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기로에서 늘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애문제라면 미스코리아급 외모에 성격 나쁜 여자와, 이영자급 외모에 천사같은 성격의 여자 가운데 한 명을 사귀어야 하는 그런 선택 말이다.

보통 우리는 그런 선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한쪽을 선택하긴 해도 늘 다른 한쪽으로 선택하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게 된다. 사람은 그런 면에서는 합리적인 논리만으로 납득하지 못한다. 요즘 인기절정인 애플의 제품 역시 소비자에게 이러한 선택을 강요한다. 바로 배터리다.



애플 제품은 독특한 미니멀리즘 디자인과 설계철학에 따라 대부분 내장된 일체형 배터리를 제공한다. 맥북 프로는 알루미늄을 통째로 깎아서 만든 유니바디속에, 아이패드와 아이폰 역시 매끈한 곡선형 케이스 속에 배터리를 감추고 있다. 이 케이스들은 매우 견고할 뿐더러 쉽게 열 수 없다. 사용자가 함부로 개봉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애플은 별도의 탈착형 배터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 배터리가 반영구적으로 기능을 발휘하는 반도체와 달리 매우 짧은 수명과 열화 특성을 지닌 제품이란 점이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서울경제신문)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공식 출시된 지 1년이 다가오면서 배터리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아이폰3GS 이용자들 사이에서 배터리 성능 저하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대다수가 지난해 11월 말 아이폰 출시 초기에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로 사용 기간이 1년을 넘어가면서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 탓이다. 실제로 네이버 스마트폰 카페 등 주요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아이폰 배터리 교체를 문의하는 게시글이 폭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휴대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300번 정도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수명이 80% 수준으로 저하된다. 하루에 1번 꼴로 충전을 하면 1년 후부터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셈이다. 특히 스마트폰은 액정화면이 크고 이용시간까지 많아 일반휴대폰보다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

문제는 미국에서는 80달러 가량의 비용을 지불하면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 아이폰 배터리를 교체하려면 애플 애프터서비스를 방문해 29만원을 내고 중고부품을 재활용한 ‘리퍼폰’을 구입해야 한다. 리퍼폰은 수리를 마친 제품의 일부 칩셋을 재활용한 것으로, 액정화면과 배터리ㆍ케이스 등은 새 부품을 활용한다. 애플은 리퍼폰이 새 제품과 다름 없어 소비자들에게 이득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상 배터리 교체에 29만원이 드는 셈이다.

한편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업체가 생산한 스마트폰 제품들은 배터리를 1만~2만대 가격에 쉽게 구입 가능해 아이폰과 같은 배터리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대조적이다.



애플의 일체형 배터리는 매력적인 디자인을 제공한다. 또한 사용자의 편의성을 약간 증대시켜 주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 사용자의 배터리 교체를 불가능하게 차단하는 불편을 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배터리 소비를 과도하게 촉진시켜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면이 있다. 유럽연합은 현재 이 부분에 대해 애플 제품을 문제삼은 환경단체의 주장에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기도 하다.

과연 애플의 일체형 배터리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1) 현재의 2차 배터리의 수명과 성능은 충전횟수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배터리가 굳이 필요없을 때는 충전을 차단하고 외부전원만으로 쓰다가 필요할 때만 연결해서 쓰는 방식이 가장 좋다. 또한 배터리를 쓰지 않을 때는 빼놓는 것도 수명연장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애플의 일체형 배터리는 이런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2) 내장된 배터리의 수명이 다 되었을 때, 빼내고 바로 추가 배터리를 장착해서 쓸 수 없다. 보다 복잡한 회로와 간접적인 외장 배터리가 필요하다. 이것은 직접 연결하는 착탈 배터리에 비해 전력 효율이 떨어지므로 전력을 쓸데 없는 곳에 낭비하게 된다.

3) 성능이 현저히 저하된 내장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으므로 그곳에 어떻게든 완전충전을 하기 위해 꽂아두게 된다. 그러나 이미 성능이 많이 낮아진 배터리는 충전에 드는 전기를 헛되이 흘려버릴 뿐 충분히 저장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만큼 전기가 헛되이 소모된다.



애플 제품이 그다지 많이 팔리지 않았을 때는 상관없었다. 그러나 지금 애플은 분기발표마다 엄청난 숫자의 매출을 보고하고 있다. 더구나 매킨토시와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애플 제품 거의 전부가 일체형 배터리를 쓴다. 마치 스타벅스의 종이컵 마냥, 무심코 소모되어 낭비되는 그런 배터리 한 두 개가 모여 지구를 덮지 않을까 예상될 정도다. 새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드는 자원이나 에너지까지 합치면 상당한 자원과 전력이 추가로 소모되는 셈이다.

애플 제품의 배터리 문제, 해결책은 없는가?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살면서 선택을 한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게 일체형 배터리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가벼운 무게, 쉽고 편리한 사용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로 인한 1년 이상 사용자의 배터리 불편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적어도 애플이 팔고나면 끝이라는 다른 기업과 다르다고 말해왔지 않는가?



애플에게 있어 이런 배터리 문제의 해결책은 몇 가지가 있다.

1) 배터리 내장 방침을 바꾸지 않으려면 장기적으로 재충전시 성능열화가 적은 2차전지를 개발하든가, 지원해서 자사 제품에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300회가 아니라 3천회 이상 되어야 성능열화가 약간 발생하는 전지를 탑재한다면 항의하거나 문제삼는 목소리는 거의 없어질 것이다.

2)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 착탈과 교환이 자유롭게 가능한 배터리를 도입해야 한다. 알코올을 이용한 연료전지 등의 도입도 좋을 것이다.

3) 단기적으로 가장 실현가능한 방법은 배터리에 대한 원가수준의 저렴한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원낭비라는 비난은 듣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드는 교체 서비스보다는 호응이 있을 것이다.



배터리 역시 하나의 사용자 경험이다. 애플이 멋진 운영체제와 훌륭한 인터페이스에 덧붙여 멋지고 강력한 배터리라는 또 하나의 좋은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