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4 에서 발생된 결함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건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고밀도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부분적으로 누렇게 변색된 것이다. 두 번째는 외부 테두리 프레임을 안테나로 쓴 설계 때문에 사용자가 손으로 접점 부위를 쥐면 휴대폰 수신율이 제로에 가깝게 떨어지는 현상이다.

비록 일부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의 사용자가 이런 결함을 겪었다. 이에 사용자들은 유튜브에 인증 동영상을 올리고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 문제점을 알리고 대책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이 내놓은 대책은 너무도 <쿨>했다.


잡스는 <문제될 거 없군요. 그렇게 잡지 마세요.>라고 대답했으며 애플도 어떤 핸드폰 안테나에나 있는 문제점이란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에 지금 IT공간은 애플을 비난하는 사람과 애플을 옹호하는 사람이 나뉘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나는 이미 이전에 쓴 포스팅 <애플의 진짜 결함은 제품이 아니라 마인드에 있다.> 란 포스팅을 통해 이런 애플의 고객대응을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고객응대야 그렇다치고 결함은 제대로 인정하고 파악하고 있는 걸까?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고치고 있기는 한 건가?

안테나 공학쪽의 외국 교수는 설계부터 결함이 예상되었다고도 말했다. 국내 IT업계 개발자들도 각자 커뮤니티에서 전파공학상 아이폰4의 안테나 형태에 의해 있을 수 밖에 없는 문제점이라 지적했다. 그럼에도 애플은 정말 문제없다고 여기는 것일까?

어쨌든 애플은 이제까지 공식적으로 자사 제품의 결함을 인정한 적이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디스플레이 문제만 해도 애플은 침묵하는 가운데 납품업체에서 일한다는 누군가가 비공식 채널로 접착제가 덜 말라 그러니 나아질 거란 말을 하는 게 고작이었다.


애플이 아이폰4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감스럽지만 애플은 사용자가 아무리 호소하든, 언론이나 뉴스에서 뭐라고 떠들든 당분간은 절대로 결함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애플은 정말로 자기 제품이 결함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지금으로부터 시간을 약간 거슬러 올라가보자.

세계가 둘로 갈라져 싸우던 2차대전 때, 미국과 독일 양국이 주력한 첨단 무기 중 하나로 잠수함과 어뢰가 있다. 유보트로 유명한 독일은 연합군을 상대로 엄청난 전과를 올렸고, 미국 역시 일본 함대를 치열하게 괴롭혔다.

그런데 이때 잠수함에서 적함을 격침시키기 위해 쓰던 미국과 독일 양국의 어뢰에 문제가 생겼다. 당시 어뢰는 지자기 센서를 써서 적함 근처에서 폭발하는 신관을 채택했다. 그런데 막상 정확히 쏜 어뢰가 자꾸만 적함을 훨씬 지나쳐서 폭발했다.

당연히 잠수함 함장들은 이 문제를 사령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문제를 접수한 사령부는 어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함장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개발과정에서 모든 가능성을 검토했으며 실제 발사실험과 폭발실험까지 거쳐서 정확성이 입증된 어뢰라는 이유였다.

도리어 문제를 제기한 함장이 책임을 추궁당했다. 잠수함 지휘와 전투를 잘못해서 적함을 격침시키지 못해놓고 도리어 어뢰탓으로 돌린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어떤 함장이 정확히 어뢰를 쏴도 적함을 훨씬 지나쳐서 폭발했다. 전쟁중에 독일은 이렇게 시간을 보내며 유능한 잠수함 함장을 줄줄이 파면시켰다. 그러면서도 철저히 결함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끈질긴 함장들의 문제 제기에 독일은 어뢰의 성능을 의심해 보았다. 하지만 북해에서 거행된 실험에서 어뢰는 정확히 함에 명중해서 폭발했다. 사령부는 큰소리칠 수 있었다.

<어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첨단 기술의 어뢰를 너희들이 잘 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1년여의 시간이 소모된 끝에 결국 문제는 어뢰의 지자기 센서 설계에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도에 따라 바뀌는 지자기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북해에 고정된 센서는 북해에서는 잘 작동했지만 위도가 아래로 내려갈 수록 오작동을 했다. 잠수함 함장의 말이 옳았던 셈이고 곧 독일은 센서를 수정해서 이 문제를 바로 잡았다.

