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3월에 나는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일본, 그 중에서도 교토와 오사카였다. 수도인 도쿄가 활동적이고 자극적인 일본의 모습이라면 교토와 오사카는 그윽하고도 화사한 모습이다. 역사소설을 쓰기 위한 답사여행의 성격이 있었기에 주로 문화재를 찾아보는 여행이었다.



일본에 가서 음식을 먹어보고 놀란 것은 그 맛이었다. 사실 일식은 이미 한국에 너무도 많이 퍼져있다. 일본식 돈까스, 초밥, 사시미를 비롯해서 카레와 우동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먹어볼 수 없는 일본 음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과연 한국에서 제대로 된 일본의 맛을 느낄 수 있냐는 것은 별개였다.


굳이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허름한 가게나 시장의 유명한 집에서 파는 떡볶이나 국수, 김치찌개의 맛을 과연 외국에서 그대로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일본에서 직접 먹어본 음식은 된장국인 미소시루 부터 시작해서 초밥과 튀김에 이르기까지 선명한 일본 특유의 맛을 냈다.


홍대에서 찾은 돈부리집 우메이는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크기가 큰 가게도 아니고 화려한 치장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일본의 분위기를 내고 있다. 일본 음식인 돈부리를 맛보는 맛집이란 걸 드러내는 장식이 살며시 배치되어 있다.


손으로 쓴 재미있는 메뉴판을 보고는 에비가츠동을 주문했다. 새우튀김과 돈까스가 밥 위에 어우러진 요리다. 

  
맨 처음 나온 된장국을 보니 일본에서 먹었던 미소시루가 생각난다. 메주를 그대로 쓰는 한국의 된장국과 달리 일본은 가루로 된 된장인 미소를 쓴다. 맛이 보다 산뜻하고 분명하다.


덴뿌라는 흔히 한국에서는 어묵을 지칭할 때 쓴다. 하지만 막상 일본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재료를 기름에 튀긴 음식을 덴뿌라라고 한다. 하긴 어묵고 생선살을 튀겨서 만드는 것이니 틀린 건 아니다. 우메이에서 시킨 덴뿌라가 말 그대로 ‘튀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사이드메뉴로 딱 알맞다.


알과 샐러드가 얹힌 이 주먹밥은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방법만 안다면 집에서도 가끔 만들어먹고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아마도 나는 실력이 없어서 이런 맛을 내지 못할 것 같다.


같이 온 일행이 시킨 새우튀김만 얹힌 에비동의 모습이다. 새우를 좋아하는 나도 이걸 먹고 싶었지만 다양한 맛을 느끼고 싶어서 에비가츠동을 주문했다. 바삭한 튀김이 마요네즈를 비롯한 드레싱과 어우러진 것이 달콤하기까지 했다.


문득 일본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생각났다. 아직 벚꽃이 다 피기 전인 3월의 일본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조용하고도 평화로운 곳이었다. 기회가 있으면 또다시 해외여행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창밖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선명하고도 좋은 맛에 접시를 다 비운 나는 잠시 창밖을 보았다. 간판이 눈과 어울러진 등롱이 흔들리며 우메이란 글자를 비친다. 참고로 이것은 발음으로는 우메에 라고 하며 매우 ‘맛있다.’ 는 뜻이다.


막상 추위가 한풀 꺾인 뒤에 찾아온 하얀 눈이었다. 그속에서 나는 선명한 일본의 맛을 느끼며 기분좋은 추억 하나를 남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