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경영을 맡아줄 인물인 존 스컬리를 영입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당시 기업 홍보와 경영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던 존 스컬리는 펩시콜라의 CEO에 올라 성공적인 인생을 보내고 있었다. 이미 만족스러운 경력을 쌓은 존 스컬리에게 회사를 버리고 나오라고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잡스는 결정적인 한 마디로 존 스컬리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평생 거기서 설탕물이나 팔고 있을 거요? 아니면 나와 함께 세상을 바꿀거요?


어떻게 보면 이것은 너무도 오만한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상대의 창조적인 열정에 불을 지르는 말이기도 하다. 잡스가 스스로 하는 일에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나를 드러내는 한 마디다.

아이폰4 발표회장에 나온 잡스의 태도 역시 이런 옛날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격식없이 파격적이면서도 동시에 자기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약간의 거만함이 조화롭게 존재하는 잡스만의 카리스마가 방출됐다.

아이폰4,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잡스가 아이폰4를 소개하면서 말한 특징 가운데 이번에는 다음 세 가지 요소에 주목해보자.

1. 자이로스코프 센서 탑재.


처음에 이게 언급됐을 때 나는 눈을 의심했다.
왜냐하면 이 자이로스코프란 것을 내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등 IT업계에서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것을 들은 건 전투기나 미사일과 같은 군사무기에서였다. 목표물에 정확히 날아가 타격을 가하기 위한 첨단 유도장치에 사용되는 자세계측 센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왜? 라고 하는 순간 잡스는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해 아이폰4에서 게임을 시연했다. 목재로 만든 더미를 돌리면서 이리 저리 잡아빼는 젠가란 게임인데 사용자의 움직임을 정확히 감지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폰에는 종래에 가속도계와 디지털나침반, GPS가 달려있었다. 거기에 이젠 자이로스코프란 센서까지 달려서 보다 사용자의 움직임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대충 잡스의 이런 시연을 본 모두의 반응이었다. 일단은 그렇다. 아이폰4의 탑재를 계기로 자이로스코프는 곧 다른 스마트폰에 필수장착 센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단지 그것 뿐일까? 일단은 다음 요소로 넘어가자.


2. 500만 화소 카메라 채택.


잡스는 아이폰에 고화소 카메라를 여태까지 달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치 변명하듯이 이렇게 묻는다. 사람들이 메가픽셀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그래서 사진이 얼마나 좋아졌는가? 라고. 그러면서 아이폰4가 채택한 카메라는 빛을 잡는 양을 줄이지 않고 화소수를 늘렸다. 결과적으로 고화질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LED플래시를 채택했다는 걸 강조했다.

상당히 맞는 말이다. 디지털카메라를 약간 공부한 바에 따르면 한정된 크기의 이미지 센서를 가지고 단순히 집적도를 높여 화소를 늘려봐야 노이즈가 증가하고, 단위면적당 빛을 받는 양인 수광량이 떨어져 사진의 선명도가 떨어진다. 아이폰4의 5백만화소 카메라는 LG이노텍의 제품으로 알려져있는데 센서 크기를 키우면서 동시에 화소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멋진 선택이다.

이렇게 좋아진 카메라와 빨라진 CPU 덕분에 아이폰4는 720p의 동영상을 30프레임으로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품질도 좋을 뿐더러 이것을 즉석에서 가공하고 편집할 수 있는 아이폰용 <아이무비>까지 나왔다. 최신 캠코더나 디카동영상보다는 좀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훌륭한 영상을 아이폰4 를 이용해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3. iOS4(아이폰 운영체제 4.0)로 전환.


소개에 앞서 잡스는 이제까지 단순히 아이폰 OS로만 불리던 운영체제를 iOS란 고유이름으로 명칭을 바꿨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아마도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타블렛 등에 동일한 운영체제가 들어감에 따라 아이폰 전용이란 말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폰4에 들어가는 iOS는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 아이패드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운영체제다. 또한 펌웨어 방식으로 되어 있어 별도의 구입하지 않고 서비스 차원에서 지원된다. 인터넷을 통해 전달받은 데이터를 아이튠즈를 통해 인스톨하면 된다.

iOS의 주요기능은 그 동안 탈옥이란 해킹을 통해 편리하게 써오던 많은 기능들을 공식화 혹은 애플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폴더기능이나 제한된 멀티태스킹, 바탕화면 바꾸기 등등이다. 이제 애플 사용자들은 보다 편리하게 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아!

여기서 잠깐 멈춰보자. 마치 동영상을 보다가 순간정지 버튼을 누른듯이 멈추고 생각을 좀 해보자. 우리는 지금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는 멍청한 시청자가 아니다. 그저 누군가가 들려주고 보여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바보가 되지 말자. 다시 한번 처음 내가 던진 주제를 생각해보자.

