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평소에 즐겨서 하는 말이 있다. '세상에는 얻는 게 있으면 항상 잃는게 있다.' 는 문구다. 정확히 이 말을 누가 어디서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만큼 세상사를 관통하는 말도 없다고 생각한다. 마치 균형을 잃을 걸 걱정하기라도 하듯 세상은 항상 우리에게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맞춰가며 준다.

이동통신계에서도 이와 같은 경우가 전개되고 있다. 우선 좋은 뉴스를 한번 보자. 이동통신사들이 그동안 치열하게 막으려 애썼던 기득권들이 하나씩 깨지고 있다. 카카오톡과 각종 메신저 앱, 무료문자앱의 보급으로 인해 문자메시지에 20원씩 과금하던 기존 통신사의 수익모델이 깨져가고 있다. 게다가 이젠 무료통화 앱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심지어 단말기를 만드는 제조사 차원에서 무료통화앱을 기본 탑재해서 내놓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출처)



7월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기본 서비스로 탑재하기 위한 mVoIP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mVoIP는 기존 전화망 대신 스마트폰의 와이파이와 3G, 4G 등 데이터 통신을 활용해 음성 및 영상통화를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인터넷 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요금이 무료 수준으로 저렴하고, 스마트폰 뿐 아니라 PC와 노트북 등 인터넷을 이용하는 대부분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제조사들이 mVoIP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애플 앱스토어와 아이클라우드의 예에서 보여지듯이, 제품만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제품군들을 통해 일종의 생태계를 형성하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 업계는 삼성전자가 삼성앱스와 S클라우드(가칭)를 제공하고, LG전자가 LG앱스, 팬택이 스카이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자사 제품군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4G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는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서비스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mVoIP 서비스가 제품 생태계 형성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특히 3G 이동통신 시대에는 느린 데이터 전송속도로 3G망에서 일상적으로 인터넷 전화를 이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LTE와 와이브로 네트워크는 와이파이급의 데이터 전송속도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했다는 평가다.

한편,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mVoIP 개발 움직임은 이동통신사들과 갈등을 낳을 소지가 충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스마트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글 보이스와 페이스북이 기본 제공하는 스카이프 서비스 등이 앞으로 보편화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 거대업체들의 공세에 대비하는 의미이지 통신사들과 불편한 관계를 가지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통화기능은 이동통신사의 핵심기능이자, 동시에 핵심기득권이다. 이동통신사가 단순한 무선 망 관리 사업체가 아닌 이유는 바로 이 통화기능을 독점하면서단말기 회사를 길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료통화앱은 이런 기득권을 부숴버린다. 따라서 이동통신사에게 있어 정말로 최후까지 지켜야할 보루다.

그런데 반대로 단말기 업체에게 이런 이통사의 기득권은 깨뜨려야 할 낡은 개념이 된다. 이통사가 수세적으로 쥐고 있는 음성통화 독점은 기술의 진보를 가로막고, 돈만 잡아먹는 구세대 서비스로 보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통사는 지금의 무선 인터넷 사업자처럼 망 그 자체만 제공하는 사업자가 되는 쪽이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본래 아이폰 이전이라면 있을 수도 없는 무료통화앱 기본 설치라는 이슈가 만들어졌다. 아이폰이 선도적으로 운영체제에 공짜 메신저기능, 공짜 영상통화 기능을 넣음으로서 기득권을 앞장 서 파괴하며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게 원인이다. 이대로는 이통사와 단말기 회사가 공멸할 판이니 둘은 그간의 밀월관계를 깨고 기득권에 도전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무료통화앱은 소비자들에게 더 적은 데이터 요금으로 보다 많은 통화와 유용한 기능 활용을 제공할 것이다.

무료통화 앱이 무제한 요금제를 없애게 될까?

그러나 과연 이것이 마냥 좋은 소식일까? 그렇지 않다. 바로 이 무료통화앱의 확장이 결국 이통사로 하여금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반듯한 논리를 가지고 말이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천만 명을 넘어섰다. 2009년 11월 아이폰의 국내 출시를 계기로 스마트폰이 본격 확산되기 시작해 2009년 말 80만 명에 불과했던 스마트폰 가입자수가 금년 3월에는 천만 명을 돌파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올해도 지속돼 연말에는 2천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스마트폰 가입자 비중을 보면 20대가 35%, 30대가 29%로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가입자의 84%가 스마트폰용 정액 요금제에 가입했으며 5만 5천 원 이상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 비율이 52%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글에서 보듯이 이제는 스마트폰에 가입해서 무료통화 앱을 쓸 수 있는 소비자가 천만에 달한다. 게다가 데이터만 소비하는 무료통화앱인데 절반이 그 데이터를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했다. 이 말을 바꿔보자. 스마트폰 가입자의 절반이 특별히 돈을 더 내지 않고도 무제한으로 펑펑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가입자란 뜻이다.


결국 이렇게 되면 이통사는 계약위반에 대한 부담이나, 사회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해야 할 이유가 생긴다. 심각한 수익모델 파괴를 명분으로 삼으면 된다. 엄밀히 따지면 비싼 무제한 요금제를 받고 있으면 손해볼 건 없다. 요금을 더 받아야만 유지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통사가 영역을 줄이고 망관리자로서 수익에 집중히한다면 오히려 흑자를 볼 수 있다. 자기 하기 나름이다.

조만간 우리는 무료통화앱과 무제한요금제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라는 이통사의 최후통첩을 받게 될 듯 하다. 과연 어느 것을 골라야 현명한 걸까? 역시 세상에는 얻는 게 있으면 그만큼 무엇인가를 잃어야 하는 것만 같다.

무료통화앱의 연이은 출시예고는 기쁜 일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무료통화앱이란 하나를 얻은대신 무제한요금제라는 다른 하나를 잃어야 할 것만 같다. 과연 어떻게 될까? 이통사가 스마트폰 가입자 천만명을 앞에 두고 당당히 무제한 요금제 폐지를 선언할 수 있을까? 향후 추이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