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한때 지구에는 인간이 아닌 거대한 파충류가 주인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쥐라기에서 백악기까지 이어지는 이 시대는 영화 '쥐라기 공원'을 보면 잘 묘사되어 있다. 티라노사우루스와 랩터를 비롯한 거대한 공룡들이 울창한 원시림을 헤치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지구가 아닌 어떤 다른 별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공룡의 시대는 갑작스럽게 끝났다. 그 원인을 둘러싸고는 아직도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거대한 기상변화, 혜성의 낙하, 포유류의 대두, 지구의 기후변화 등 많은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도 어떤 것도 확실한 답이라고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중요한 의견일치는 거대한 공룡이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일제히 멸망해버렸다는 것이다. 진화를 통해 지구를 차지한 공룡이 그 진화를 더이상 하지 못해서 사라진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오늘날의 조류 일부 - 닭이 그때 공룡의 후예라고도 한다.

서두가 좀 거창하고 길었다. 내가 굳이 이렇게 공룡 이야기를 끄집어 낸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날 바뀌는 IT세계에서도 이런 공룡의 경우가 가져다주는 교훈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우선 한국의 대표적 통신기업인 KT가 기업전략을 바꾸며 변신을 시도한다는 뉴스가 있다. (출처)



통신회사 KT가 '소프트파워' 키우기에 전력을 기울인다. 통신망을 설치하고 휴대폰 단말기를 제조하는 전통적인 통신 하드웨어 사업보다는 미디어콘텐츠, 소프트웨어 등을 집중 개발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낸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KT는 합병 이후 3년여만인 지난 13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유무선 부문을 통합했다. 아울러 비통신 분야를 적극 발굴, 성장시킨다는 전략도 재차 강조했다. 

KT 코퍼레이트센터장 김일영 부사장은 "통신망 사업은 철저하게 효율화 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으로 변화시켜나가고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등 '가상재화'를 집중 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KT의 미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KT 조직은 그동안 집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등의 상품을 중심으로 한 '유선통신' 부문과 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무선통신' 부문으로 양분돼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이동통신 자회사 KTF를 합병했지만 합병 이후에도 유선과 무선은 철저하게 분리돼 있었던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KT는 유선과 무선을 가리지 않고 상품별 사업부를 통합한 'T&C(Telecom& Convergence)부문'을 새롭게 구성하고 이의 수장으로 개인고객부문(무선사업)을 담당해왔던 표현명 사장을 앉혔다. T&C 조직이 유무선 통신상품을 모두 관할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KT의 통신사업 총괄로 표현명 사장이 선택된 것이다.

아울러 KT는 휴대폰 제조 자회사였던 KT테크 역시 '정리'할 계획이다. 이미 KT는 KT테크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하고 지분율을 100%로 끌어올리는 등 흡수 수순을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휴대폰 제조사업은 사실상 손을 뗀다는 속내다.

KT가 전략적으로 내세운 것은 미디어콘텐츠, 위성, 부동산 등 3개의 분야다. 

상당히 긴 기사지만 이 기사에서 의미하는 바를 극도로 단순화 시키면 다음과 같다.



1. KT가 해오던 인터넷망, 전화망, 이동통신망 사업을 하나로 통합해서 운영한다.
2. 휴대폰 하드웨어 제조를 포기한다.
3. 망을 통해 유통되는 고부가가치 사업인 소프트웨어, 컨텐츠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이 세 가지가 한국을 대표하는 통신기업 KT의 미래전략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커다란 변신은 그저 KT 한곳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기업전략 수립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KT의 소프트 파워 전략이 의미하는 것은?

KT는 그 뿌리를 '한국통신' 이란 국영기업에 두고 있다. 국가의 기간 통신망이던 전화선을 각지에 연결하고 그 선을 통한 기업과 개인, 공중 전화를 연결해주던 곳이다. 이런 전화사업은 굳이 첨단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변화도 그렇게 심하지 않는 장치사업에 불과했다. 



간단히 말해서 구리선을 전신주에 매달거나 땅속에 매설해서 연결하고는  전화기를 설치해주면 그걸로 모든 사업이 끝난다. 사람들은 매달 꼬박꼬박 전화비를 내며 음성통화 이외의 다른 어떤 것을 요구하거나 기술 혁신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단순한 하드웨어 세팅으로 투자비는 고정되어 있고 수입 역시 고정되어 있는 안정적인 사업이었다.  그저 좀더 좋은 교환기와 질좋은 전선이란 '하드웨어 파워' 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KT는 이후 민영화되면서 다른 민간통신사와 경쟁을 하게 된다. 인터넷 유선망과 이동통신망 사업을 하게되고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치열하게 경쟁해서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야하는 것은 물론 업종의 특성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규모만으로 봐도 KT는 공룡기업에 속한다.



그런데 마치 공룡의 멸망을 부추긴 환경변화처럼 지금 전세계 통신망 사업이 급변하고 있다. 망사업자들이 앉아서 돈을 벌던 시대가 지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스마트TV를 통해서 플랫폼과 컨텐츠가 급격히 주목받고 있다. 애플처럼 운영체제나 하드웨어를 직접 만들어서 플래폼을 통해서 돈을 벌든가, 구글처럼 웹을 장악하고는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돈을 벌어야만 세계적인 기업이 되어 고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기존의 통신망 회사는 점점 기득권을 잃고 단순한 망 임대업체가 되어야 할 궁지에 몰리고 있다.

결국 KT의 소프트 파워 전략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공룡처럼 기업 자체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비교적 세계적 흐름을 잘 읽은 현명한 전략이다.



사실 아직도 달콤한 과거의 수익모델에 집착해서는 깔아놓는 망 하나만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 믿는 기업들이 많다. 이들은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기업의 최후는 우리가 많이 보고 있다. KT의 소프트파워 전략이 의미하는 것은 망사업자가 변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다. 앞으로 KT의 이런 전략이 구체적으로 보여줄 행동을 기대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