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언제나 미래는 예고되어 있는데 우리가 모른 척하는 것일 수도 있다. 초등학교때 나는 이미 지구에 심각한 에너지 위기가 올 것이라는 점을 배웠다. 화석연료인 석탄과 석유는 고갈되고 원자력은 위험성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인지 그 대체 에너지에 대해서도 배웠다. 태양광 에너지나 핵융합, 우주공간에서의 발전시설 등 다양한 SF적 상상까지 함께 했기에 꿈을 키울 수도 있었다.



그런데 2012년 현재, 에너지 위기는 목전에 다가왔지만 막상 꿈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석유생산량 감소와 군사적 위기, 일본 원전유출 사태로 인해 점차 에너지가 부족해질 거란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얼마전 한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건로 인해서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에너지 절약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에너지 위기는 단순히 절약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가 없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국민소득의 증가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어제는 전깃줄 조차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소와 양을 치고 살던 유목민이 오늘은 전등을 밝히고 텔레비전을 본다.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저개발국이 더 잘 살아보겠다고 제철소를 세우고 공장을 늘린다. 늘어나는 공장에서는 연료를 태우고 전기를 소모하며 기계를 돌린다. 이것을 막을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깝다. 자칫하면 이미 잘 사는 사람들의 기득권 지키기이고 이기주의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민음사로부터 이번에 방한한 제러미 리프킨이 참석하는 간담회 참석을 요청받았다. 제러미는 매우 유명한 미래학자이다. '엔트로피' , '소유의 종말', '유러피안드림' 등의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이번에 한국에 나온 '3차 산업혁명' 역시 매우 의미있는 미래 연구와 전망으로 가득 차 있다. 보통은 기자들도 인터뷰하기 힘든 사람이다. 참석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매우 의미있는 일이 될 듯 했다.


5월 9일, 소공동 롯데호텔 비즈니스룸에서 열린 키블로거 간담회는 초대받은 소수 블로거들만 참석했다. 사실 테마가 되는 3차 산업혁명이란 주제와 제러미 리프킨이란 인물은 그렇게 쉽지 않다. 신재생 에너지와 사회적 공유란 거대한 담론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일상에 가까운 쉬운 소재를 다루는 블로거들이 이런 주제를 놓고 세계적 미래학자와 자유대담을 한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만한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

책의 내용은 상당히 어렵지만 아주 쉽게 말해보면 두 개의 골자를 가지고 있다. 

먼저 화석연료의 고갈과 위험, 이것을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 시스템을 제시한다. 전통적인 석유와 석탄이 초래하는 온실효과를 우선 생각해보자. 남극의 얼음이 녹고 오존층이 파괴되며 사막화가 심해지고 있다. 화석연료를 계속 태운 결과 인간의 생존조차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 점차 고갈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는 유가가 결합되면서 뭔가 대체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는 요구는 당연하다.

여기에서 제러미는 태양광과 풍력, 조력 등의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원을 제시한다. 그것도 도시에 서 있는 빌딩을 이용해 보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에너지는 기복이 심하다. 해가 들지 않거나 바람이 세지 않는 날은 의외로 많다. 그러기에 남아돌 때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수소를 만들어서 저장해뒀다가 이것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두번째로 이런 에너지의 공유와 나눔을 통한 사회시스템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석유와 가스 등은 커다란 회사가 한 곳에 엄청나게 큰 발전소를 지어서 한번에 모든 수요를 채운다. 수직방식의 에너지구조다. 반대로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는 개인 혹은 독립된 주체들이 각자 소량을 발전해서 스스로의 수요를 채운다. 그리고 남는 에너지는 수소로 변환해서 자유롭게 거래한다. 또한 스마트그리드를 써서 인터넷과 같은 방식으로 전력을 서로 나눈다. 이런 수평형 에너지구조가 사회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전부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3차 산업혁명, 제러미 리프킨을 만나다.

