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든 성공에는 아이디어가 숨어있다고 믿는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튼에게도 분명 어떤 계기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과나무 아래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일화가 등장한다. 부처가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와도 비슷하다. 어쨌든 사람들은 일순간의 번뜩하는 아이디어가 대성공을 낳고 세상을 바꿨다는 것을 좋아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어떤 성공적인 컨텐츠 뒤에는 그것을 만든 아이디어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는가 하는 점을 궁금해한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종교에서 어떻게 하면 깨달음을 얻는가 하는 점이 가장 궁극적인 질문인 것처럼 중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여기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아이디어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양질의 컨텐츠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플랫폼의 특성에 가장 최적화된 컨텐츠가 좋은 컨텐츠이며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과연 그것으로 좋은 것일까? 예를 들어 어떤 게임기가 동작인식 기능을 대폭 강화시켜 내놓았다면 그 동작인식기능을 최대로 활용한 게임기를 내놓는 것만 생각하면 될까? 그렇게 하면 좋은 컨텐츠를 만든 아이디어가 자동으로 생길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세상사가 다 그렇지만 창의적인 분야에서 너무도 쉽고 단순한 작업이 성공을 부르는 필수요인이 될 수는 없다. 플랫폼 특성을 너무 잘 활용하려고 집착하는 것도 오히려 성공을 그르칠 수 있다. 과다한 아이디어는 오히려 약간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



중요한 것은 항상 소비자다. 소비자의 마음을 생각해서 얻는 답이 최고의 아이디어이다. 그렇지만 정작 소비자란 존재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시시각각 변하면서도 일정하게 정해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소비자의 심리와 플랫폼 특성을 보다 밀접하게 연관지어서 생각해야 한다.


게임의 예를 다시 들어보자. 패미컴의 조작패드는 단 두 개의 조작버튼만 있었다. 십자키로 방향을 조정하다가 왼쪽 버튼을 누르거나, 오른쪽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그것으로 모든 전투와 동작을 수행했다. 보통은 하나가 점프이고 또 하나는 총을 쏘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다. 이 밖에 두 개의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필살기가 나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조작 인터페이스도 플랫폼 성능을 발휘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그런데 슈퍼패미콤으로 오면서 패드 위 버튼이 여섯개로 늘어났다. 또한 선택과 시작이란 별도 키에도 기능을 줄 수 있게 되었기에 여덟 개의 버튼을 조작할 수 있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1 이후부터는 사이드키도 두 개가 늘어서 총 열 개의 버튼이 사용 가능해졌다. 그래서 막상 이렇게 많은 버튼이 동시에 생겨났을 때 컨텐츠를 만드는 개발자들은 고민했다.



하드웨어가 바뀐다고 해도 개발자들의 사고방식이 한꺼번에 바뀌지는 않는다. 특히 그것이 혁신적인 변화일 때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디자이너들과 개발자들은 많은 혼란에 빠진다. 누군가는 변화를 거부하고 해오던 대로 개발하기도 할 것이다. 이것은 가장 나쁜 방법이다. 하지만 반대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욕이 지나쳐도 곤란하다. 플랫폼의 많은 기능을 한꺼번에 전부 활용하겠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좋은 아이디어일까?

게임기 버튼이 무려 열 개로 늘어났어도 기본적으로 슈퍼마리오에서 마리오의 기능은 늘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마리오는 점프하고 달리기만 한다. 이런 단순함이 이 게임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아이디어는?


플랫폼 발전이란 요소에 빠져서 기본적으로 컨텐츠가 가지고 있던 매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이미 팬을 확보하고 있는 컨텐츠일 때는 특히 이 점이 중요하다.


상당수의 새로 나온 게임들은 과도하게 복잡한 기능을 여러개의 버튼을 통해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하드코어한 사용자들은 그것을 즐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그런 복잡함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용을 포기해버린다. 게임도 그렇고 앱의 기능도 그렇다. 기능은 될 수 있도록 간단하고 직관적이어야 한다.



실제로 게임을 많이 즐기는 게이머에게 물어보라. 그들은 새로 접한 게임을 즐길 때 복잡한 기능을 결코 전부 다 사용하지 않는다. 주요 기능 몇 개만 써서 플레이 해보고 충분히 재미있으면 그제야 게임에 몰입한다. 좋은 컨텐츠의 아이디어란 이처럼 단순함에서 나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