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업계에는 선두주자가 있으면 이것을 따라가는 경쟁자가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이 있으면 엘지가 있고, 미국에서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있다. 컴퓨터 CPU에서도 인텔과 AMD가 그런 관계다.


애플을 노린 태블릿 1차대전은 모토로라와 HP, 삼성, 독일의 중소업체를 포함한 모든 연합군의 집중포화에도 불고하고 아이패드가 이겼다. 그나마 삼성의 갤럭시탭이 약간의 성과를 거두었을 뿐이었다. 고가 태블릿에서 아이패드를 당할 자는 없다는 결론만 남겼을 뿐이다. 

그러나 아마존이 참가한 태블릿 2차대전의 양상은 확연히 달라졌다. 아이패드의 점유율이 55퍼센트 남짓으로 낮아질 것이 예상된다. 나온 지 한달 지난 킨들파이어가 20퍼센트라는 놀라운 점유율을 향해 달리고 있다. 또한 여기에 대항하기 위한 전자책 시장의 2인자 누크 태블릿이 추격하고 있다. 컨텐츠가 없는 PC업체와의 대결에서 이겼던 애플이 반대로 컨텐츠가 거의 전부인 전자책 업체에게 틈새를 허락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양대서점인 아마존과 반즈앤노블은 이제 아이패드가 가진 시장을 서로 빼앗아 차지하기위해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다. (출처)


아마존이 태블릿PC ‘킨들 파이어’ 소프트웨어를 2주안에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경쟁사인 반스앤노블도 e리더기 ‘누크 컬러’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매셔블이 12월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매셔블 보도에 따르면 반스앤노블이 누크 컬러 기능을 개선시키는 한편 넷플릭스와 플릭스터 같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앱을 새롭게 추가할 예정이다. 제품 출시 1년 만에 ‘사상 최대의 업데이트’를 실시하는 셈이다.

우선 누크 컬러를 소프트웨어 1.4버전으로 업데이트 할 경우 반스앤노블이 최근 출시한 ‘누크 태블릿’의 운영체제와 유사한 형태로 발전돼 이북 독자들이 누크 컬러를 사용하는 데에 훨씬 편리한 사용자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또한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추가해 누크 컬러 사용자도 인기 있는 영화나 TV쇼를 직접 즐길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막대한 분량의 컬러 만화를 제공하는 누크 코믹스와 미국 마블사에서 제공하는 만화 소설인 그래픽 노블, 그리고 요리나 예술 분야처럼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이북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컨텐츠가 새롭게 제공될 예정이다.


본래 전자책 업체는 아이북스를 들고 나온 아이패드의 공세가 거세게 몰아쳤을때 움츠러들었다. 아마존이 그저 싸고 가벼우며 흑백 전자잉크라서 햇빛아래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광고하던 때가 얼마전이다. 그런데 지금을 보자.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로 태블릿의 영역을 잠식하고, 자극받은 반즈앤노블이 누크컬러를 업그레이드시켜 대항한다. 오히려 유일하게 전자책을 읽을 수 있던 다목적 태블릿이던 아이패드가 지금은 아이북스를 더이상 내세우지 않게 됐다.

애플의 전자책 아이북스는 어디에 있는가?

낙관적으로 말해보자면 이건 아이패드가 고가 태블릿 시장으로 물러나서면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본래 아이패드에게 전자책은 초기에 쓸 용도를 정해주는 정도에 불과했을 뿐이다. 길게 보자면 아이패드는 노트북의 영역을 넘보는 포스트PC 를 노리고 있다. 여전히 잘 팔리는 지금 굳이 전자책 아이북스를 기능개선하거나 혁신하며 내세울 필요는 별로 없다.  


하지만 달리 비관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아이패드는 이제 전자책 단말기로서의 경쟁력을 잃었다. 전자책을 중점적으로 보기에는 크고 무거우며 액정의 가독성도 좋은 편이 못된다. 더욱이 비싸다. 고가정책을 고수하는 애플의 전략에 의하면 전자책에 특화된 저가 아이패드가  나올 가능성의 거의 없다. 결국 아이북스를 이제와서 다시 중점적으로 해서 전자책 소비자를 끌어들일 힘이 없어 물러나고 있는 셈이다.


아이북스는 여전히 좋은 존재다. 아마존의 독과점을 예방해주고 보다 강한 경쟁을 촉발시킨다. 컨텐츠 공급자에게도 많은 선택의 여지를 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북스는 지금 진화가 멈춰있다. 벌써 아이패드3의 발매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아이북스는 초기버전에서 별반 달라진 것도 없고 제품발표회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이북스는 다시 전면으로 나설 가치가 충분하다. 아이패드의 뛰어난 성능을 이용해서 직접 전자책을 만드는 기능을 넣는다든가, 시리의 음성인식기능을 이용한 대화형 서적 등 많은 가능성이 있다. 애플이 다시금 아이북스로 전자책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넣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