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12월의 세번째  토요일입니다. 번쩍거리는 트리가 따스하게 보이는 그런 날입니다.






토요일 밤에 하는 특별한 개그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토요일밤의 라이브(SNL)라는 이 방송은 미국에서 먼저 유명해진 시사풍자 방송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어른들을 위한 품격있는 개그를 구사하는 이 방송이 한국에 들어온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장진 감독의 날카롭고도 재미있는 시선으로 화제를 몰고 온 SNL이 올해의 마지막 방송을 맞았습니다.





마침 대통령 선거철을 맞아 더욱 날카롭고 재미있어진 이 방송을 만드는 현장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이 날의 초청 호스트는 성인돌로 유명한 브라운아이드걸스(브아걸)입니다. 멤버 전원이 나오는 이번 방송은 여러가지로 볼거리도 풍성할 듯 하네요.





SNL은 날카로운 시사풍자와 의미있는 개그를 구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단지 웃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것이지요.






이번 크리스마스에 19금 콘서트를 하는 브아걸의 등장으로 무대가 시작됩니다. 여느때보다 훨씬 열광하는 관객 분위기가 확 두드러집니다. 그리고 이어서 등장하는 짝퉁스룹 브라걸과의 대결은 시건방 춤과 각종 섹시댄스로 이어집니다. 분위기를 돋우는 첫 도입부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브아걸은 단지 첫무대의 등장만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SNL의 주요 무대에 각 역할을 맡아 출연합니다. 과연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첫번째는 욕배틀을 욕쟁이 할머니가 운영하는 국밥집 이야기입니다. 신동엽이 맡은 욕쟁이 할머니의 새로운 며느리로 미료가 등장합니다. 국밥집 운영 2호점을 내겠다며 등장한 며느리 미료와 신동엽은 그 자격을 얻기 위해 랩으로 승부하게 됩니다.





랩배틀. 아니, 욕배틀이 시작되는 데 그 가사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분명 내용이 있는 가사인데 그 발음이 거의 쌍욕에 가깝게 되네요.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 나온 미료의 랩은 처음에는 약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자세를 가다듬고 벌인 욕배틀은 침뱉기로 마무리 됩니다. 결국 난장판이 된 국밥집으로 끝나게 되네요. 





방송내용도 재미있었지만 한 무대가 끝나고 다음 무대를 위해 바쁘게 이동하는 카메라의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메인무대 외에 3개의 보조 무대를 골고루 쓰게 됩니다.





베이비시터를 위한 면접은 벌써 세번째 방송을 맞았습니다. 여기서 SNL은 드라마 시크릿가든을 패러디한 장면을 먼저 연출합니다. 그런데 이어서 나오는 베이비시터 지원자에서 날카로운 정치풍자를 시작합니다. 대통령 선거 토론을 정확하게 패러디한 내용이 압권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정치풍자가 실종된 요즘 방송 가운데 단연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부른 브아걸의 패러디송이 등장합니다. '레이디가가의 포커페이스'를 가지고 철저히 만든 이번 곡의 제목은  플라스틱페이스. 성형열풍과 그걸 둘러싼 남자들의 시선, 여자들의 심리를 재미있게 연출했습니다.





심지어 여기서는 브아걸의 지난 촌스러운 사진까지 이용하면서 최고의 웃음을 선사합니다. 이 방송 이후 잠시동안 검색 상위권을 플라스틱 페이스란 키워드가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인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을 가지고 만든 법정 코미디가 이어집니다. '이엉돈'으로 이름만 살짝 바꾼 여기서 신동엽은 이전 방송에서도 그랬듯이 먹을 것만 나오면 등장해서 고정 멘트를 날리고는 직접 먹고는 그것을 던져버립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차마 먹을 수 없는 어떤 X이 등장하는가 하면, 비아그라까지 시식하게 됩니다. 무엇을 먹게 되느냐에 따라 웃음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 너무도 재미있습니다.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로 브아걸 멤버들이 등장합니다. 가인과 나르샤, 제아, 미료는 각자 성인돌이라는 컨셉에 딱 맞게 섹시한 역할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정치와 사회 현실 등이 재미있게 패러디됩니다. 메시지가 있는 성인의 웃음을 추구한다는 SNL의 컨셉에 정확히 녹아든 연출이 뛰어납니다.





마지막 수업을 펼치고 떠나는 선생님과 그것을 아쉬워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참으로 본능적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장진 감독의 연출력과 촌철살인의 대사는 단연 뛰어났습니다. 얼마전에 정치권의 압력 발언까지 몰고온 여의도 텔레토비는 오늘도 재미있었습니다. 레임덕을 키우는 엠비와 함께 그를 둘러싼 또, 문제니, 구라돌이, 안쳤어의 상황극은 오늘도 큰 웃음을 줍니다.






장진 감독은 스스로의 하차조차도 개그소재로 삼습니다. 그래야만 호스트로 출연할 수 있어서라는 것이지요. 장진감독의 역량을 충분히 즐겼던 이 방송 SNL에 호스트로 출연하는 장진감독의 모습도 어서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꽃다발과 박수를 받으며 내려오는 장진감독에게 모두 포옹과 축하를 보냅니다. 취재를 가서 본 것이지만 방송 이후에도 아래서 한참동안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는데요. 일부 출연자는 눈물도 흘렸습니다. 






이렇게 올해의 마지막 SNL은 참으로 재미있고도 의미있는 방송이었습니다. 브아걸과 환상궁합을 보여준 이 방송을 취재해서 현장에서 보게 된 것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내년에 새로운 인물과 구성을 보여줄 이 방송을 기대해봅니다.



* 이 글은 CJ E&M 블로그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