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보면 폭풍처럼 세계를 정복했던 세력이 있다.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투르크 세력까지도 박살내며 진출한 몽고는 결국 징기스칸의 사망으로 인해 정복 전쟁의 진격을 멈췄다.


또 한가지 예로 이슬람 세력이 있다. 중동지역에서 시작해서 엄청난 속도로 유럽까지 뻗어왔던 이슬람 세력은 한때 스페인 지역 일부까지 장악하면서 공포를 주었지만 결국 유럽은 결정적 전투를 통해 이슬람 세력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오늘날 스페인에는 이슬람식 건물인 모스크가 있는 알람브라 궁전이 있다.

이런 세계사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IT를 역사적으로 보자면 지금의 애플이 마치 그런 거침없는 세력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때는 파산의 위기까지 몰렸던 애플이었다. 하지만 위대한 정복왕 징기스칸이나 알렉산더와도 비슷한 리더의 복귀를 맞아 오히려 다른 업체의 영역을 정복해가며 세력을 크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가는 곳마다 화제를 몰고 다니면서 대상이 된 분야를 이미 차지한 업체를 바짝 긴장시키는 애플이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런 애플의 진격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업체가 있으니 바로 아마존이다.

전자책과 인터넷 콘텐츠를 다루는 아마존은 전자책 영역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막론하고 애플을 잘 막아내면서 오히려 작은 일격을 가하고 있다. 이번에 아마존이 새로운 제품을 발표했다. (출처)  



아마존닷컴은 6일(현지시간) 4G(4세대 통신망) LTE(롱텀 에볼루션)를 지원하는 고급 사양의 '킨들 파이어HD'를 선보이고 애플에 도전장을 냈다. 아마존닷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터모니카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새로 개발한 태블릿PC 3종을 선보였다.

8.9인치 버전의 킨들 파이어 HD 4G LTE는 32GB 메모리, 고화질 화면(1920 X 1200), 듀얼 스테레오 스피커, 전면 카메라 등을 갖췄으며 가격은 499달러이다. 

1년에 49.99달러로 매월 250MB(메가바이트)까지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이날부터 사전 예약을 받아 11월20일부터 배송된다. 애플의 3G 지원 아이패드 32GB의 가격은 729달러이다. 또 같은 화면 크기의 16GB 버전은 299달러로 11월20일부터 판매되며 7인치는 199달러로 14일부터 배송이 가능하다. 기존 '킨들 파이어'는 배터리 수명이 대폭 강화되는 등 성능이 향상됐으나 가격은 199달러에서 159달러로 인하됐다.

아마존은 지난해 '킨들 파이어'를 출시하고 태블릿PC시장에 진출, 단숨에 시장 점유율 22%를 차지하며 애플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킨들 파이어'는 7인치 화면에다 카메라도 없는 등 사양이 낮은 대신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점유율을 높여왔으나 고급 사양의 아이패드 영역은 침범하지 않아 애플과의 직접 대결은 피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아이패드에 필적한 만한 사양의 제품을 내놓아 하반기 애플과 맞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아마존은 새 전자책 단말기 '킨들 페이퍼화이트(Kindle Paperwhite)'도 공개했다. '킨들 페이퍼화이트'는 켜놓은 상태로도 배터리 수명이 8주나 지속될 수 있다고 베조스는 설명했다. 베조스는 "잡지보다 얇고 종이책보다 가볍다"며 "침대에서 뿐 아니라 한낮에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격은 119달러(3G버전은 179달러)이며 이날부터 주문이 가능하고 다음 달 1일부터 배송된다.



아마존은 굳이 말하자면 방어하는 입장이다. 애플이 아이튠스를 만들어 음악과 동영상, 티비 프로그램을 취급할 때까지만해도 아마존은 별로 경쟁자의 입장이 아니었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패드를 만들고 아이북스를 내놓아서 전자책 시장을 정면으로 노리게 되자 단숨에 경쟁자로 떠올랐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란 최고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 애플에 어떻게 대항하느냐는 모두의 관심사였다.

아마존은 애플을 이기는 방법으로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더 싸고 가볍게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콘텐츠 위주의 업체인 만큼 손해를 보지 않는 정도의 수준에서 하드웨어의 이윤을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애플의 전자책을 보기 위해 비교적 비싼 아이패드를 구입해야 한다는 부담을 강조했다. 또한 전자책 가격 자체를 보다 싸게 가져갔다. 그것은 어느정도 적중해서 현재는 아이북스가 아마존의 영역을 별로 잠식하지 못했다.

아마존이 보여준 애플을 막아내는 방법은? 


아마존은 심지어 애플에 반격도 했다. 다른 경쟁업체들이 고가 태블릿을 내놓다가 판매부진으로 아이패드에 밀렸을 때,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란 초저가태블릿을 내놓았다. 비록 스펙이 뒤지긴 했어도 부담없이 구입해서 콘텐츠 위주로 쓸 수 있는 태블릿이란 개념은 먹혀들었다. 

아이패드가 있는 사람도 구입할 정도였다. 이렇게 된 후 구글에서도 저가 태블릿의 전략을 받아들여 넥서스7을 내놓았다. 나름 아이패드에 대항할 작은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렇듯 아마존은 적어도 자기 영역에서만큼은 애플을 막아내는 전략을 업계에 가르쳐주고 있다.

아마존이 애플을 막아낸 방법은 단순하게 본다면 저가 전략이다. 애플이 하드웨어에 높은 이윤을 붙이고 콘텐츠를 비교적 싸서나 무료로 가져갈 때, 아마존은 반대로 하드웨어를 거의 이윤없이 팔았다. 콘텐츠로 수익을 철저히 거둔다는 측면에서 일본 게임기의 비즈니스 모델과도 비슷하다.

좀더 복잡하게 본다면 아마존의 전략은 애플의 장점이자 단점인 통일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애플은 라인업의 단순화에 굉장한 집착을 보인다. 운영체제와 콘텐츠, 하드웨어 모두 번잡한 라인업 없이 단순화해서 내놓는다. 따로 저가 제품을 만들지 않는 것도 라인업을 단순화시키려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그럴 필요가 없다. 얼마든지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한 다양한 전자책 단말기를 만들어서 내놓는다. 어차피 아마존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니 콘텐츠 자체만 호환되면 단말기의 다양성은 도리어 강점이 된다. 이번에 내놓은 고스펙의 태블릿도 가격은 훨씬 싸면서도 기능이 다양한 태블릿으로 아마존의 고유영역이 아니었다.

이처럼 아마존이 성공적으로 애플에 대응하는 점은 한국을 비롯해 애플과 경쟁하려는 업체에도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애플은 강자이긴 해도 무적이 아니다.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과연 무엇이 중요한 지를 냉정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