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러쉬.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를 가리키는 이 단어는 보다 많은 것을 상징한다. 가난에 지친 서민들과 한몫 잡고 싶은 모험가들과 사업을 확장하거 싶은 기업가들이 한마음으로 미국 서부로 향한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로서 미국 서부지역에서 발견되었다는 금광을 찾아 돈을 벌려는 것이었다. 이런 현상은 단지 이때에만 그치지 않았다. 미국땅에서 최초로 유전이 발견되었을 때를 비롯해서 새로운 혁신적 사업이 등장할 때마다 규모만 다르게 반복되었다.



이런 골드러쉬는 스마트폰 시대에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앱스토어에 쓸만한 앱이 부족한 가운데 아직 사람들이 스마트폰 자체를 신기하게 생각하던 때는 그저 가속도센서를 이용해서 맥주 마시는 흉내를 내는 앱으로도 돈을 벌 수 있었다. 0.99달러의 이 앱은 그저 맥주잔이 그려진 스마트폰을 기울이면 그에 맞춰 맥주가 기분좋게 줄어드는 것 뿐이었다. 그럼에도 부담없다고 느낀 사람들의 다운로드에 힘입어 큰 돈을 벌었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스마트폰 시대의 대표적 게임으로까지 불리는 앵그리버드를 보자. 돼지들이 알을 훔쳐간 데 화난 새들이 고무줄 새총을 이용해 자기 몸을 날리며 돼지를 격멸하는 내용이다. 엄청난 그래픽이나 화려한 사운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대를 앞서간 첨단기술이나 찬사를 보낼 만큼의 예술성도 없다. 그러나 이 게임은 아이폰에서 최고의 유료게임이 되었고 여세를 몰아 안드로이드폰에서는 광고를 삽입한 모델로 대성공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나와있다.


이렇듯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잘 기획된 콘텐츠는 시기만 잘 맞추면 엄청난 돈을 벌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재미있는 사실도 있다. 피처폰에서 전세계 1위를 하다가 추락한 하드웨어 업체 노키아와 앵그리 버드로 전세계 1위 스마트폰 게임 업체가 된 로비오는 똑같은 핀란드 회사다. 핀란드 사람들은 하드웨어의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지만 반대로 콘텐츠의 변화에는 적응하는 데 성공했다.



스마트폰의 보급에 따라 이런 콘텐츠 성공사례들은 다시 IT업계의 골드러쉬를 몰고 오기에 충분했다. 가난에 지친 개발자와 한몫잡고 싶은 스타트업 기업과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 거대 IT사업가들이 한마음으로 스마트폰용 콘텐츠를 개발했다. 처음에는 적은 노력을 들인 간단한 앱을 싼 가격에 팔아 돈을 버는 게 목적이었다. 그렇지만 점차 팔리는 앱이 적어지자 무료콘텐츠에 광고를 붙인 앱이 주류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도 치열한 경쟁속에 돈을 버는 것이 힘들어지게 되었다. 더구나 아이패드가 성공하자 태블릿이란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보려는 시도가 생겨났다. 


그 결과로 전자책과 잡지를 비롯한 고급 콘텐츠가 등장해서 소비자를 기쁘게 해준 대신, 이런 콘텐츠 가운데 무료로 제공되던 것들이 점차 유료로 바뀌게 되었다. 이런 시도는 결국 넘쳐나는 콘텐츠 속에서 중대한 의문을 낳게 되었다. 지금은 콘텐츠의 시대이지만 동시에 유료화의 시대가 아닌가하는 우려였다. 심지어 무료로 접하던 짧은 뉴스서비스 같은 것도 유료화를 시도했었다. 그 결과 가운데 씁쓸한 뉴스가 하나 나왔다. (출처) 



세계 최초로 태블릿 전용 신문을 표방했던 더데일리(The Daily)가 결국 폐간된다. 지난해 2월 창간한 더데일리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없이 아이패드 다운로드 형태로만 발간됐다.


