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가운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영화로는 '나비효과'가 있다. 북경에 있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 하나가 태평양 건너에 폭풍을 일으킨다는 비유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말하자면 개인의 아주 작은 결정의 변화가 그 이후 세상을 뿌리채 바꾼다는 뜻이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인생을 통해 중요한 결정을 해야할 몇 가지 시점을 되돌린 다음 다른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실현된다. 마치 게임에서 특정 순간을 세이브해 두었다가 다시 로드해서 즐기는 것과도 같다. 아주 쉽게 비유하자면 당신이 인생의 어느 순간 섹시한 미녀모델과 지적이고 청순한 아나운서에게 동시에 고백을 받았다고 치자. 누구를 선택하느냐를 하나씩 경험해본다면? 아마도 그 후의 인생은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애플이 저가 아이폰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전망은 어떨까? 해외의 유명 분석가의 전망을 우선 한번 보자. (출처)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4일 애플 분석가 진 먼스터의 투자노트를 인용, “애플이 2년내, 즉 오는 2014년 이전에 이동통신사업자 보조금없이 200달러에 팔리는 아이폰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또 저가 아이폰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배경으로 세계최대 소비시장인 중국과 인도 이통사가 보조금을 지불하지 않는 관행을 감안해 시장 점유율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꼽았다.


애플이 2년내 프레미엄 제품을 내놓은 회사의 이미지를 버리고 저가 아이폰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고 진먼스터 애플전문 분석가가 주장했다. 200달러 제품을 통해 이통사 보조금을 주지 않는 중국,인도 시장을 공략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세계 1위를 달리는 삼성은 예외가 될까?  


진 먼스터는 만일 애플이 중국과 인도의 30억 스마트폰 잠재 고객을 놓치기 싫다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한 애플의 해결책은 2014년 이전에 보다 싼 아이폰을 내놓는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스마트폰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향후 2년내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는 아이폰은 비싸지 않고 독특한 아이폰이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일 애플이 200달러짜리 아이폰을 판다면 이는 이 회사의 철학에 커다른 전략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저가아이폰 문제는 2년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다. 다분히 그것은 애플이 실제 준비하고 있다기 보다는 사람들의 바램이 섞인 예측이었다. 나도 이미 2년 전에 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2년전 글을 보려면 클릭하기 바란다.

 

 애플 아이폰은 잘못된 선택을 반복할 것인가?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미 보았던 장면을 또 보는 듯한 데자뷰를 느끼는 건 나 뿐일까?

 


저가 아이폰, 애플의 진로를 바꿀 결단인 이유는?


세계 컴퓨터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컴퓨터 매킨토시 역시 애플의 작품이다. 매킨토시의 혁신적인 인터페이스는 상대진영조차 아무런 이론이 없이 미래의 지향점이라는 걸 인정할 정도였다. 초기의 매킨토시는 쓸만한 응용프로그램이 없어서 판매가 부진했지만 중기의 매킨토시는 비싼 가격 때문에 보급의 어려움을 겪었다. 미래를 바라는 사람들은 영혼을 팔아서라도 매킨토시를 가지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맥의 가격은 너무 비쌌고 사람들의 영혼은 그만큼 비싸다고 인정받지 못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나간 다음, 경영을 맡은 존 스컬리는 비싼 매킨토시를 통해 애플사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이때 언론에서 제기되었던 '보급형 매킨토시', '저가 매킨토시' 에 대한 희망 섞인 예측은 처절할 정도였다. 당시 흑백 디스플레이의 최고 보급형 매킨토시가 1500달러가 넘었다. 그러자 언론에서는 수시로 보급형 맥에 대한 가설을 터뜨렸다. 




'만일 애플이 컬러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맥을 900달러 이하로 내놓는다면 세계 컴퓨터 시장을 제패할 것이다.'  이것이 미국언론의 보도였다. 저가 보급형 맥이다. 사실 이때의 분위기로 보아서 그런 제품이 나온다면 당시 가난한 대학생이던 나부터 부모를 설득해서 구입했을 것이다. 당시 맥의 한국총판이던 엘렉스 컴퓨터의 바가지를 감수하고라도 말이다.


하지만 애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과는 이후 몇년간 애플의 순이익률 증가, 그리고 몇 년후 윈도우의 등장과 함께 몰락해버린 점유율과 판매고였다. 또한 중요한 분수령이 된 운영체제 점유율 싸움에서 진 대가로 다시는 역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애플은 그때를 기억하고 있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거라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가 그때 애플에 있었더라도 같은 실수를 했을 것이지만, 반대로 지금은 잡스가 애플에 없더라도 같은 실수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른바 그때의 학습효과인데 그 결과가 아이팟의 저가공세와 아이튠즈의 윈도우용 출시였다. 애플이 치킨게임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옛부터의 전통이라기보다는 그때의 쓰라린 기억 때문이다.


저가 아이폰은 지금 애플에게 마치 영화 나비효과처럼 다시 선택지를 주고 있다. 마치 윈도우처럼 밀려오는 안드로이드폰과 저가시장으로 내려가서라도 싸울 것인가? 아니면 그런 진흙탕 싸움을 피하고는 우아한 고가 시장으로 물러설 것인가? 라는 선택이다. 그리고 이 선택 하나가 이후 애플의 운명을 결정할 지 모른다. 다시 기회는 왔지만 선택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




지금의 애플과 아이폰은 잘 나가고 있다. 이익률로만 따지면 굳이 저가 아이폰을 출시할 이유는 없다. 기존 전략처럼 1세대, 2세대 지난 아이폰을 내리는 전략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점유율에서는 점점 밀리고 있다. 일정 비율 이하의 점유율로 밀리게 되면 쏠림현상은 가속된다. 윈도우가 아무리 불법 복사가 많다고 해도 기본적 점유율에서 맥보다 훨씬 큰 시장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다. 


팀쿡의 애플은 결정해야 한다. 저가 아이폰을 내놓으며 싸울 것인가? 명품 아이폰으로 머무르며 우아한 고립을 택할 것인가? 그 결정이 이후 애플의 미래를 만든다. 시간도 별로 없다. 앞으로 2년 내에 애플이 어떤 결정을 하는 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