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어떤 것이든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서 나와있는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빛과 그림자처럼 어떤 뛰어난 물건에도 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단점이 전혀 없는 제품을 만든다는 건 장점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든다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이다.





사람들이 PC에서 왜 그렇게 욕하면서도 윈도우란 운영체제를 쓸까? 심지어는 사람들이 역대 최악의 운영체제라고 꼽던 윈도우 ME(밀레니엄에디션) 이라든가, 윈도우 비스타조차도 당시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구입해서 썼다. 엄청난 버그와 느린 실행속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윈도우란 운영체제를 잇는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운영체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첫번째로는 그동안 구축해놓은 방대한 소프트웨어 때문이다. 아무리 우수한 하드웨어라고 해도 그 안에서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적으면 용도가 제한된다. 매킨토시가 우수한 소수정예의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지만, 윈도우의 다양한 소프트웨어에는 미치지 못한다. 리눅스는 운영체제 자체만으로 보면 무료에다가 대단한 완성도를 가졌지만 막상 우리가 익숙하고 편리하게 쓰던 소프트웨어를 쓸 수 없다. 따라서 윈도우는 여전히 대체재가 없는 것이다.


두번째는 소프트웨어 호환성 때문이다. 하드웨어는 낡으면 쉽게 돈을 주고 바꿀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그러기 쉽지 않다. 특히 병원관리라든가 산업공정, 특수용도 같은 소프트웨어는 민감한 부분이기에 같은 윈도우 운영체제라도 호환성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업그레이드를 안하면서도 쓰는 정도이다. 윈도우는 항상 최우선으로 호환성을 보장해주는 정책을 펼쳤다. 적어도 새로운 운영체제가 이전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를 어느정도까지는 실행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완전히 세대를 단절시키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세번째는 방대한 하드웨어 호환성 때문이다. 윈도우는 전세계에서 정말 다양하게 나온 대부분의 관련 하드웨어를 지원한다. 덕분에 우리는 어느 나라의 어떤 회사가 내놓은 부품이든 상관없이 연결한 다음 윈도우를 깔면 쓸 수 있게 되었다. 윈도우는 심지어 십여년 전에 나온 하드웨어라도 인스톨과 실행이 된다. 속도가 느려 쾌적한 사용을 못할 뿐이지 지원은 전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점은 윈도우가 어떤 욕을 먹더라도 PC의 표준운영체제로서 막대한 점유율을 가지는 이유가 되었다. 이런 역할을 해줄 어떤 운영체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바일 기기 -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는 이런 표준역할을 해줄 운영체제가 있을까? 우선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400MHz짜리 ARM 프로세서로 안드로이드를 돌린다? 1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로도 시원스럽게 돌아가지 않는 것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다. 인프라웨어는 400~500MHz 수준의 피처폰에서 돌아가는 독자적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했고 이 운영체제는 이미 7개 회사를 통해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폴라리스 스마트폰 스위트’라고 부르는 이 플랫폼 기술을 적용하면 구닥다리 취급받는 피처폰에도 30달러 정도의 비용 투자만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제조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100달러 내외의 스마트폰이 태어나는 셈이다.


폴라리스 스마트폰 스위트는 이 RTOS 위에서 돌아가는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 아닌가?’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올 수밖에 없다. 인프라웨어 류혁곤 이사는 “안드로이드에서 리눅스를 떼어내고, 대신 RTOS 위에서 돌아가도록 손을 봤다”고 설명한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는 운영체제지만 이를 떼어낼 수 있던 것은 자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자바는 어떤 운영체제 위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RTOS 위에 안드로이드 앱을 돌릴 수 있는 자바 가상 머신을 돌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기본적인 기능을 돌리는 데에는 200MHz 수준의 CPU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안드로이드 속도에서 리눅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얘기다. 먼저 작동하는 동영상을 보는 편이 이해가 쉽겠다.





