 승낙하고 인터뷰를 했다.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방송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제4이통사



안녕하세요? IT 평론가 안병도입니다.


1. 두 회사가 제4이동통신 사업자가 되려고 경쟁했는데,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 또 한번 무산됐지요?

 

그렇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기간통신사업자 허가를 신청한 한국모바일인터넷(KMI)과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을 부적격 판정했습니다. 총점 100점에 70점 이상인 합격점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입니다. 이 두 업체가 부적격 판정을 받음에 따라 기존 이동통신 3사에 이은 제4이동통신 사업자의 탄생은 또다시 무산됐습니다.


2. 방통위는“두 법인 모두 시장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으며, 자본조달에 대한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이동통신사업 초기에는 들어가는 설비비용에 비해 가입자가 충분하지 못해 큰 적자를 감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상황을 얼마나 견디기 위해 많은 자본금과 구체적인 비즈니스모델이 필요합니다. 시장상황에 낙관하고 있다는 건 그 업체가 이런 초기 상황에서 적자규모를 작을 것이라 평가하고 가입자 증가추세를 무난하게 잘 증가할 거라고 본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방통위의 염려도 약간의 타당성은 있습니다. 실제로 자칫하면 생각만큼 사업이 안된다고 철수하거나 서비스 품질유지를 포기하면 선의의 가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염려가 지나쳐서 아예 사업기회 자체를 막는다는 것은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특히 자본조달에 대한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결국 돈 많은 대기업이 아니라서 믿을 수 없다는 의미로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업이라는 것이 합리적인 사업계획과 적당한 자본금의 두 가지로 되는 것입니다.자본금이 풍부하면 물론 좋겠지만 자본금은 다소 부족하더라고 공격적이고 비젼있는 사업계획이 있으면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할 수도 있으니까요. 방통위 입장에서는 허가를 하게 되면 이후 벌어지는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보수적인 판단기준으로 행동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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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현행 심사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면서요, 심사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보통 심사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운전면허처럼 일정 기준을 갖추면 누구라도 허가해주겠다는 적극적인 심사가 있고요. 대학입시나 입사시험처럼 상대적으로 우수한 누군가를 뽑고 나머지를 탈락시켜야 하는 식의 심사가 있습니다. 


시장경제에서 경쟁이라는 장점을 살리려면 될 수 있도록 경쟁자를 많이 만들어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관점의 심사를 해야합니다. 그런데  심사항목 가운데 기술적 능력이나 사업모델같은 도전적 요소에 대한 평점이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오히려 재정적 능력이나 통신망의 안정적 관리에 필요한 능력 같은 보수적 요소의 점수가 너무 높습니다. 


따라서 현재 이 기준대로라면 한국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이 사운을 걸고 투자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통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심사하는 쪽이 적극적으로 경쟁자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는 심사방식이 아니란 점에서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4. 제4이통사의 도입,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중 하나였는데요, SK, KT, LG에 이은 제4이동통신사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십니까?


소비자를 위한 경쟁구도란 측면에서 제 4이동통신사는 꼭 필요합니다. 최근 이동통신 3사가 LTE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마치 담합이라도 한 듯이 그 요금과 제한규정이 비슷했습니다. 3개사나 있지만 사실상 독과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를 위해서 제 4 이동통신사가 들어와서 보다 파격적인 요금과 서비스 조건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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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정부가 통신시장 경쟁유도를 위해 도입하려던 게 제4이통사 도입과 MVNO, 이동통신재판매사업이잖아요,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 통신망을 기존 3사에게 임대해 되파는 MVNO사업의 경우 현재 잘 진행이 되고 있다고 보세요?


MVNO사업은 지금 그다지 잘 되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잘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우선 이 사업을 하게 될 때 직접적으로 소비자를 빼앗기게 될 사업자가 바로 망을 임대해주는 이통사란 점이 큰 문제입니다. 어느 사업자도 통신비 원가에 대한 공개를 안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업비밀이란 이유죠.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업자도 망을 공정한 가격에 임대해주지 않습니다. 그저 어떤 MVNO사업자라도 위협이 될 수 없는 정도의 가격에 망을 임대해줄 뿐입니다. 따라서 MVNO는 그저 고가 단말기를 쓰지 않는 가난한 소비자나 잠시 저렴하게 전화를 쓰려는 외국인 정도만 흡수할 수 있을 뿐입니다.


6. 제4이통사 선정, 결국 다음 정부 몫이 됐습니다, 새정부에 주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새로운 정부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보다는 시장경제의 자율적 경쟁을 중시할 것입니다. 그런데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경제는 정말로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는 상황에서만 잘 작동합니다. 현재 이통사 3사 체제에서는 제대로 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시장자율을 내세우고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사업자를 진입시켜 제대로 된 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점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방송내용 (다시 듣기)



방송내용에서 핵심부분을 요약했다. 이 속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대략 들어갔다.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못 다한 이야기가 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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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4이동통신사, 꼭 필요한 이유는?


예전에 나는 경쟁체제와 표준원가 수립을 위해서 농협이 중심이 되는 NH이동통신사라도 만들어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 제 4 이동통신사 설립에 엄청난 돈이 소요되는 이유는 초기 설비비 몫지 않게 영업망과 지점을 만들고 운영하는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거기다 망설비는 중복투자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지금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에 자꾸만 통신비에 엄청난 거품이 끼고 있다는 점이다. 중복투자가 안 좋은 건 그만큼의 비용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제 4이동통신사의 중복투자가 없는 상태에서도 통신비는 계속 올라가고 1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 요금제가 생기는 등 거품은 심해지고 있다.


이 상태에서 기업자율을 외치려면 자유경쟁 시스템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정부 개입은 시장경제에 어긋나니 할 수 없고, 새로운 사업자 진입에 의한 자유경쟁은 방통위의 허가가 없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남는 것이 독과점의 폐해뿐이라는 건 너무도 명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