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출간 (명상)


가정으로 밝혀내는 숨겨진 역사

[글 : 이우일 기자 soraji@bookoo.co.kr]

중, 고등학교 시절 '임진록'이란 고전 작품에 대해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임진왜란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조선의 민심이 일본 정벌이란 역사적 가정으로 달래고자 했던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알려져 있다.

이런 임진록의 상상력에 가까운 역사적 가정들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오늘에 불러낸 소설이 한권 출간되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일본을 소재로 작품을 쓰고 있는 안병도씨의 「일본정벌기」가 그 책이다.

지은이가 일본 정벌을 이야기하는 근거는 다름이 아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다시 조선 정벌을 주장하는 주장이 있었음을 포로로 끌려갔다가 풀려난 사람들의 보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정작 일본은 끈질기게 조선에 화친을 청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 통신사에게 지나칠 정도로 융숭한 대접을 한다.

상식적으로 지나친 후회와 반성은 지은이의 의심을 가중시켰고 이순신의 죽음에 대한 의심스러운 가설들이 임진왜란 이후 조선이 비밀리에 일본을 공격했다는 하나의 역사적 가정을 상정하게 한다.

또한 '임진록'에 나타난 비교적 구체적인 묘사들은 지은이의 심증을 굳혀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준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역사적 기록들과 자료들을 바탕으로 일본 정벌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려했던 지은이는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역사를 완성해 낸다.

역사의 가정은 허망한 일일 뿐이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그때 이러이러 했더라면 이라고 후회하고 상상하는 것은 결코 발전적인 발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가정과 상상력이 결합된 역사소설에 주목하는 이유는 어쩌면 의도적으로 숨겨졌을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즐거움과 설레임 때문이다.

이 소설은 결코 완전한 역사가 아니다.

가정과 상상의 역사속으로 떠나는 여행. 지루한 역사로 딱딱해진 우리의 사고를 한껏 풀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