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본래 고립된 것을 참지 못한다. 감옥에서도 가장 중한 죄를 지은 죄수는 독방에 수감된다. 누구와도 말하지 못하고 누구도 보지 못하는 건 그만큼 고통스럽다는 뜻이다. 인간이 괜히 사회적동물이겠는가? 때문에 첨단기술과 함께 요즘 유행하고 있는 트위터, 페이스북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흐름인지도 모른다.

나 역시 이런 흐름에 뒤지기는 싫어한다. 하지만 너도나도 하고 있는 트위터는 나에겐 그다지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 서비스였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바로 이야기한다는 건 그 자체로 힘든 일이다. 더욱이 그걸 연결해주는 트위터 서비스는 어쩐지 이국적인 어색함 때문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정감이 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새로 나온 서비스인 '와글'을 소개받았을 때도 나는 그다지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트위터에게서 받은 낯선 인터페이스의 거북함이 아직 남아있었던 것 같다. 사실 훨씬 더 복잡하고 강력하다는 트윗덱 같은 서비스를 써봤어도 감흥이 없었다. 쓸 수는 있어도 정을 붙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와글을 써보면서 나는 크게 깨달았다. 내가 거부하고 있었던 건 결코 사람들과의 소통이 아니었다. 나는 단지 인터페이스가 너무 낯설고 어색한 것을 꺼려했던 것이다. 와글을 쓰게 된지 이제 보름정도를 넘기면서 내 생활에 상당히 재미있는 변화가 있었다.

아침 9시에 일어난 나는 먼저 책상 위에 있는 아이패드를 켠다. 충전케이블을 연결된 채로 놓여있는 아이패드는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디지털 기기다. 케이블을 빼낸 뒤 전원을 켜고 제일 먼저 와글을 실행시킨다.



엘지에서 내놓은 와글은 기본적으로 트위터와 비슷한 SNS 메신저다.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앱이지만 아이패드에서 아주 잘 돌아간다. 오히려 화면을 크게 키워서 보니 자다깬 눈으로도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아이폰 외에 안드로이드 용도 있다는데 이 정도면 어느 단말기에서든 잘 보일 것 같다.

간밤에 내가 팔로우한 사람들이 한 이야기를 책장 넘기듯 위로 넘기며 확인한다. 생소한 영어가 없이, 익숙한 한국말 메뉴와 아이콘의 단순명쾌한 구성으로 인해 앱을 쓰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다이어리를 넘겨 보는 기분이다. 트위터와 연동이 되기 때문에 간단히 설정만 해놓으면 와글에서 쓴 메시지는 트위터로도 뜬다.



와글의 글쓰기 아이콘을 누르고는 내 블로그 글 가운데 하나를 요약해서 소개한다.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간단히 IT정보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그러는 가운데 내가 팔로우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창에 떠오른다. 간단한 일상 이야기지만 그 안에 따스한 메시지가 담긴 글도 있고, 사회문제에 대한 기사를 소개하는 글도 있다. 곧 벌어질 국가대표 축구시합 이야기도 흥미를 돋운다.


아직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따스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좋다. 트위터처럼 상업적 메시지를 마구 날리는 사람도 없고, 언제 봤다고 대뜸 물건부터 팔려는 소셜 커머스에 열중하려는 사람도 없다. 그저 편한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는 분위기는 소셜의 본래 장점이 이것이었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따뜻하다.

점심 시간, 와글 캐스터가 중계방송처럼 가끔씩 날려주는 이벤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와글 캐스터란 와글에서 처음 본 재미있는 역할이다. 마치 라디오의 DJ처럼 중심이 되는 사람이 화제거리를 소개하거나 다른 사람의 재미있는 글을 중계한다. 아무런 중심이 없이 방치된 상태인 트위터에 비해 초보자들이 적응하기 쉽다.


