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읽은 창작동화 하나가 기억난다. 꽃신을 만드는 원숭이가 이것을 팔려고 하는데 아무도 사지 않았다. 동물들은 어차피 맨발로 걸어다니는 데 익숙해서 발바닥에 굳은 살이 생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숭이는 웃는 얼굴로 꽃신을 홍보하면서 이것을 무료로 나눠준다. 공짜니까 한번 신어본 동물들은 발도 편하고 좋으니 일단 신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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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신을수록 익숙해진 발에서 굳은 살이 줄어든다. 이제는 꽃신을 신지 않으면 발이 좀 아프다. 그러자 원숭이는 웃으면서 꽃신을 아주 싸게 판다. 돈을 내고 사야하니 약간 화가 나지만 가격이 싸니 그냥 사서 신는다. 그러자 완전히 굳은 살이 없어진 동물들의 발은 이제 꽃신을 신지 않으면 아파서 견디지 못하게 변한다. 원숭이는 그제야 꽃신을 비싼 가격에 팔고 이제는 어쩔 수 없게된 동물들은 비싸도 꽃신을 사서 신게 된다.


생각하보면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동화치고는 어쩐지 섬뜩하고도 차가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생각컨대 저 꽃신을 술이나 담배, 심하면 마약과 바꿔도 이 이야기는 성립될 것이다. 그뿐일까? 심지어 이것은 IT로 넘어오면 대표적인 기업의 행보와도 닮았다. 바로 '악마가 되지 말자' 는 구글이다.


애플이 아이튠스에서 시작한 30퍼센트의 수수료 시스템은 분명 좋은 취지였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애플은 아이폰의 앱스토어를 포함한 자사의 모든 콘텐츠에 같은 시스템을 도입했다. 반응은 호의적이었지만 때로는 영세한 개발자나 유통사에서 이런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을 맞추기 어렵다는 비난도 있었다. 특히 아이폰의 앱스토어를 둘러싼 아마존이나 전자책 업계에서 그런 논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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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를 표방한 안드로이드를 들고 경쟁자가 된 구글은 달랐다. 구글은 30퍼센트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개발자에게는 눈이 번뜩 뜨이는 고마운 소식이었다. 안드로이드폰에서 30퍼센트는 결국 이동통신사에게 주어졌다.


그런데 이제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의 점유율을 넘어 시장에서 승자가 되려는 순간 구글의 정책은 바뀌고 있다. 규정을 바꿔서는 애플처럼 30퍼센트를 차지하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앱 수수료를 피하기 위한 우회방법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를 도입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플랫폼 안에서 또 하나의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업체에게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의 카카오톡 같은 업체가 이런 방침 변경에 대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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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이모티콘이나 게임 아이템 등 인앱 결제액의 30%를 구글에 떼준다. 카카오는 이미 애플에도 30%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수익성이 약화되고 외산 플랫폼 종속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카카오 역시 플랫폼 기업으로의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 모바일 콘텐츠 생태계에 왜곡된 먹이사슬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가상화폐 ‘초코’ 결제수단이 지난 9일부터 구글로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국내 업체 다날이 카카오의 유일한 결제대행사(PG)로 초코 충전을 위한 모든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해 구글이 구글플레이의 앱 다운로드와 앱 내부결제는 반드시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는 방침을 전달해왔고, 유예기간이 끝남에 따라 적용을 완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안드로이드 단말기에서 초코 충전 시에는 휴대폰·상품권 소액 결제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또 원화가 아닌 달러로만 결제가 가능한 점, 신용카드에는 비자 등 해외카드만 허용되는 점 등 불편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의 수익성 약화도 문제다. 카카오가 이전까지 다날에 지불한 수수료는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구글에 30%의 수수료를 내면 그만큼 카카오의 수입이 줄어든다.

 

카카오가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고서야 파트너사인 국내 콘텐츠 업체들의 수수료는 자연스럽게 인상될 수밖에 없다. 이미 카카오는 IAP를 강제하고 있는 애플에 30%를 내주고 나머지 몫에서 콘텐츠 개발자와 5대5의 수익 배분을 하고 있다.

 

플랫폼을 지배하는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 얼마전부터 국내에는 플랫폼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도박판에서도 가장 안정적으로 큰 돈을 버는 것은 도박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판을 마련해주는 장소와 편의 제공자라고 한다. 개별 앱과 콘텐츠 제작자의 흥망이 갈릴 지 몰라도 플랫폼 소유자는 그 가운데 앉아서 수수료만 챙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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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구글의 결제정책, 무엇이 문제일까?


이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애플은 앱스토어로는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애플의 수익원은 하드웨어 판매이며, 앱스토어는 그저 유인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30퍼센트는 관리와 홍보비로 거의 전부가 지출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구글은 적자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전혀 수수료를 받지 않았던 구글은 그만큼 구글마켓의 관리에 소홀했다. 그러다가 많은 지적을 받자 구글플레이로 개편하는 동시에 30퍼센트 결제 수수료를 강제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애플과 구글에 각각 주어지던 비판의 목소리가 모두 사라졌다.

 

스티브 잡스는 한때 빌게이츠에게 말했다. 우리 둘이 전세계 데스크탑 컴퓨터의 백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지 않느냐고. 당시 점유율 5퍼센트도 안되던 애플이었지만 어쨌든 90퍼센트 이상 점유율의 마이크로소프트와 합치면 그랬다. 그러니 두 사람이 마음만 맞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한때 애플을 비판하던 사람들은 지적했다. 30퍼센트의 일괄 수수료 정책이 업체와 종목에 따라 비율 조정이 있는 게 좋지 않느냐고. 또한 웹 결제나 앱속의 결제에 대해서도 강제로 30퍼센트 징수를 하려는 애플의 강압적인 정책이 너무 심하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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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그런 비판이 사라졌다. 왜냐하면 그 반대의 사례로 근거를 대던 구글의 정책이 애플과 똑같아 졌기 때문이다. 나은 사례가 없어진 상태에서는 애플이 나쁜지 좋은 지조차 비교할 대상이 없다.


구글을 비판하던 사람들은 지적했다. 구글의 수수료 없는 정책이 결국 앱마켓에 대한 관리소홀과 앱의 품질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그런 비판도 사라졌다. 왜냐하면 그 반대 사례로 들던 애플과 똑같은 수수료를 받고 똑같이 위반 업체를 앱마켓에서 퇴출하겠다고 협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맞다. 슬프게도 애플과 구글이 손을 잡으면 스마트폰 앱마켓의 거의 백퍼센트다. 거기다 둘다 말조차 잘 통하는 실리콘 밸리의 이웃 업체다. 같은 동네주민인 팀쿡과 래리페이지가 그날 식당에서 만나 점심식사라도 하면서 합의하면 그것이 전세계 모든 스마트폰 업계의 법칙으로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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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우리 몫이 너무 적은 것 같아. 내일부터 50퍼센트로 올릴까?", "맞네, 쿡. 자네와 나는 오늘부터 친구일세.' 라고 악수만 하면 끝나는 것이다. 대안 없는 두 업체의 독주, 이것이 애플과 구글의 결제정책이 가진 진정한 문제점이다.


이미 전세계 스마트폰 업계는 두 업체가 제공해주는 꽃신을 신으면서 모든 굳은 살이 없어져 버렸다. 비판이나 불만을 말할 수는 있어도 대안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인 모션? 더 엄격한 관리주의자 아니면 시장에서 적응을 못한 플레이어다.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