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선택을 해야 한다. 무엇인가 하나의 장점을 얻기 위해서 다른 하나의 장점을 포기해야 하는 때도 있다. 그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예컨대 슈퍼컴퓨터의 놀라운 연산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저발열과 에너지절약 같은 덕목은 포기해야 한다. 씨름선수로 성공하고 싶어서 몸무게를 늘렸다면, 민첩함이 필요한 축구선수의 길은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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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는 분명 피처폰 시대보다 크게 발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굳이 잃어버린 것이 있으니 그것은 다양한 형태이다.

지금의 스마트폰은 모두 바(Bar) - 막대형이다.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냥 편평하고 길쭉한 형태이다. 통화와 사용을 위해서 그냥 들고 쓰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전의 피처폰은 몇 가지 특이한 형태를 가지고 발전했다.

우선 플립 타입으로서 한쪽 면을 펼치면 뒤집어지며 음성을 받아주기 위한 가동부위가 나온다. 여기서 발전한 것으로 폴더 타입이 있다. 처음부터 반으로 접혀있던 형태인데 펼치면  L형으로 변하며 수화기와 송화기를 만든다. 가장 마지막에 나온 것은 슬라이드 타입으로 가볍게 폰 한쪽을 밀어 올리면 가동부위가 올라가며 디스플레이가 위로 쭉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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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다양한 휴대폰의 형태는 아이폰이 바 형태로 나와서 터치스크린 하나로 모든 요소를 흡수하자 크게 동요했다. 기존 피처폰은 기능이 다양하지 못했기에 식상한 소비자에게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서 이런 다양한 사용형태를 개발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터치스크린 자체가 끊임없이 다른 앱을 실행시키며 변화를 준다. 그러자 힘들게 가동부위를 만지고 변형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사라졌다. 아이폰 이후로 나온 모든 스마트폰이 바 타입으로 통일되기에 이르렀다.

사실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크린의 크기다. 휴대성을 생각해서 최대한 크기는 작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사용자의 가독성과 편의를 위해서 화면은 최대한 크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바 타입 외에 아직까지 별다른 대안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약간의 변화가 생길 것 같다. 양면 디스플레이란 방식이 적용된 스마트폰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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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이나 사진은 고해상도 풀HD LCD화면으로, 전자책이나 신문기사를 읽을 때는 흑백 전자잉크(e잉크)화면으로 볼 수 있는 양면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씨넷은 3일(현지시간) 오는 8일 개막되는 美라스베이거스가전쇼(CES2013)에 이같이 앞뒤로 양면 스크린을 장착한 절전형 고성능 스마트폰이 공개된다고 보도했다.
 
요타폰(Yotaphone)으로 알려진 스마트폰의 전면부 스크린은 4.3인치, 1,280x720픽셀 HD풀컬러LCD, 뒷면은 흑백 전자잉크(200dpi)패널을 사용한다. 이들 스크린은 모두 고릴라글라스를 덧씌웠다.
 
보도에 따르면 이 새로운 스마트폰은 신문기사나 e북을 읽을 때엔 뒷면의 전자잉크스크린으로 화면을 전환해 볼 수 있어 배터리소모량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어느 한쪽 스크린의 콘텐츠를 신속히 다른 스크린으로 옮겨서 볼 수 있다. 특히 단색 e잉크 스크린은 신문기사나 전자책을 읽을 때 엄청나게 에너지를 줄여준다. TV쇼나 포토갤러리를 볼 때엔 휴대폰을 돌려 풀 HD LCD화면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바 타입 가운데서도 매우 전통적인 형태만 있었다. 한쪽에 디스플레이가 있으면 다른 한쪽은 화면이 없었다. 그저 후면카메라와 플래쉬 정도가 들어갈 뿐이었다. 별 의미도 없는 각 회사의 로고가 그 자리에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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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전 피처폰 가운데는 이미 듀얼 디스플레이 방식이 시도된 바 있다. 듀얼 폴더라고 해서 폴더를 펼치지 않고도 액정화면을 통해 시간을 볼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은 상품으로도 나왔다. 이제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거기서 더욱 발전한 것이 위의 방식이다.


양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의 형태를 바꿀까?


전자잉크와 액정 화면은 서로 특성이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전자잉크는 낮은 전력소비와 햇빛 아래에서도 잘 읽을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 하지만 반응속도가 떨어지고 잔상이 남으며 컬러 구현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 남았다.

따라서 전자책 단말기에서만 주로 채택하고 있다. 전자책 단말기는 사실 내부구조는 그냥 태블릿이나 스마트폰과 거의 같다. 디스플레이만 전자잉크 화면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에 양면으로 이 두 가지 디스플레이를 장착한다는 건 나름 혁신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특성을 가진 디스플레이의 장점만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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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중요한 점은 이 제품 자체에 있지 않다. 이 제품의 발상이 주게 될 파급효과이다. 이렇게 두 가지 디스플레이를 함께 쓸 수 있다는 발상을 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3D 입체게임을 위한 디스플레이와 웹서핑을 위한 화면이 별도로 달려있는 스마트폰을 만날 지도 모른다.

또한 화면 두 개를 양쪽으로 펴서 하나로 합쳐서 와이드 화면을 구성하는 스마트폰도 만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화면 두 개가 펴지고 가로로 회전하면서 독특한 조합을 만드는 형태도 볼 수 있다. 그것은 바 타입이 아닌 폴더형과 슬라이드 타입 스마트폰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르게 생각하자.’ 애플의 유명한 말이다. 혁신이란 고정된 관념을 깨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이 반드시 바 타입이어야 한다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나는 이 관념을 깨고 더욱 좋은 사용성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이 어서 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