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돈 많은 남자가 가난해지기 딱 좋은 세 가지 취미로 이런 것들을 꼽는다.

1) 자동차
2) 하이파이 오디오
3) 디지털 카메라
 
이 가운데 자동차만 빼놓고는 사실 이해가 안 갔던 때가 있었다.

오디오라고 해봐야 싸구려 카셋트 플레이어나나 전축이 고작이던 시절에는 음악이나 듣는 오디오가 그렇게 비싼 줄 몰랐다. 제대로 된 소리를 듣겠다고 2차대전 때의 하켄 크로이츠 마크가 선명한 문화유산급(?) 진공관을 쓴 앰프에 기천만원을 넘는 매킨토시 스피커를 연결해서 듣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꿈에도 몰랐으니 말이다.

디지털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고작 몇 백만원(?)하는 카메라 본체가 끝이 아니었다. 온갖 렌즈에 스트로보에 삼각대, 카메라 가방에 필터, 조명장치까지 사고 스튜디오까지 갖추려면 아무리 돈이 있어도 모자라다. 돈 잘 번다는 치과의사가 디카에 입문하고는 돈이 없어 더이상은 주변기기를 못사겠다는 말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그걸 읽는 내 심정은 참 세상에는 다양한 취미가 존재한다는 생각이었다.

본격적인 오디오란 걸 모르고 살던 시절에 우연히 들른 친구집에서 제대로 된 오디오 세트에서 음악을 들은 적이 있었다. 비싼 레코드 플레이어에서 고급 우퍼를 통해 들리는 둥둥거리는 저음과 맑은 고음은 저가형 카세트 플레이어와 워크맨에만 익숙해진 내 귀에 너무도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그후로 인켈이니 퀘헬이니 하는 오디오 브랜드를 꽤나 탐냈던 적도 있었다.

어쨌든 그때는 그저 소리만 듣는 오디오 세트만 있어도 그 집의 품격이 달라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다르다. 듣는 것 외에 보는 비디오 TV가 중시됨에 따라 하이파이 오디오는 점차 비디오와 일체화된 AV(Audio-Video)로 발전했다. 그리고는 가정에서 영화관과 같이 즐길 수 있다는 홈씨어터 시스템으로 거듭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LG INFINIA 홈씨어터 쇼케이스에 초대받으면서 이런 옛날 생각을 떠올린 건 그때의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처음으로 귀가 트였던 그때의 감격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LG는 다들 알다시피 가전제품으로 유명한 회사다. 오디오 회사가 아닌 가전회사들은 원래 오디오 시대에는 전혀 이 분야에 손을 대지 못했다. 아날로그 시대인 그때에는 인켈이나 야마하 등 쟁쟁한 음향기기 회사들이 이 분야를 독점했다.


그러나 패러다임이 디지털로 바뀌고 비디오란 영상장비까지 추가된 홈씨어터 시장이 되자 반대로 가전제품 회사들이 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영상장비인 티비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쌓고 나머지 반도체 장비와 각종 전자제품의 생산력이 우수한 LG가 이 분야를 공략하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다소 스펙 위주의 설명이지만 소리와 영상이란 것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그저 좋고 나쁘다만 있을 뿐 일반인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따라서 이런 구체적인 수치 비교가 따를 수 밖에 없는데 현장에서 본 타이틀은 역시 이런 시스템을 가지지 못한 나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특히 이 스피커는 모양이 특이해서 내 눈길을 끌었다. 원추형을 뒤집어 놓았다고 해야 되는데 기능미를 갖춘 한도 안에서 인테리어성을 강하게 내세운 듯 싶었다.


거실에 하나쯤 있으면 정말 품격이 날 만한 시스템이다.


아무래도 가전회사다보니 인테리어로서의 아름다움이 무척이나 강조됐다.

즉석에서 연주회도 열어주었는데 역시 아무리 시스템이 좋아도 생음악에는 따라오지 못했다.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악기소리가 귀를 잔잔히 적셔주었다.




단순히 제품만 전시를 한 것이 아니었다. 일종의 전자예술이라고 할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들릴 듯 말듯한 톡톡 소리가 정기적으로 나오는 이 나팔관 모양 장치는 무척이나 이채로웠다.



다른 한쪽에서는 영상미술 작품 하나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무척이나 형이상학적인 예술이라서 이쪽에 어두운 나에게는 그냥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한쪽에서는 홈씨어터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시연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와이파이 연결을 통해 선이 없는 무선 스피커를 설치한 점이 기술적으로 흥미로웠다.


참 유익하고 좋은 감상을 한 자리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전제품 회사로의 한계였다. 예를 들어 이렇게 원통형 장치에 CD플레이어를 내장하고 그 아래쪽에 스피커를 설치한 경우가 있다.

인테리어적으로는 보기 좋고 기능성도 좋지만 음향학적으로만 본다면 이렇게 되면 기계적인 간섭으로 인한 노이즈가 증가한다. 또한 홈씨어터쪽의 준비부족탓이라고 하는데 와이파이 연결된 스피커에서의 노이즈도 약간 거슬렸다.

 아무래도 가전회사로서 외양과 각종 기능성에 강한 대신 기본인 음향을 약간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부분은 좀 더 자세한 지식이 없는 관계로 내 지나친 염려일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는 매우 유익하고도 즐거운 자리였다. LG가 종합 가전회사로서 안방에 접근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당장 내가 구입할 여유는 못되지만 몇 년후 넓은 거실을 가지게 되었을 때 한번은 구입을 고려해볼 만 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때 내가 치과의사같은 잘 나가는 부자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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