미소를 머금고 회의실에 들어온 제러미의 첫인상은 그냥 사람좋은 서양 아저씨였다. 그러나 막상 이야기가 시작되자 상대를 확신시키려는 뜨거운 열정과 부드러운 유머감각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키블로거와 대담에서 여러가지를 말했다. 영어가 짧아 통역을 통해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짧게 간추려 보자.

배분이 키워드다. 유럽의 인터넷 혁명이 에너지혁명과 함께 통일된 인프라에 접목되면 3차 산업혁명이 만들어 진다. 과거 메인프레임이 PC로 가듯이 재생에너지의 비용이 분산되고 싸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신문이 블로그를 주목하듯이. 에너지 혁명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과거에는 수직형 발전을 했다.

오늘날 최고 위치의 기업은 에너지 그 아래는 금융, 그 다음은 에너지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잘못된 발전이다. 세상은 너무 수직적이다. 2차 산업혁명때는 국가가 주도했지만 3차혁명은 국경을 넘어 노드-와이파이와 같이 발전한다. 와이파이 주파수의 발전처럼 그 내용도 질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심오한 사회적 네트워크에 기반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가장 좋은 점을 이용할 수 있다.

에너지 뿐만이 아니라 미래에는 제조와 정보, 에너지의 민주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3D프린팅 기술이 매우 발달해서 물건 조차 인터넷으로 전송해서 복사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주의의 빈부격차는 점차 완화될 것이며 새로운 개념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조차도 뛰어넘을 수 있다. 따라서 정치적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수직적인 생산의 소유에서 벗어나서 분산되는 사고와 생각이 나온다. 해적당의 출현과 월가 점령 시위 등 많은 현상을 참고해보자.

공감의 시대를 쓰면서 역사의 내러티브를 생각하려는 노력을 했다. 에너지와 커뮤니케이션이 만나면 사고의 전환이 일어난다. 시공간을 바라보는 능력 자체가 확장된다. 그에 따라 공감능력이 진화되고 확장된다. 과거의 사냥을 하던 시절, 문자가 발명되고, 종교집단이 활성화될 때마다 공동체의 인식과 개념이 달라졌다. 공감능력이 계속 발전한다. 이런 커뮤니케이션과 물류의 민주화가 이뤄지면 공감능력의 민주화도 이뤄질 것이다.

구글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것은 한기업이 전세계 지식과 정보를 통제하게 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미래에는 이런 기업들이 공공기업으로 변신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사람들이 이들을 글로벌한 유틸리티 회사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았다.



상당히 어렵지만 거대한 미래 사회를 진단한다는 점에서 꼭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IT평론가로서 그 밑바닥에 있는 에너지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사회구조가 인터넷으로 인해 변화한다는 것은 더욱 흥미로운 주제다. 제러미 리프킨과의 만남은 그런 면에서 나에게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게 해준 자리였다.나 역시 질문을 했다.

Q: 화석연료 고갈과 신재생 에너지의 필요성은 충분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신재생 에너지 관련 사업자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독일업체 큐셀이 파산했고, 미국 퍼스트솔라는 구조조정중입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업체들이 자금난과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관련 업계의 사업부진은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문제가 된다면 이것을 해소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 사실 큐셀의 사장은 내 친한 친구이다. 재생 에너지 기업들의 어리석음은 기술과 사회의 발전 속도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기업은 항상 3세대 앞 정도를 바라보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그걸 바라보지 못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결국 시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바로 그런것이 문제가 된다고 본다. 


가끔 우리는 너무 눈앞만 보고 사는 게 아닌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하루를 살아가기도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면 눈 앞의 돈 약간이 삶의 목표가 되어 그것만 보고 산다는 것도 허무한 일이다. 나 혼자가 아니라 미래에 내 아들과 손자, 그 이후가 어떤 세상을 살아가게 될 것인지 생각해보자. 과연 제러미 리프킨이 주장한 수평적 권력과 경제가 바꾼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나도 그것이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