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유원지에서 타는 놀이기구일까요? 아마도 많은 분들은 '남녀탐구생활'을 떠올릴 것입니다.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 남자 몰라요. 라고 말하던 그 대사는 장안의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롤러코스터는 대표적인 방송이름입니다. 




그런 유명한 롤러코스터가 이제 시즌3를 맞았습니다. 새롭게 변신한 롤러코스터3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부푼 기대를 안고 1월6일에 방영된 첫방송을 시청해보았습니다. 




롤러코스터3의 첫 파트는 '힐링 대통령 더 리더' 라는 코너입니다. 리더라면 모두를 이끄는 그런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영어가 아닌 한글로만 표기된 말이기에 어떤 의미인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시작되자마자 바로 진정한 의미를 알수 있었습니다. 읽는다는 의미를 가진 리더 였습니다.





더 리더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중국집 배달부인 이 남자는 마침 지나치던 한 여자의 마음을 읽습니다. 취업을 못한 여자가 어머니와 헤어지고는 바로 자살을 결심하는 때였지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 남자에게 있어서 이 여자는 그냥 남입니다.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또한 이미 자살을 결심한 상황에서 무슨 참견을 할 입장도 아닙니다. 보통은 양심에 찔리지만 관계없는 일이라고 외면하고 지나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도 이 남자를 비난하지는 못합니다. 어차피 이 여자의 인생에 관여할 아무런 권리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남자는 다행히도(?)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죽으려는 여자를 옥상까지 쫓아가서 말리려고 합니다.



어떻게 말려야 할까요? 죽지 마세요! 라고 외칠까요? 그렇게 직접적인 방법은 부작용만 부르겠죠? 결국 이 남자인 더 리더는 즉석에서 힐링을 해주기로 합니다. 스스로가 철저히 망가지면서 누군가를 살리기로 한 것이지요. 





옥상에서 갑자기 닐리리야를 부르기도 하고, 짜장면을 씹으며 성형수술에 실패해다며 중얼거리는 이 남자의 독백을 통해서 여자는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는 마음을 돌려 삶의 기력을 찾습니다. 지구를 지키는 영웅보다는 작지만 한 여자의 목숨을 지켜낸 슈퍼히어로 '더 리더'가 드디어 성공한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막상 이렇게 이 남자는 누구에게도 칭찬받지 못합니다. 여자에게는 변태라고 오해받거나 자살미수자로 착각받게 되고, 중국집 사장에게는 배달 빨리 안한다고 짤리게 됩니다.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두가게에 점원으로 취직한 더 리더에게 최고로 비싼 구두를 하나 사서 신고는 삶을 끝내려는 여자가 들어옵니다. 간신히 취직에 성공한 남자는 다시 또 여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합니다.





발레리나였던 여자는 구두굽이 부러져도 금방 고칠 수 있다는 말에 위안을 얻고 힐링합니다. 스스로의 다리와 구두굽이 마음속에서 겹친 것이지요. 결국 여자는 다시 구두를 환불하고는 돌아갑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온갖 추태를 부린 이 남자는 다시 해고됩니다. 오늘도 이 지구는 당신이 있어 아름답습니다. 라는 문구만 위에 반짝거리지요.





이 코너는 상당히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선 영어가 아닌 한글로 쓰인 더 리더는 과연 읽는다는 의미만 가지고 있을까요? 제 생각에 그는 이끈다는 의미의 '리더' 이기도 합니다.


그는 생판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자기 능력을 쓰고 목숨을 구해줍니다. 그야말로 슈퍼히어로입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에게 감사하다는 인사 한번 받지 못합니다. 오히려 변태로 오인받거나 자살하려는 불쌍한 사람으로 취급 됩니다. 목숨을 구하는 좋은 일을 하고나서 바로 해고됩니다.


얼핏 보기에 찌질해보여도 대단한 인격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보통은 이쯤되면 남이야 죽든 말든 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또한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면 아주 쉽게 돈을 벌고 출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그것을 자기 이익을 위해 이용하지 않고 절박하게 필요한 사람에게만 씁니다. 이런 면에서 볼때 단순히 지구를 아름답게 만드는 정도가 아닙니다. 성직자와도 같은 품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런 사람을 보면서 오늘날 이기주의와 이익중심으로 돌아가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사는 게 힘들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따스한 마음마저 사라져가는 요즘 세태에서 과연 이런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요? 


