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나이드신 분들이 발전하는 첨단기술에 따라가기 어려워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리모콘 사용법을 모른다든가, 컴퓨터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 말이다.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렸다니까 놀라면서 어머니가 컴퓨터위에 살충제를 뿌렸다는 말은 전설적인 농담이 될 정도이다.

단순한 농담이나 남의 이야기라면 이런 것도 나름 유쾌한 농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게 현대를 살아가는 내 자신의 이야기가 되고 보면 전혀 유쾌하지 않다. 오히려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지금도 매스컴에서 스마트폰이나 소셜 서비스에 대한 용어가 쏟아져 나온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란 단어를 듣고는 그게 뭔지 이해하지 못하면 신세대와 이야기 자체가 안될 수도 있다. 블로그나 소셜 커머스같은 용어의 정의를 안다는 게 대화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종종 기술이 너무 급속히 발달하다보면 제법 유행에 민감한 사람조차도 그 개념을 따라가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일렉트로니스타)

 

삼성은 잉크젯으로 프린트 한 19 인치 AMOLED TV를 FPD 인터내셔널 2010에서 공개했다. 이 19 인치 AMOLED TV는 960 x 540 해상도, 58ppi, 200cd/m2 휘도, 1,677만 컬러, 8-bit 컬러 스케일, 62% 컬러 재현율 등을 제공한다.
삼성은 이 제품이 아직 개발 중이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출시일은 밝히지 않았다.  
일본 세이코는 비슷한 잉크젯 프린트 방식을 사용한 14 인치 OLED 패널을 작년 5월에 공개한 바 있고, 이는 60ppi, 6-bit 컬러 스케일, 100cd/m2 휘도 등을 제공한다.
삼성은 올해 초 31 인치 AMOLED TV를 공개했고, 내년 말에 42 인치 AMOLED TV를 공개할 예정이지만, 이 두 제품들 다 잉크젯 프린트 패널들은 아니다.

 
잉크젯으로 프린트한 텔레비전이라니 대체 무슨 말일까? 잉크젯이라면 컬러프린터에서 사용되는 방식으로 색색의 잉크를 노즐을 통해 뿜어내 그림을 인쇄하는 방식이름이다. 그런데 잉크젯으로 텔레비전을 만든다면? 잉크젯 프린터로 텔레비전 그림을 출력해서 모형이라도 만들었다는 뜻일까? 길거리에 세워진 간판 용도의 모형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런 모형을 만든 것이 무슨 뉴스거리가 될 리도 없다. 또한 일본이 개발중이라는 문구로 봐서 그런 뜻이 아닌 것 같다. 처음에 나도 이 뉴스를 보고는 이게 무슨 뜻인가 골똘히 생각해야 했다.
 


정답은 텔레비전 화면의 형광체 인쇄방식이다.
AMOLED는 발광하는 유기물 (OLED:Organic Light Electroluminescent Diode) 의 Organic에 해당하는 물질을 pixel위치에 넣어 R,G,B의 빛을 낸다. 그런데 현재 양산방법은 물질을 붙여서 가열해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pixel에 달라붙게 한다.  이때 다른 색의 pixel에 붙지 않게 mask를 써서 필요한 곳만 구멍을 뚫어 놓는다.

그런데 위의 잉크젯 방식은 다르다. 발광하는 R,G,B 유기물을 mask 없이 잉크젯 인쇄하는 것처럼 R, G, B 위치에 쭈욱 발라버리는 것이다. 마스크가 필요 없어서 대형 TV 공정에 특히 장점이 많다. 다만 현재 공통된 공정을 개발하는것이 어렵고, 발광유기물질을 액체로 해야 하는 등 재료 개발의 어려움이 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고 삼성이 잉크젯 방식으로 형광체를 입히는 디스플레이 생산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이런 의문점을 해결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거기에 수반되는 말 자체를 일반 사람이 따라가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쉬운 한국말로 쓰인 단어지만 그 안에 담긴 개념이 어렵다보니 그냥 읽고 연상하는 것만으로는 그 기술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핸드폰으로 보내는 문자메시지의 개념을 이해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에게 간단히 우리가 쓰는 말로 '문자보내!' 라고 말해도 통하지 않는다. 문자 = 문자메시지 , 보내= 핸드폰을 이용해 전송해 라는 뜻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문자란 건 그냥 글자고 보내는 보낸다는 뜻인데 글자를 어떻게 보내라는 이야기냐고 반문할 것이다.



잉크젯으로 프린트한 TV? 아는 만큼 보인다.

'잉크젯으로 프린트한 TV' 라는 개념 역시 기술적인 원리를 아는 사람만 제대로 된 연상과 이해가 가능하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가 힘들다. 이렇게 되면 다소 극단적인 개념이지만 이런 용어가 많이 퍼질 수록 첨단기술에서 소외된 사람은 점점 고립될 것 같다.

이번에 삼성에서 개발한 이 기술은 샤프에서도 LCD TV의 컬러필터를 잉크젯으로 인쇄하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하다. 하지만 샤프는 연구단계의 기술인데 삼성전자는 컬러필터공정의 양산공정에 잉크젯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형광물질의 도포는 나름 생산공정에 아주 많은 영향을 준다.

때문에 PDP의 버스전극에 적용을 시도한 경우도 있고, 터치패널의 버스전극에도 적용을 연구중이다. 또한 이 잉크젯공정의 최종 목표는 물론 집에서 모니터, 컴퓨터의 메인보드부터 본체까지 다 프린터로 찍어내는 것이다. 별도의 주형이나 금형이 필요없이 가장 단순한 공정으로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의 사출식 성형법과도 같이 단순하지만 정교하면서도 싸게 먹히는 이 방법은 소비자에게 더 싸고 질좋은 물건을 선보일 기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풍성한 발전혜택의 한쪽에 복잡한 전문용어가 일반화되면서 그것에 소외감을 느끼는 계층도 있을 것 같다. 어떤 말을 했을 때 전혀 엉뚱한 이해를 하고 대답이나 반응이 잘못 나오는 사람이 생긴다. 인간을 위해 있는 게 기술이라면 앞으로도 보다 쉽고 직관적인 용어 개발이 필요할 것 같다. 쓰기는 편리한데 막상 그 기술의 설명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겠는가. 우리 모두 이런 의미에서 현대의 문맹이 되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