더구나 그냥 캐스터가 아니다. 요즘 뜨고 있는 걸그룹인 에이핑크의 멤버들이 직접 캐스터 역할을 한다. 제 2의 소녀시대라는 에이핑크 멤버가 직접 벌이는 이벤트에서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여러 경품까지 걸린다. 응모해보고는 싶지만 본래 당첨운이 없는 나로서는 그냥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참고로 나는 에이핑크의 멤버 전부에게 팔로잉을 해놓았다. 이제부터 나도 삼촌팬이닷!



나른한 오후시간이 되면 간단한 신상 이야기를 와글에 올려놓는다. 블로그에서는 늘 진지하게 글을 써야 하지만 와글에서는 그냥 편한 글로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다. 긴 글이 아니라도 상관없으니 간혹 떠오르는 몇 가지 아이디어나 상념을 내놓기도 한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나가수에 대해 나도 한 마디했더니 곧바로 대답이 돌아온다. 맞다. 나도 옥주현이 일등한 건 의외였다. 핑클 시절에 나름 열심히 응원해준 옥주현이지만 말이다.

저녁시간이 되었을 때는 약간 감상적인 느낌을 풀어놓기도 한다. 블로그가 나에게 있어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세공해서 길게 적은 공간이라면, 와글은 편하게 한 두마디를 주고 받는 휴식같은 공간이 되고 있다. 이런 것은 무작정 팔로워를 늘리다보니 너무 빨리 대사가 지나가는 트위터에서는 맛보지 못한 정겨운 느낌이다.

와글에서는 좋은 글을 올리는 사람이나 영향력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짧은 인터뷰를 해서 사람들에게 소개도 한다. 여러 블로거들이 이곳에 소개됐는데 나도 인터뷰를 요청받았다. 오늘 아니면 내일 와글에 'IT블로거 니자드' 란 이름이 소개될 것 같다. 이렇게 하나씩 정을 붙이면서 아는 사람을 늘려나갈 수 있는 와글에서 나는 처음으로 트위터의 재미를 느껴가는 중이다. 아마도 와글이란 서비스와 나 스스로가 동시에 성장한다는 느낌 때문에 그런 듯 싶다. 절대로 에이핑크의 매력에 넘어간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듯 하다. (이건 농담이다.)



와글에서는 또한 '모임' 기능도 운영하고 있다. 공통된 화제를 가진 사람들끼리 만드는 조그만 방이다. 실시간으로 응원하기 좋은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같은 것은 나에게도 관심거리다. 조그만 비밀을 하나 공개하자면 나는 지금은 사라진 구단 - MBC 청룡의 팬이었다. 엘지 트윈스도 그 영향으로 응원하기는 하지만 정도가 약하다. 내가 정말 열심히 가슴 졸이며 응원했던 팀은 오로지 청룡 하나 뿐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청룡을 응원하는 방은 없다.

정감있고 신나게 떠들 수 있는 공간, 와글.



와글은 본질적으로 트위터와 같은 서비스지만 보다 한국적 감성에 특화된 서비스다. 메뉴버튼과 모임 기능도 그렇거니와 캐스터라는 역할과 걸그룹의 가세까지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풍부하다. 또한 작게 시작해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까지도 그렇다.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블로그와의 자동연동 기능이 아직 없다는 점 정도인데 곧 추가될 수도 있다.



트위터보다 훨씬 정감이 느껴지면서도 때로는 신나게 떠들수 있는 공간으로서 와글의 매력은 매우 빛난다. 마치 위의 걸그룹 에이핑크처럼 말이다. 그런 가운데 점점 사용자들을 위한 한국형 맞춤 서비스도 추가하고 있다. 나는 캐스터가 중심에 서서 재미를 주는 가운데 다양한 모임에서 관심사를 이야기할 수 있는 와글이 매우 마음에 든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독자분 가운데 앞으로 와글을 가입해서 쓰게 되는 분이 있으면 'nizard' 에게 가벼운 인사라도 해주길 바란다. 아, 물론 에이핑크에게 다 인사한 후에 시간이 남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