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에게 있어 '취미' 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그가 만들어놓고 간 두 가지 형태의 애플TV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텔레비젼 보기를 싫어하고, 컴퓨터에 몰두했던 잡스는 어째서 텔레비젼을 만들려고 했을까?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돈이 되는 사업에 전부 뛰어든다면 애플은 지금쯤 부동산업 부터 시작해서 금융회사, 정유회사가 되어있을 지도 모른다.





잡스가 성공시킨 제품들은 모두가 그의 '취미'와 관계가 있었다. 


1. 컴퓨터를 좋아했기에 애플1과 애플2의 가능성을 알아보았다. 매킨토시와  넥스트큐브 등은 그런 컴퓨터 취미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2. 밥딜런과 비틀즈의 음악에 심취한 대학시절의 취미는 자연스럽게 음악기기에 관심을 가지게 했다. 그 결과로 아이팟을 만들 수 있었다.


3. 대학시절에 장거리 전화를 해킹하는 도구를 만들어 팔았던 적이 있었다. 요금부과라는 기존제도를 무너뜨리고 자유를 맛보던 전화경험은 나중에 아이폰을 만들었다.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폰은 기존 통신사의 규제를 뚫고 앱을 자유롭게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다.


4. 정보와 지혜를 얻기 위해 책읽기를 좋아하던 취미는 아이패드로 나타났다. 아이패드1의 발표에서 잡스가 강조한 것이 전자책 읽기 였고, 아이북스가 나왔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죽고 이번에는 팀쿡이 그의 유지를 이어받아 애플 TV를 만들기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출처)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애플이 현재 고해상도의 대형 TV 디자인을 테스트하기 위해 부품업체들과 작업 중이며 머지않아 애플의 영역이 거실로까지 확장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아이폰, 아이패드를 위탁 생산해온 대만의 홍하이정밀과 일본 디스플레이업체 샤프가 최근 몇 개월 동안 애플 TV 테스트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한 소식통은 "공식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아니며 아직까지 테스트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밝혀 완성된 애플 TV를 만나볼 수 있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은 원래 외부업체와 협력하기 전에 내부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V도 예외는 아니어서 애플은 앞서 2~3년간 동안이나 다양한 TV 프로토타입 디자인을 테스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수년 간 진행된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항상 제품화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한 인터뷰에서 TV와 관련해 "단순한 취미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해 애플 TV 탄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보가 되는 것 같아서 텔레비젼 보기를 매우 싫어하던 잡스에 비해 팀쿡은 정상인에 가깝다는 것이다. 팀쿡은 다른 인터뷰에서 텔레비젼을 볼 때마다 시간이 20년전으로 돌아간 느낌을 받는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은 가끔이라도 그가 텔레비젼을 본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쨌든 나는 텔레비젼을 즐기지 않는 천재 잡스가 '취미로' 만든 애플TV보다는, 가끔 텔레비젼도 보는 수재 팀쿡이 '진지하게' 만든 애플 TV쪽이 보다 좋은 제품이 될 거라고 믿는다.


차세대 애플TV, 어떤 형태로 나올까?


애플의 제품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취미와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선불교와 명상에 심취하고 반항적인 잡스의 성향은 거의 모든 애플 제품에 영향을 끼쳤다. 그가 마지막으로 내놓은 두번째 애플TV는 필요없는 모든 것을 없애고 가장 간략한 하드웨어만 남겨놓고는 나머지를 온라인에 의존하는 형태였다.




자세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팀쿡의 취미와 성향을 생각해보자. 또한 디자인을 책임진 조나단 아이브의 성향을 생각해보자. 두 사람의 성향을 조합하고 어느 선에서 타협할 지를 예상하면 다음 애플TV의 형태를 예상할 수 있다.


1. 조나단 아이브의 미니멀리즘은 강렬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모양은 이번에 나온 아이맥과 비슷할 것이다.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모든 것을 보이지 않게 만들고 동시에 최대한 두께를 얇게 만들 것이다.

 

2. 팀쿡은 모범적인 관리자이다. 그는 남들에 비해 획기적으로 다른 것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기본 기능에서 디스플레이를 포함하고 전파를 수신하는 텔레비젼이라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3. 팀쿡은 취미로 사업을 하지는 않으며 애플TV에 대해 스스로는 매우 진지하다고 말했다. 간단한 기능 몇개를 넣고 콘텐츠 유통에 극대화된 기존 애플TV와는 다른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 애플이 가장 잘 하는 것이라면 인터페이스이다. 음성명령인 시리를 넣고 앱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활용성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4.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한방의 기능이 남았다. 사실 위의 세 가지는 전문가들이 모두 예상한 형태이다. 그러나 애플이 저것만을 갖추고 나온다면 별다른 반향은 가져올 수 없다. 여기서 과감한 예측이 필요하다. 나는 애플의 결정적인 '원모어띵'이 아마도 '지능형 비서기능' 이 되지 않을까? 추측한다.


애플TV가 일종의 인공지능 서버로서 사용자가 애플 기기로 즐긴 모든 기능을 추적하며 분석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에 들어오는 순간 아이폰에서 즐기던 영상과 음악을 가지런히 이어서 볼 수 있게 해주고, 아이패드에서 즐기던 책과 게임을 이어서 보겠냐고 물어본다. 마치 '코트를 벗어주십시오. 말씀하신 신문과 잡지는 여기 있습니다, 주인님.' 하듯이 말이다.





애플은 항상 인터페이스의 혁신으로 성공해왔다. 애플TV의 성공 역시 콘텐츠와 인터페이스에 달려있다. 어떤 형태가 되든 그것이 또다른 혁명을 몰고오는 좋은 기능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