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은 왜 이른바 '문어발식 경영'을 할까? 그냥 재벌이 원래 부도덕하기 때문에 그럴까?

사건을 볼 때 무조건 단순하게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 나는 어렸을 때 북한 주민들이 전부 피죽만 먹으며 탄광에서 일하는 줄 알았다. 또한 북한 당간부는 늑대모습이고 김일성과 김정일은 돼지처럼 생겼다고 믿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사람이 일으키는 사건은 그것이 비록 옳든 그르든 그 나름의 논리적인 이유가 있다. 그걸 알아내고 분석하는 것이 바로 올바른 평론이다.

재벌이란 보통 사업 단위로 구성된 사업체를 다방면에 걸쳐 가지고는 선단식으로 조직화한 집합체를 말한다. 관련 사업뿐만이 아닌 전방위적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기업 규모가 크면 특히 재벌이란 말을 듣는다.



삼성은 제일모직 같은 경공업, 삼성 중공업과 같은 중화학 공업,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기업, 삼성생명, 삼성카드 같은 금융업, 호텔 신라 같은 호텔업까지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업종을 운영하게 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대규모 장치산업을 일으킬 때 그룹 전체에 주는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즉 문어발 경영은 어떤 분야의 적자를 견디며 장기사업을 할 수 있는 위험분산이란 장점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재벌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일뿐이다. 한 국가의 산업전체를 볼 때 문어발 경영은 그 피해가 매우 크다.)

삼성의 경우에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반도체쪽 산업이다. 반도체 산업의 특징은 마치 파도와도 같은 특정주기의 호황기와 불황기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불황기가 되면 반도체 값이 폭락해서 엄청난 적자가 누적된다. 견디지 못한 기업이 철수하거나 투자를 줄이고, 생산량을 낮추면 그대로 패배자가 된다. 반대로 이때 공격적으로 설비를 더 늘리고 차세대 라인을 설계하고, 더 많이 생산해서 점유율을 늘리면? 그럼 다시 호황기가 왔을 때 천문학적인 이윤을 보게 된다.

문제는 그걸 알면서도 대체 언제 호황이 올 것인지, 그때까지 얼마나 적자가 누적될 지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앞날을 모르면서 무조건 적자를 견디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일본 반도체 업계가 불황에 견디지 못했을 때 삼성 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결단에 따라 엄청난 투자를 해서 세계 1등 반도체 기업이 될 수 있었다. 바로 이때 반도체 분야의 엄청난 적자를 메워주면서 견딜 수 있는 힘을 준 것이 어디였을까? 바로 다른 업종이다. 문어발 경영이라 비난받던 그 업종들이 돈을 벌어 반도체가 견딜 토대를 마련해 준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연속된 승리는 바로 이런 구조속에 이뤄져 왔다. 반도체로 1등이 된 후, 디스플레이 LCD 부분에서 라인을 증설하면서 대만업체, 일본업체와 치열한 치킨 게임이 벌어졌다. 이때 디스플레이의 엄청난 적자를 메워준 것이 반도체의 흑자였다. 그리고 디스플레이가 활황을 맞아 천문학적인 흑자를 내면서, 반대로 동시기에 반도체업계가 벌인 치열한 치킨 게임에서 삼성을 든든하게 받쳐주었다. 다른 회사들은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지 못했기에 곧바로 적자에 손들어버렸던 것이다. 삼성의 문어발 구조는 이런 점에 기인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에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가 동시에 공급과잉으로 불황으로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만일 두 분야가 적자로 돌아선다면 삼성전자내에서 이 걸 막아주는 것이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휴대폰 분야정도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부족하다. 차세대를 이끌어갈 분야에서 삼성에 엄청난 수입을 올려줄 분야가 필요하다. 이건희 회장이 요즘 강조하는 차세대 먹거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이 찾아낸 분야가 있다. (출처)



"태양전지 원자재인 폴리실리콘의 가격은 ‘냉탕’을 헤매고 있지만 증설 상황은 말 그대로 후끈한 ‘온탕’이죠.” 업계 관계자 A씨의 진단이다. 폴리실리콘의 가격은 올해 고점 대비 40%나 급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 LG 등 대기업들은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하지만 삼성·LG·한화 등 국내 대기업은 폴리실리콘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강공모드다. 최근 한화케미칼은 오는 2013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연산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정밀화학은 미국 MEMC와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해 폴리실리콘사업을 시작했고 LG화학도 5000톤 생산을 목표로 공장 증설에 힘쓰고 있다. KCC는 만도 보유 지분을 매각해 얻은 이익을 폴리실리콘 사업을 포함한 신사업 투자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S-OIL은 지난 5월 한국실리콘의 2대 주주로 오르면서 폴리실리콘 사업에 발을 담궜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폴리실리콘 가격이 떨어져도 OCI의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50% 수준”이라면서 “다른 기업들이 충분히 뛰어들만하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 반도체와 LCD에서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미래의 잠재 수요를 보고 과감한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최근 동향은 태양광에 비전이 있다고 본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국내 에너지조사기관인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2013년이면 한국이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에서 중국과 1~2위 자리를 놓고 타툴 것으로 전망된다. 2년 뒤면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량이 9만8500톤으로 올해 3만7895톤의 3배로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삼성의 차세대 승부수, 이번엔 태양광 소재인가?



불황때 오히려 더 설비를 증설하고 공격적으로 나선다. 이것은 그야말로 다른 분야에서 충분한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만이 가능한 일이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대기업이 여기에 사활을 건 이유는 이미 삼성반도체가 이런 식으로 시장을 제패했기 때문이다. 한번 주도권을 놓치면 끝장이라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다른 대기업도 절실하겠지만 특히 삼성의 절실함이 더 돋보인다. 폴리실리콘 분야는 결국 반도체 산업과 설비와 기술특성이 비슷하다. 하드웨어 중심의 장치산업이란 뜻이다. 거기다 미래에 각광받을 재생 에너지 사업이다. 그러니 그나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돈을 벌어줄 때 여기에서 1등을 해야만 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동시에 불황기가 되었을 때 어딘가에서 많은 이익이 나오지 않는다면 삼성전체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의 차세대 승부수는 바로 태양광 발전을 위한 반도체 소재산업에 있는 셈이다.

유가가 폭등하고, 자원이 계속 고갈되는 현재 상황을 볼 때 이 방향은 분명 옳다. 삼성은 놀라울 정도로 미래의 수요를 잘 간파하고는 벌써부터 넘치는 자금력으로 선두를 차지하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도 나름 필사적이다. 뻔히 보이는 미래를 놓치고 싶은 기업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결국 자금력 싸움이고, 태양광 소재가 반도체와 특성이 비슷하다는 점을 볼때 삼성의 우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설령 이 싸움에서 삼성이 국내 경쟁자를 제압했다고 해도 그게 끝이 아니다. 그 뒤에는 중국업체와의 피말리는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옛날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패기 넘치는 삼성과의 싸움에서 고전했듯이, 삼성을 기다리는 중국 업체 역시 패기만만하다. 과연 중국업체들에 맞서서 한국이 이길 수 있을까? 이 분야에서 앞으로의 전개가 자뭇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