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 가운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구가 있다. 원인과 결과를 구별할 수 없거나, 난마처럼 얽혀있는 상황에서 서로 묶여있는 해결책 가운데 선택이 힘들 때 쓰이곤 한다.



한국 IT업계에서 대표적으로 이런 곤혹스러운 문제가 있다면 그건 우리가 평범하게 컴퓨터에서 쓰는 웹브라우저 문제다. 일상적으로 컴퓨터 지식이 없는 사람은 그냥 운영체제인 윈도우에 내장된 인터넷 익스플로러란 웹브라우저를 쓴다. 아직 업그레이드를 안해서 윈도XP를 쓰는 사람은 익스플로러6 - 줄여서 IE6를 쓰고 있다.

그런데 이 IE6는 유명한 골칫거리다. 나올 당시에는 첨단기술이 적용된 웹브라우저였겠지만 햇수가 벌써 십년을 넘었다. 이제는 구식 가운데서도 골동품에 속한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것을 쓰고 있는 사람이 많다. 별다르게 컴퓨터를 바꾸고 싶지도 않고, 운영체제도 윈도XP에 머무르는 데다, 그저 간단한 웹서핑이나 즐기는 사람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발자와 각 회사들이다. 여전히 IE6를 쓰고 있는 사람이 많기에 호환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옛날 기술에다가 웹표준기술도 아니다보니 너무 힘이 든다는 것이다. 최근에 나오는 웹브라우저와 호환성이 뚝 떨어지는 IE6를 위해 별도로 코딩을 해야 하고, 보안설계도 더 복잡해진다. 그래서 급기야는 사용자들에게 제발 그만 써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만든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마저도 IE6 사망선언을 하고는 쓰지 말라고 권유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는 이제 방통위까지 나서서 각 포털과 함께 캠페인을 벌이게 되었다.(출처)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주요 포털과 마이크로소프트, 유관기관 등과 함께 '구버전 브라우저 업그레이드 및 멀티 브라우저 사용을 위한 인터넷 이용환경 캠페인을 올 연말까지 진행한다고 7월 13일 발표했다.

캠페인에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와 마이크로소프트,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인터넷 전문가협회등이 참여한다. 캠페인은 구버전 브라우저(IE6) 업그레이드 및 다양한 브라우저의 활용을 통해 글로벌 선진 인터넷 이용환경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IE6(Interner Eplorer 6)는 10년전인 2001년 8월 등장해 노후화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광범위하게 시용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4%에 불과하지만 IE6의 국내 점유율은18%에 달한다.


그런데 이 뉴스를 보면서 어쩐지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분명 세계적으로 이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기에 방통위가 각 포털과 나서는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그런데 그 대상이 어디인가? 그냥 수동적인 인터넷 사용자들이다.

방통위의 IE6 퇴출 캠페인, 방향이 틀린 이유는?

기사의 맨 마지막 부분을 보자. 세계적으로 IE6는 어차피 사라져가는 추세다. 4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 18퍼센트나 쓴다. 이게 어째서일까? 한국 사용자가 가난해서 컴퓨터 사양이 유난히 떨어지기라도 할까? 아니면 한국만 유난히 게을러서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를 업그레이드 하지 않고 있을까?

그게 아니다. 원인은 바로 한국 인터넷 업체들이 구축해놓고 바꾸려하지 않는 액티브액스 시스템에 있다. 정부 관공서에서 서비스를 받으려고 해도, 은행에서 인터넷 뱅킹을 받으려고 해도, 홈쇼핑에서 결제를 하려고 해도 도저히 피할 수 없이 따라붙는 게 바로 이 액티브 엑스란 프로그램이다. 클릭하면 깔라고 나오는 데 이걸 깔 수 있는 환경은 아주 한정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액티브 엑스는 1) 인텔, 혹은 호환되는 X86코드 CPU를 쓴 컴퓨터에서, 2) MS 윈도우 시리즈를 운영체제로 깔고, 3) 인터넷 익스플로러란 MS의 웹브라우저를 써야만 성공적으로 깔아서 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런 한정적이고 지극히 페쇄적인 시스템을 한국은 정부와 금융기관, 홈쇼핑에다 웹하드 업체까지 전부 쓰고 있다. 최근에 와서 리눅스나 사파리 등을 지원하면서 액티브 엑스를 안쓰려는 움직임도 있으나 아직 미미하다.

한국 사용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넷북이나 약간 사양이 떨어지는 컴퓨터에서 쓰기 위해 윈도XP를 깔아서 쓰는데, 각종 홈쇼핑이나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IE6를 쓰는 것이다. 상위버전인 IE7, IE8 도 있지만 이들은 속도도 느리고 종종 액티브 엑스와 충돌을 일으키곤 한다. 그러니 가장 무난한 IE6를 쓰는 것이다. 나도 지금 옛날에 나온 초소형 컴퓨터에서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위해 IE6를 쓰고 있다. 속도도 잘나오고 충돌도 거의 없다.



결국 방통위는 MS와 포털과 손잡고 사용자가 아닌 관공서와 금융기관, 인터넷 쇼핑 업체를 상대로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액티브 엑스를 쓰지 말고 다른 브라우저로도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자고 말이다. 그렇게 되면 굳이 사용자들이 IE6같은 구식 브라우저를 쓸 이유가 사라진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다. 개발자는 사용자가 안쓰면 IE6가 사라질 거라 말한다. 하지만 사용자는 먼저 IE6가 없어도 모든 걸 할 수 있는 웹환경이 되면 안쓸거라 말하고 있다. 어느쪽이든 해결책은 되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자본주의에서는 소비자가 왕이다. 소비자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 업계가 먼저 환경을 구축한 뒤에 요구하는 게 옳다. 내가 방통위의 이번 캠페인 방향이 틀렸다고 굳이 말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