그럼 미국은? 미국은 더 오랜 시간을 끌었다. 유능한 잠수함 함장이 계속 파면되고, 죽은 잠수함 승무원 유가족들이 모임을 결성해서 탄원까지 했어도 소용없었다. 견디다못한 함장들은 아예 적함에 도달하기도 전에 어뢰를 먼저 터뜨려 버리며 버블제트로라도 적함을 격침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결국 독일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미국도 문제점을 알고 수정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파면된 함장은 복직되지 않았고, 죽은 잠수함 선원들의 명예도 회복되지 않았다.

지금 아이폰4 의 안테나 설계결함을 놓고 수많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에 다른 핸드폰도 그렇다는 인증 동영상도 올라왔고, 안테나 공학과 전파공학 등 수많은 관련 전문가들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 비춰볼때 애플이 공개적으로 결함을 인정할 확률은 당분간 제로에 가깝다.

곧 미국에서는 이 문제가 법정까지 갈 모양이다.
캘리포니아의 Kershaw, Cutter & Ratinoff, LLP 법률회사에서 iphone4 수신 불량 경험자를 찾고 있다.고 한다. 고소를 위한 준비 단계인데 왠만해서 미국 변호사들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걸지 않는다. 워낙 애플의 변호사들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준비한다는 건 승산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 글은 특별히 애플을 비난하고자 쓴 것이 아니다.


이건 사람과 조직의 어리석음에 관련된 문제다.
 
어뢰의 경우를 보더라도 미국만 그런 것도 아니고, 독일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합리적이고 원칙주의자라는 독일인도, 민주주의와 여론수렴을 잘한다는 미국도 어뢰 결함을 인정하는 데 저렇게 긴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일선 전장에서 아무리 자국 군인이 죽어나가도 상관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미국과 독일의 어뢰개발자나 사령부가 적국 스파이나 반역자라서 저랬을 리 없다. 또한 스티브 잡스와 애플 개발자들이 일부러 사용자를 골탕 먹이려고 이렇게 안테나를 설계했을 리도 없다.


모두가 선의로 열심히 해보려고 했고, 나름 최선을 다해 개발한 첨단기술이다. 또한 나름대로 필드 테스트도 완벽히 거쳤을 것이다. 다만 그 테스트가 실제로는 부족했을 뿐이고, 사용자가 결함에 맞닥뜨렸을 뿐이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삼성이든 노키아든, 모토롤라든 신기술을 적용하고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대응 역시 지금의 애플과 비슷할 것이다.

다만 이번의 애플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초기대응에서 너무도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는  점에 있다. 또한 부담스러울 만큼 애플이 소비자에게 기대를 받고 있다는 이유도 있다. 나오지도 않은 신제품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열광하는 언론과 소비자가 반대로 사소한 결함에도 그만큼 주의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따지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애플이 아이폰4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어느 나라와 어느 시대에나 있는 조직의 경직성에 기인한다. 소비자를 생각하는 혁신기업 애플이니까 사용자 클레임에 대해서도 혁신적으로 대번에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줄 거라고 기대하면 안된다. 또한 과도하게 비난할 필요도 없다. 조직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자.>하는 애플조차도 이런 조직의 생리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또한 애플의 이 사건과 함께 종래의 삼성 휴대폰의 결함이라든가, 다른 핸드폰 회사들이 결함을 인정하지 않았던 사건을 비교하며 비난하던 사람들도 그럴 필요는 없다. 똑똑한 인재가 다 모였으며 절대 <멍청이 집단> 이나 <악덕기업>일 리가 없는 미국과 독일의 무기개발부와 사령부 모두가 이런 오류를 겪었다.

다만 우리는 그런 옛날 조직의 속성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한탄해야할 뿐이다. 따라서 나는 애플이 즉각 결함을 인정하고 이것을 시정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설령 시간이 흐른 후 시정하더라도 조용히 조치할 뿐, 대량리콜 같은 조치는 절대로 없을 것으로 본다.

그래도 다만 애플이니까 문제를 인식하고 고치는 시간이 조금이나마 짧기를 기대해본다. 그래야만 우리가 역사로부터 조금이라도 교훈을 얻어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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