그럼 안드로이드가 아닌 걸까? 분명 안드로이드는 안드로이드다. 다만 기본 시스템 운영체제를 리눅스 대신 RTOS로 돌리는 것일 뿐이다. 당연히 어떤 앱이든 돌아가는데 문제가 없다. 그게 자바의 강점이기도 하다. 실제 폴라리스 스마트폰 스위트에 깔려 있는 안드로이드는 2.2 프로요 버전이다. 갤럭시만큼 빠릿빠릿하진 않지만 ‘앵그리버드’도 되고 웹브라우징도 다 된다. 이용자는 이 운영체제가 그간 우리가 쓰던 안드로이드와 다르다는 것을 전혀 알아챌 수 없다. 조금 느리긴 하지만 멈칫거리거나 움직임이 더디지 않는다. 초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도 느린 하드웨어를 갖고 있지만 못 쓰겠다는 느낌은 없다. 약간 느릴 뿐 멈추는 현상이 없기 때문이다.


이 운영체제를 위해 직접 따로 하드웨어를 만들 필요도 없다. 터치스크린을 지닌 일반 피처폰을 만든 뒤에 폴라리스 안드로이드를 깔기만 하면 된다. 제조사로서는 더 싼 값에 팔려면 피처폰으로 팔고, 스마트폰으로 팔고 싶으면 안드로이드를 올리면 된다.


앱은 어떻게 내려받을까. 폴라리스 스마트폰 스위트는 정식 안드로이드가 아니기 때문에 구글에 인증을 받을 수가 없다. 구글플레이 마켓을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앱은 별도의 사설 마켓을 이용한다. 중국의 ‘크로스모’ 마켓을 이용하는데, 이 안에서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이 마켓은 중국 모토로라도 이용하고 있다. T스토어 등 별도 마켓을 깔아서 쓸 수도 있고 apk 파일을 직접 복사해 넣고 설치하는 것도 된다.



이 뉴스에 언급되는 것은 안드로이드에서 파생된 변종 운영체제이다. 무슨 바이러스 이야기도 아닌데 변종 운운 하는 것도 우습긴 하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윈도우와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르다. 윈도우는 철저하게 개인 기업이 사익을 위해 개발한 운영체제이다. 따라서 일체의 변형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개발했어도 공개된 오픈소스 운영체제이다. 





또한 변형도 허용된다.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 다음티비 플러스 등에서 보듯 제한을 걸어 이용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안드로이드 앱도 실행 가능하다. 따라서 지금 모바일 기기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이런 결과가 단지 눈앞에 놓은 제품 말고 어떤 현상을 가져오게 될까?


안드로이드, 모바일 표준이 되는 길은?


그것은 바로 안드로이드가 PC의 윈도우처럼 모바일 기기의  표준이 되어간다는 사실이다. 하드웨어를 가리지 않고 적합하게 변형된 안드로이드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통해 안드로이드 기기로 탈바꿈한다. 매트릭스의 스미스요원처럼 다른 개체라도 그 안의 혼에 해당하는 운영체제만 바꿔주면 같은 호환성과 이용성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모바일 표준이 되면 좋은 점은 바로 흔들리지 않는 위치이다. 윈도우가 수많은 도전에 직면했지만 꿋꿋하게 최고 점유율을 유지한 원동력이 바로 표준의 이점이다.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는 지금 개방성과 호환성을 통해 모바일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경쟁 플랫폼인 애플의 iOS가 자사만을 위한 운영체제란 장점과 단점 때문에 모바일 표준이 되지 못하는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안드로이드가 이같은 모바일의 표준이 되는 길은 한 가지이다. 꾸준한 개방성 유지와 앱의 호환성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현재 윈도우8이든 iOS든 그런 점에서는 아무도 똑같이 따라서 할 수 없다. 둘은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기 때문이다.


리눅스의 개방정신을 잇는 구글은 금전적인 면에서는 개방성 때문에 손해를 보고 파편화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감수하고 안드로이드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발전시키면 그 결과는 모바일 표준 운영체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역시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