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결코 무제한요금제 마냥 한없이 자원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매우 많은 양이라서 그동안 그다지 의식을 하지 못했을 뿐, 지구가 가진 자원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와 철과 구리 등의 지하자원 등은 캐내서 쓰는 대로 없어지는 것이라 봐야 한다. 고도의 산업화로 날이 갈수록 엄청나게 수요가 늘어나는 이들 자원은 이제 캐내는 데도 뚜렷이 한계를 보인다. 자원이 거의 떨어지는 날, 인류가 엄청난 재앙을 겪게 되리라는 건 누구든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자원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다. 비닐이나 깡통, 유리는 모아서 다시 산업재료로 쓰고, 종이를 모아서 다시 펄프로 되돌린다. 심지어는 컴퓨터나 각종 전자회로 속에 있는 금을 추출하는 도시광산 사업까지 생겼다. 이렇게 자원을 계속 순환하면서 쓰는 것은 한정된 자원의 지구를 보다 오래 깨끗하게 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이런 자원재활용도 좋지만 그 수단이 나쁘면 시장에서 왜곡이 생긴다. 자원을 재활용한답시고 오히려 자원을 낭비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강제적인 조항마련은 그래서 늘 신중해야 한다.

국회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이 교체하면서 버리는 휴대폰이 매우 낭비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폐휴대폰을 의무적으로 수거하도록 하고 그 책임을 단말기 제조사뿐만 아니라 이통사 대리점에도 지우기로 했다. 한 개의 단말기도 버리지 말고 회수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의무 회수 물량까지 두기로 한 모양이다. (출처)



내년부터 휴대전화 제조사만이 아니라 판매업체에도 폐휴대폰 의무수거비율이 부여되면서 이통사들이 소비자에게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 후 옛 기기의 의무반납을 종용할 여지가 커졌다. 근간이 되는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 순환에 관한 법률(자원순환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강성천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자원순환법은 폐전기ㆍ전자제품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 제조사가 부담하고 있던 의무수거를 판매업체(이통사)로 확대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자원순환법은 환경오염을 방지하자는 좋은 취지의 법안이지만 소비자의 통신 라이프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과거 피처폰은 이통사를 옮기거나 기기를 바꾸면 이전 폰의 사용가치가 작았지만 스마트 기기들은 큰 고장이 없다면 MP3플레이어나 PMP 등 멀티미디어 기기로 활용할 수 있다.

반납 기기의 가격 책정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는 반납하는 기기의 종류와 상태 등과는 관계없이 보상금액(SKT 5만원, KTㆍLG유플러스 2만원)이 일정하다. 피처폰 시절에는 한 통신사에서만 기기를 쓸 수 있었지만 현재는 유심기변이 자유로워지면서 스마트폰 중고 거래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정률적인 보상 가격은 소비자의 옛 기기 반납 유인을 더욱 낮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의 경우 2010년 지점에서 수거한 폐휴대폰은 수출(50%), 임대폰(10%), 소외계층 기부(10%) 등으로 이용되고 30%만을 폐기처분했다. 만약 의무회수비율이 현실적으로 책정되지 않는다면 이통사들은 수거비율을 맞추기 위해 재활용이 가능한 수출폰 임대폰 등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일단 이 법의 취지는 좋은 편이다. 첨단 기기의 유행이 빠르게 바뀌고, 휴대폰 기기변경을 빠르게 하는 한국에서 바뀌고난 휴대폰을 자꾸 버리게 만드는 것은 커다란 낭비다.

하지만 이 법을 제안하고 동의한 국회의원들은 지금 시대의 유행이 된 스마트폰에 대해 잘 모르는 모양이다. 스마트폰은 이제까지의 피처폰과는 다르다. 단순히 전화기능이 해지되었다고 해서 전혀 쓸모가 없는 기기가 되지는 않는다. 하나의 작은 컴퓨터의 기능을 하는 만큼 스마트폰은 소형 컴퓨터로 대접해줘야 한다.

스마트폰도 유행지나면 재활용 쓰레기인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자원순환법은 기기변경을 통해 해지된 스마트폰을 다 마시고 난 페트병이나 비닐포장지와 같은 재활용 쓰레기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전화기능이 없어진 순간, 사람들이 즉시 기기에 대한 가치를 잊어버리고는 버리는 물건이 될 거라 보고 있다. 그러니 이왕 버리려면 저를 주세요 하는 식인데 지금 시대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전화기능을 해지한 후에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동영상과 음악 감상이란 전통적인 PMP기능부터 시작해서 휴대용 게임기로 될 수도 있고, 소셜 미디어를 즐기는 전용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자칫 내년 1월부터는 약간 오래되어 버린 스마트폰이 그저 쓰레기로 취급될 수 있다. 해외로 수출하거나 분해해서 폐기하는 등 수난을 겪어야 한다.



아무쪼록 이 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지금이라도 스마트폰을 직접 써보며 무엇인지 그 실체를 파악해보았으면 한다. 다양한 활용을 해보고 나면 유행이 지났다고 대략 6개월 마다 바꾼 후의 스마트폰이 쓸모없는 재활용 쓰레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소비자와 이통사를 모두 괴롭히는 이런 법이 보다 자원재활용과 지구 환경보호라는 목적에 걸맞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시행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