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물을 겉으로만 보기 쉽다. 영화나 드라마만 해도 잘 생기고 예쁜 캐릭터 가운데 진정한 악당은 거의 없다. 악역이더라도 아픈 사연이 있거나, 카리스마를 품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하찮은 불량배는 예외없이 그냥 불량스럽게 생겼다. 사람들의  외모적 선입관이 그런 작품을 만들고 있다.



기업세계도 마찬가지다. 그저 눈앞의 점유율이나 실적이 좋으면 그걸로 끝이다. 실제로 화려한 그 실적 뒤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을 수도 있다. 높은 점유율 가운데 내실이 없어 속으로 기업 자체가 골병을 앓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실적만 좋으면 우리는 끊임없이 그 회사를 찬양하고 본받으라 권한다. 대부분이 그렇다.

한국이 현재 전세계에 내놓고 경쟁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분야가 몇 가지 있다. 그 가운데 티비와 휴대폰, 노트북에 들어가는 LCD패널이 있다. 이 것은 반도체와 비슷한 생산공정을 거치지만 보다 부가가치가 높고 단가가 센 부품이다. 또한 직접 소비자가 눈으로 보는 제품이므로 품질에 대한 요구가 가장 까다롭다.



이런 가운데 한국 업체들이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세계 태블릿 시장의 90퍼센트 남짓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위력을 보이고 있다. (출처)

‘스마트패드 10대 중 9대는 한국산 LCD 패널 쓴다.’
올해 IT 및 모바일 기기 최대 히트상품인 스마트패드(태블릿PC) 시장에서 우리나라 LCD 업체들이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로 TV나 모니터 등 주요 LCD 제품이 판매 부진에 빠진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스마트패널 시장을 석권하면서 대만기업과 수익률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를 합친 시장 점유율은 89.7%에 이른다. LCD 시장 전체 국내 기업 점유율이 50%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스마트패드 LCD에서는 사실상 시장을 석권하는 셈이다. 대만 업체인 CMI, 한스타 등이 3% 수준으로 뒤를 이었지만, 우리나라 업체들과는 10배 이상 큰 격차를 보일 전망이다.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우리나라 LCD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배경은 애플 아이패드와 삼성전자 갤럭시탭 등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에서 검증된 광시야각 패널 IPS(In Plane Switching)를 기반으로 주력 공급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전자도 IPS 계열인 PLS(Plane to Line Switching) 패널로 애플 공급에 성공했다. 또 자사 제품인 갤럭시탭에도 패널을 공급, 점유율을 확대했다.



비록 태블릿에 국한된 시장이긴 하지만 한 시장에서 점유율 90프로라는 건 대단하다. 거의 독과점이나 다름없다. 다른 업체들이 뭉쳐서 대항한다고 해도 도저히 상대가 안되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결과를 낸 엘지와 삼성은 그저 기뻐하며 안심해도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두 업체는 지금이 위기란 사실을 알고 잔뜩 긴장해야 한다.

태블릿 석권한 한국 LCD, 위기인 이유는?

1. 기술적으로는 분명 한국LCD 업체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 불량율 적게 제품을 양산하는 수율도 그렇고, 앞선 방식의 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쉽다. 그러기에 부품 공급에 있어 까다롭기로 유명한 애플이 엘지와 삼성에 저토록 많은 물량을 주문해서 아이패드에 쓰고 있다.



2. 그런데 이런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엘지와 삼성은 정작 별다른 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LCD패널 단가가 떨어져버렸다. 그 원인은 대만과 중국의 추격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물량이 남아도는 과잉생산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3. 문제는 이런 과잉생산이 전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세계 경기는 지금 하강세에 있고, 미국과 유럽 소비자의 소비심리는 위축되어 있다. 그런데도 중국과 대만 업체는 이 기회에 한국업체를 추월하려는 생각에 적자를 감수하고 물량을 쏟아낸다. 이러다보니 선두업체인 삼성과 엘지도 감히 단가를 올려달라는 말을 못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치킨게임을 버텨내서 중국과 대만 업체가 망하든가, 생산량을 줄이면 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독자적인 기술력의 매력적 패널을 생산해내서 부가가치를 올려야 한다. 3D 패널이라든가, 저전력패널, 해상도와 화질이 더 뛰어난 패널을 통해 단가경쟁을 벗어나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도 했다. 한국 LCD업계가 이 기회를 잡아서 한단계 더 기술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