이어지는 코너 - 동거멘타리는 두 남녀의 동거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원래는 셋이었지만 남자를 차버리고 간 여자 때문에 둘이 된 사이입니다. 보증금이 없어서 어디로 가지도 못하는 여자는 순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자와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신 끝에 모종의 사고(?)를 터뜨립니다. 과연  사고를 쳤을까? 남자는 그 부분을 고민하면서 안절부절 못합니다. 거기에 이 여자는 비밀도 못지키고 자꾸만 동거 사실을 드러낼 위기를 만듭니다.







보일러를 수리하려는 아저씨 앞에서 아무렇게나 입고 나오기도 하는 이 여자. 남자는 위기를 느낍니다. 하지만 결국 이 둘은 사고를 치른 사이(?)였음이 밝혀지고 정식으로 연애-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과연 이후에는 어떤 전개가 펼쳐질까요?






동거라는 부분은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민감하게 걸리는 부분입니다. 결혼도 하지 않은 남녀가 한 방에서 살게되는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이 코너는 다소 암울한 한국 대학생들의 현실 속에서 동거를 그리고 있습니다. 남성성을 잃어가기에 순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남자의 모습은 무엇을 뜻할까요? 취업과 사회적 지위 획득이 어려워지면서 기를 펴지 못하는 청년의 모습은 아닐까요?


반대편에서 보증금을 더 낼 능력이 없어 다른 곳에 집도 얻기 힘든 여자의 모습은 또 무엇일까요?  원하는 것은 많지만 정작 손에 들어오는 것은 없고, 현실은 각박한 여대생들의 모습을 상징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두 남녀가 각자 그래도 나름대로 연애를 시작하는 것은 어떤 현실에서도 사랑은 하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세번째 이야기 - 폰 응답하라 2013은 마치 공포영화처럼 시작합니다. 





예쁘지만 양다리 걸치기에 트라우마가 있는 한 여자가 고민하고 좌절합니다. 남자를 믿지 못하는 이 여자는 지나친 의심으로 사귀던 남자에게 이별 통보를 받습니다. 이 여자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에 대한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누구나 핸드폰 속에 걸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는 전화번호가 존재합니다. 라는 멘트로 시작하지요. 






예전 남자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친한 친구였던 여자 사이에 있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 남자는 두 여자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게 되었지요. 정말 믿고 따랐던 남자와 마음을 털어놓고 지낸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여자는 그것이 심각한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순결을 지키면서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 여자와 육체적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남자의 어긋난 관계였지요.






결국 이 여자는 친구와 만나서 예전 일을 털어놓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화를 내면서도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정리한 여자는 이별을 통보받은 남자에게 사과전화를 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시도합니다. 





이 코너에서는 매우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육제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 그리고 우정과 배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정신적인 트라우마와 그것을 함축하는 폰번호 하나라는 아이콘이 존재합니다. 상대적으로 미모가 뛰어난 변소연이 오히려 정신적 로맨스를 강조하다가 차이는 장면이나, 그로 인해 양다리 트라우마를 얻는 부분의 묘사가 뛰어납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가볍게 경쾌한 톤으로 잘 만들어진 이 코너는 전개하기에 따라서는 매우 심오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소재와 테마가 매우 뛰어나지만 그것을 피상적으로 재미있게 꾸며주는 것말고 그 뒤에 치열한 어떤 고민은 부족했다는 점이지요. 어쩌면 이런 것조차도 치열한 고민이 부족한 요즘 청년들의 세태를 반영한 것일 수고 있겠지요.


이렇게 롤러코스터3는 전체적으로 힐링이라는 주제에 맞는 좋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문구가 아프도록 실감나는 요즘 청년들에게 위로를 주기에 딱 맞는 내용이지요. 때로는 웃음을 주고, 때로는 슬픔을 주고, 그러면서도 훈훈한 결말을 이끄는 이야기를 보며 마음이 따스해질 수 있었습니다.





겨울 한파가 유난히 심한 올해입니다. 각종 취업난과 연애실패, 경제난에 좌절하는 청년들에게 웃음과 위안을 줄 수 있는 힐링 드라마, 롤러코스터3를 기대해봅니다.



이 글은 CJ E&M 블로그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