더데일리의 소유주인 루퍼트 머독은 현지시간으로 3일 “아이패드 전용 신문은 혁신적인 실험이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만드는데 필요한 독자 수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고 자신이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을 통해 밝혔다. 아이패드에서 발행되는 더데일리는 이달 15일까지만 발행되고 그 이후로는 다른 채널에서 브랜드를 살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더데일리의 자산과 직원 일부는 뉴스코퍼레이션 계열의 뉴욕포스트에 귀속될 전망이다.


일간으로 발행되는 더데일리는 1주일 구독료가 99센트, 연간 39.99달러로 종이신문에 비해 매우 저렴했다. 초기에는 아이패드에서만 제공되다가 아마존 킨들 파이어와 안드로이드 계열 태블릿 컴퓨터로 서비스 범위를 넓혔으나 유료 구독자가 10만명을 넘지 못했고 지난 7월 직원 3분의 1을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AP통신은 “뉴스나 논설, 그래픽 등이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것들과 전혀 차별화가 안됐다”며 “구독자만을 위한 신문을 만들다보니 이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조슈아 밴튼 하버드대 교수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읽기 쉬운 기사 위주였기 때문에 가독률이 떨어졌으며 더데일리만의 독특한 브랜드가 약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주목해볼 부분은 태블릿 전용 신문이 폐간된다는 결과가 아니다. 그것이 왜 실패했냐는 점이다. 모든 유료 콘텐츠가 이처럼 실패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사 아래쪽에 언급되었듯이 더데일리의 실패원인은 하나이다.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사 수준을 가지고 태블릿 열풍에 힘입어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팔려고 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제주도 삼다수가 잘 팔리자 수도물을 비슷한 생수병에 담아 팔려고 한 셈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제주도의 물이라는 부가가치였는데, 정작 사업자는 사람들이 물 그 자체를 돈 주고 사는 시대가 왔다고 착각한 것이다.


콘텐츠의 시대인가, 유료화의 시대인가?


이런 문제가 단순히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착각일까? 그렇지 않다. 이것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종래에 무료로 주어졌던 콘텐츠가 오히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유료로 변신하는 것은 바람직한 도전이라고 좋게만 볼 수 없다.


물론 콘텐츠 생산자의 노력은 존중받아야 한다. 좋은 사례로서 애플의 아이튠스를 들 수 있다. 인터넷에 공짜 음악이 넘쳐나던 혼란의 시대에 스티브 잡스는 중간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합의할 수 있는 가격과 수익모델을 제시했다. 그 결과로 모두가 승자가 되었다. 소비자는 음반에 비해 싸고 편리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었고, 생산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다운로드 횟수로 돈을 벌었다. 애플은 중간에서 수수료 수입을 얻고 아이팟을 더 많이 팔 수 있었다.



그러나 나쁜 사례도 많이 발견된다. 위의 더데일리의 경우는 언론재벌이 정보 그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유료화를 단행한 사례이다. 낡은 사고방식이 첨단 유행을 만나서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다. 인터넷이 없는 종이매체 시대에 사람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신문과 잡지를 돈주고 산 것은 맞다. 그것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없었기에 정보를 얻어다준 배달비로서 준 것이다. 동네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정보였다면 그 시대에도 돈 주고 사지는 않았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정보 그 자체는 이미 무료로 확산되고 전달되는 것이 되었다. 그 자체로 가치를 부여받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정보를 어떻게 가공하느냐를 중시해야 한다. 이제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신문과 잡지를 사는 것이 아니다. 너무도 넘치는 정보를 잘 가공하고 관점을 실어주기 때문에 산다. 이런 점을 잊고 단순히 유료화에만 매달리는 사업자들이 많다.

 


콘텐츠의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맹목적인 유료화의 시대는 될 수 없다. 오히려 지금은 조정의 시대이다. 인터넷이 가져다준 자유롭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정보교류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콘텐츠 생산자들은 좀더 고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