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처음으로 피자를 먹어본 나는 아직도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경양식집에서 먹은 피자였기에 사실 그렇게 맛있는 고급 피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으로 먹어본 피자는 그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오늘날 피자는 매우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그런만큼 보다 맛있는 피자를 먹어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다. 대중화된 음식은 그만큼 또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고, 빠른 조리와 배달을 위해 간략화되기 때문이다.

 



화덕피자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요즘같이 오븐이나 전자레인지가 잘 보급되어 있는 시대가 아닌 옛날에 피자는 어떻게 구워서 만들었을지를 생각해보자. 화덕이란 수단은 그런 면에서 옛날 방법으로 만드는 맛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화덕피자를 맛보기 위해 강남에 있는 도치(Dochi)피자를 찾았다.



입구에서 보는 간판이 반갑다. 화덕에서 "지글지글" 이란 표현이 특히 재미있다. 피자, 파스타, 코코아, 케이크, 커피 등 여기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표시되어 있다.



안내된 테이블에는 피자를 따스하게 유지하기 위한 촛불이 나를 반긴다. 도치피자는 인테리어가 매우 아늑하고도 재미있다. 기다리는 동안 광택나는 벽에 그려진 여러가지 그림을 감상해보았다. 여러가지 골동품을 이용한 장식 위에 은은한 조명이 감돈다.


주문용 메뉴에는 음식 사진이 붙어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탈리아 말에 약한 나도 쉽게 알아볼 수 있어 좋았다. 주문을 마친 후 잠시 안에 있는 여러 물건과 화덕이 있는 곳, 진열장의 예쁜 초콜릿을 구경했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도치피자 특제의 샐러드가 입맛을 돋우는 에피타이저로 잘 어울린다. 이후 토마토소스와 피자의 맛이 진한 감베리 피칸테가 먹음직스럽게 나왔다.


새우가 들어있는 크림파스타는 풍부하고 진한 맛을 준다. 느끼한 걸 싫어하는 내 취향이지만 충분히 잘 먹을 수 있었다. 특히 이 피자는 꿀에 찍어먹으면 매우 좋다.


버섯이 들어있는 피자는 독특한 식감을 느끼게 해준다. 모짜렐라 치즈위에 얹힌 버섯이 옛날 내가 먹었던 피자 맛 위에 겹친다. 


화덕피자는 도우가 얇아서 부드럽게 씹어먹을 수 있을 뿐더러 끈기가 살아있는 듯 했다. 씹을 수록 더 좋은 감촉이 느껴지는 것이 맛에 민감하지 않은 나로서도 충분히 고급스러운 피자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홍합나티보는 자칫 느끼하게 되기 쉬운 뱃속을 잘 풀어준다. 매운 맛의 조갯살이 위속을 활성화시키는 데 딱 좋다.



콰트로 포르마지는 네 가지 맛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좋은 피자다. 맥주와 함께 먹어보았다. 입가심으로 시킨 음료수도 입속에서 살살 녹는다.


물소젖으로 만든 피자가 엊혀있는 버팔로 피자는 맛이 독특했다. 보통 피자보다 좀더 진한 맛이 그윽하게 입속을 자극했다. 


후식으로 수제 초콜렛을 주문했다. 모양도 예쁜 초콜릿이 맛도 좋았다. 특히 초콜릿 안의 카카오 함량이 매우 높은 듯 하다. 요즘 점점 부자들만 진짜 초콜릿을 먹을 수 있다던데 여기서 제대로 된 초콜릿을 먹을 수 있어 즐거웠다.



초콜릿으로 감싼 케이크와 홍차를 마시자 그윽한 느낌에 사로잡히며 행복감이 밀려왔다. 음식으로 인해 이 정도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본고장의 화덕피자와 수제초콜릿, 거기다가 맛있는 음료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서 도치피자는 한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인테리어도 좋아서 분위기가 살아있는 것이 데이트 코스로도 딱 좋을 것 같다. 화덕피자가 먹고 싶어질 때 또다시 와야겠다.


강남 도치 피자 : 전화 02-556-8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