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고백하겠다. 나는 작년에 깨알같은 정도로 운이 좋았다. 나는 인터넷에 집중하면서 무엇인가를 꼭 사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른바 XX대란 이라고 하는 구입 열풍을 운좋게도 잘 탔던 것니다. 우연히 주말에 집에 있다가 자주 가는 게시판에 뜬 글 하나로 인해 히트텍 돌풍에 참가해서 구입했다. 그냥 마침 내복이 필요해서 산 것 뿐이었는데 다음날 보니 다들 그걸 사느라 오프라인에서 줄까지 섰다가 포기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삼성의 갤럭시S3 17만원 대란도 마찬가지다. 그때까지 써오던 SK텔레시스의 스마트폰 윈이 점점 낡아가면서 갑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설령 이보다 싼 조건이 나오더라도 할 수 없지 라고 생각하며 구입신청을 하고 개통했는데 어느새 그게 최저가가 되었고 다음날부터 전국이 난리가 났다. 이런 식으로 무엇인가 운좋게 구입한 경우가 많았다.


어쨌든 이런 것은 단순히 운만이 아니다. 내가 접할 수 있는 경험의 정도를 넗혀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접하지 않고는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까지도 실제로 구입해서 써본 덕분에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아이폰5를 손에 넣었다. 언락된 아이폰5를 구해서 직접 개통하고 써보면서 새삼 지금 스마트폰에서 두 가지 중요한 축이 되고 있는 삼성과 애플을 차례로 경험해볼 수 있었다. 따라서 그런 부분에서 느낀 감성을 적어보는 것으로 2013년 새해의 IT평론을 시작해보겠다.


아이폰5를 접하며 느낀 애플의 감성은?



1. 전통을 버린 4인치, 현대화된 클래식.


아이폰5에서 눈에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화면 크기다. 이전에 비해 가로폭은 달라지지 않았고 세로 폭만 늘었다. 그것도 딱 아이콘 한 줄이 더 들어갈 정도만 말이다. 쓰다보니 과연 팀쿡이 발표회장에서 말한 대로 잡은 상태에서 한손가락으로 조작하기 좋다. 그런 편의성까지 세심하게 신경썼다는 애플에게서 느껴지는 장인정신은 얼굴에 흐믓한 미소를 짓게 한다.





비유하자면 아이폰5는 클래식이 현대화한 느낌이다. 우리가 듣는 클래식 음악은 본래 유럽에서 몇 세기 전에 유행하던 음악이다. 사람들은 이런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다소 갑갑하지만 기품있는 절제를 느낀다. 요란하게 스스로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도 그 밑바닥에서 느껴지는 힘이 있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폰이 다소 경박하게 여러가지 화면크기로 출시될 때 스티브 잡스는 해상도를 네 배로 늘릴 망정 크기는 바꾸지 않았다. 중요한 건 얼마나 가독성을 늘려주느냐 하는 것이지 물리적인 화면크기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것을 팀쿡이 다소 완화시켜 결국 16:9 비율로 만들긴 했다. 큰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한다. 하지만 여전히 과거의 기품은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변화가 약간 늦었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기기 사이의 파편화를 막고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애플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막상 아이폰5를 사용하면서 이런 화면 크기의 변화로 인한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앱들이 일제히 변화된 화면 크기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본 제공되는 앱이나 빨리 업데이트된 앱은 화면을 꽉 채워주고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지원한다. 


그러나 어떤 앱은 화면을 채워주긴 해도 폰트라든가 화면 구성은 그냥 그대로였다. 좀더 심한 경우는 화면의 위 아래에 검은 레터박스로 채웠다. 기존 아이폰4S에서 보아오던 화면 그대로였다. 이래서는 커진 화면이 별 의미가 없어진다. 





2. 정교하고 아름다운 외양, 명품 브랜드의 그림자.


아이폰5의 외양에 대해서는 이미 발표때부터 많은 화제와 정보들이 있다. 애플에서도 가장 중점적으로 강조한 부분이 산화알루미늄을 사용한 이 외관이다. 맥북에어와 동일한 재질과 첨단공법을 사용해서 만든 아이폰5의 외양은 매우 예술적이다. 만져보는 느낌부터 매우 고급스러워서 저렴한 플라스틱 재질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기에 정밀하게 깎아서 마감한 모서리와 각 부위의 만듬새는 감탄까지 자아낸다. 들고 다니는 내내 상당히 마음이 설레였다.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아이폰5를 실용성이 더 중요한 스마트폰이라기 보다 자꾸 명품 브랜드 제품처럼 의식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애플은 애플이다. 프라다나 샤넬, 에르메스가 아니다. 정말 우리가 명품이라고 말하는 브랜드 제품의 의미는 사용에 있지 않다. 그것들은 그냥 일상에서 들고 다니며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브랜드 스스로도 바로 그런 면을 최대한 강조한다.





역대 애플제품은 어쨌든 실용제품이라는 선을 지켰다. 하지만 아이폰5로 넘어오면서는 그런 균형이 약간 무너지는 느낌이다. 모양이 예쁘고 재질이 고급스러운 데 싫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름다움에 역점을 둔 이 재질은 아쉽게도 외부 흠집과 파손에 그렇게 강하지 않다. 맥북에서는 그 두께가 있어 비교적 흠집에 강했다. 그러나 얇게 만들어서 무게를 줄여야 하는 아이폰은 특성이 약간 다르다.





하루도 안되어 내 아이폰5도 뒷면에 미세한 흠집이 하나 생겨버렸다. 언제 어떤 과정에서 생겼는지 조차 모를 정도이다. 결국 일체의 다른 것을 덮지 않고 그 감촉과 느낌 그대로 써보려던 내 생각은 금방 바뀌고 말았다. 충분히 재질을 느껴보라는 제작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는 액정보호지와 보호필름으로 앞 뒷면을 감싸버렸다. 명품브랜드를 가지고 다니는 게 아니라 모시고 다니는 셈이 된 것이다.





일단 처음 접하면서 내가 느낌 두 가지 큰 장단점은 이렇다. 앞으로도 계속 아이폰5에 대해서 이런 식의 느낌을 간단히 써보려고 한다. 기대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