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조금 조용해졌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비교적 뜨거운 화두가 있었다. 블로그를 비롯한 SNS가 과연 새로운 미디어로서 우리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을까? 만일 자리잡는다면 어떤 모습이 바람직한가? 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었다.



많은 의견이 있었다. 블로그가 주류언론을 아예 대체하는 새로운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의견부터 시작해서, 왜 블로그가 굳이 미디어가 되어야 하느냐는 의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분출되었다. 이런 가운데 비즈니스모델부터 시작해 사회에 미치는 역할까지도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마치 파티 후의 정적처럼 그런 논란이 끝난 후의 현재는 너무도 조용하다. 분명 논쟁은 뜨거웠고 나름의 합일점도 있었지만 막상 그 결과로 이제부터 미디어가 되어야겠다고 선언하고 실천하는 블로거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이른바 파워 트위터리언이나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종종 남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면서 자기 어리석음은 보지 못한다. 애플이 앞장서 성공하자 그것을 따라하는 다른 기업들에게 혀를 차는 블로거들이 많다. 하지만 정작 파워블로거들조차도 미디어가 되고 싶어도 그에 따르는 위험이나 불이익, 수고스러움이 싫어서 기다린다. 만일 누군가 미디어로서 성공해서 막대한 영광과 이익을 누린다면 아마도 그 뒤를 똑같이 따를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까 사회는 항상 욕하는 사람만 많고 실천하는 사람은 적은 것이다.



문제는 일종의 솔루션이다. 블로거 혹은 파워블로거로서 그 사람이 미디어로서 더욱 성장하겠다고 했을 때 이것을 도와줄 어떤 방법이나 경로가 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공식적인 경로는 없다. 본래 블로그가 사적인 공간이자 개인적 전파수단에서 출발했기에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블로그가 미디어가 될 수 없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 방송, 혹은 선택적 음원파일에 불과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작년 민주언론상을 수상했다. 내노라하는 언론인과 언론기관조차도 수상하기 힘든 영광이다. 언론은 당연히 미디어에 속하니까 나꼼수가 상을 탔다는 건 일종의 언론이자 미디어로서 인정받은 것이다. 법적인 위치야 어쨌든 사람들에게 이미 그렇게 각인되었다는 뜻이다.

그 뒤를 이어 다른 팟캐스트도 많다. 뒤늦게 같은 길을 걷는 여러 인터넷방송들이 줄을 잇는다. 한번 길이 열리니까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여러가지 효과를 노리고 합류한 후발주자들이다. 나꼼수와 정치적 성향이 같든 다르든 그들은 감사해야 한다. 선도적으로 길을 열어준 사람이 없었다면 그들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블로그가 미디어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은?



따지고 보면 블로그가 미디어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미디어의 효과를 가지는 글을 올려서 전파하면 되는 것이다. 본래 블로그는 사적인 공간으로 일기 형식의 글로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보는 사람과 반응이 다양해지면서 남들이 본다는 것을 의식한 글이 올라왔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람이나 파워블로거들의 글은 거의 모두 공적인 글에 가깝다. 자기 생각을 담았지만 남이 읽는 것을 의식하고 쓴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미디어의 글과 이런 블로그의 글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조직적인 경로나 복잡한 전문용어를 쓰지않고 가장 간단히 말해보자. 그것은 바로 공공을 의식하냐, 하지 않느냐 하는 차이다.

블로그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만 자기 생각을 중심으로 담는다. 냉정하게 말해서 블로그는 공익이나 사명감 같은 것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기에 자유롭지만, 그러기에 미디어로 인정받지 못한다. 미디어는 대중을 상대로 하고 있다는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하기 싫다. 하지만 본질로서 단 한 마디로 정의해보자. 블로그가 미디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다 사회에 도움이 되겠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자기 주장만 하는 글이 아니라, 때로는 불이익이나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나꼼수가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민주언론상을 수상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소설가가 나름의 지식인으로 존경받는 것은 일제시대부터 시작해 암울한 독재시대까지 많은 소설가들이 현실을 고민하고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글로 표현하며 행동한 결과가 쌓여서 만들어졌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행동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블로그가 미디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이익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보다 치열한 고민과 방향성을 가진 글을 써나가야 한다. 그런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블로그가 계속 쌓이면 결국 블로그는 미디어의 하나로서 인정받을 수 있고 보다 명예로운 형태로서 사회에 자리잡을 것이다.

그러면 그 뒤를 뒤늦게 따라와서 이익만 취하려는 블로그는? 냅두자. 그렇게 기생하는 무리들은 어디에나 있다. 독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믿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