아이폰4,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제까지 나열한 기능을 그냥 개별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에 내가 강조했듯이 정보란 통합적으로 묶어서 판단하면 보다 많은 가치있는 정보가 된다.

1. 자이로스코프로 센서의 탑재는 단순히 센서가 하나 더 늘었다거나, 사용자의 움직임 판단이 쉬워졌는가 하는 1차원적 결론을 넘어서서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어쩌면 이제부터 밀어닥칠 지 모를 모바일 기기의 센서경쟁을 알리는 신호탄일지 모른다.


모바일기기와 앱의 결합은 무한한 창의성을 준다. 증강현실과 음성인식을 비롯해서 모바일기기는 조금이라도 더 주위의 감각을 흡수하고 인식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 보다 사용자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소니에서 만든 애완용 로봇 아이보를 떠올려보자. 로봇개가 사람의 소리, 빛에 반응하고 쓰다듬으면 재롱도 부린다. 사람들은 그게 전자기계란 걸 알지만 이런 인터액티브한 반응에 저절로 애정을 가지게 된다. 더구나 아이보는 메모리스틱과 인터넷을 통해 진화되기까지 한다. 지금의 아이폰이 바로 그런 길을 선도하고 다른 스마트폰이 뒤를 따르고 있다.


2. 고해상도 카메라와 전면 카메라 장착 역시 그런 맥락에서 중요한 센서의 하나인 시각 센서의 정교함과 반응성을 향상시킨 것이다.

점점 스마트폰은 인간의 모든 감각을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위치감각(GPS), 방향감각(가속도계와 컴파스),균형감각(자이로스코프),시각(카메라),청각(마이크),빛을 느끼는 감각(조도센서)... 아이폰4가 탑재한 능력들이다. 여기에 인간으로 치면 의사소통 및 사고능력에 해당하는 인터넷 네트워크가 결합됐다.

 이쯤 되면 굳이 잡스가 아니더라도 미래로 이어지는 혁신의 길이 어떤 것인지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곧 인간의 모든 감각을 모바일기기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곧 제한적이고 유치하지만 미각이나 촉각, 후각까지 느낄 수 있는 센서가 개발되어 탑재될 것이다. 완벽한 지능형 보조기기로서 스마트폰은 그 센서를 통해 소유자인 나와 감각을 공유하며 기능을 제공한다.


3. 더구나 이렇게 발전된 센서와 결합된 운영체제가 모바일기기란 한계를 벗어나 PC,노트북, 지능형 텔레비전 등 다양한 기기에 탑재될 수 있다. iOS 란 명칭변경은 즉 아이폰이란 구속에서 벗어나 가능한 모든 기기로 뻗어나가겠다는 잡스와 애플의 야심이 담겨있는 행동이다.

이제 대답을 끌어내보자. 아이폰4,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대답은 분명하다. 아이폰4가 촉발한 센서경쟁은 세상 곳곳에 인간과 비슷한, 혹은 부분적으로는 인간을 뛰어넘는 감각을 지닌 기기들을 대량살포할 것이다. 이것들은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나왔지만 때로는 섬뜩할 만큼 민감하고 정교한 감각으로 우리를 지켜볼 것이다.

 단지 재미를 위해 가지고 다니며 쓰는 휴대폰 하나가 문제다. 이것 때문에 내가 있는 위치, 내가 취하고 있는 자세, 말하고 있는 언어와 내용,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혹시 입냄새가 심하지는 않는지 이런 정보가 앱을 통해 네트워크를 타고 데이터가 되어 전세계로 동시에 흘러다닐지도 모른다.

과장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책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최근 구글은 단지 컴퓨터에 장착한 마이크 만으로도 실시간으로 우리가 음악을 들으면 그 정보를 인터넷으로 받아 어떤 음악인지를 자동으로 알아차리는 프로그램까지 개발했다고 한다. 법적인 문제로 사용하지만 않고 있을 뿐이다.

디지털기기, 그들이 생산한 정보가 우리를 지배한다. 영화 매트릭스를 능가하는 어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가? 아이폰4가 퍼뜨린 센서로 뒤덮인 세상. 그것이 바꿔놓을 우리 생활의 장단점을 상상해보자.


그것이 편리함과 행복으로 가득한 천국을 만들어줄까? 아니면 의심과 감시로 가득찬 지옥을 만들어줄까? 정답은 나도 모른다. 이것은 스티브 잡스 역시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우리 모두가 만들어나가야 할 미래이기 때문이다. 잡스와 애플은 다만 도구를 개발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폰4의 다른 특성은 이어지는 글에서는 계속 분석해보기로 하자. 그때까지 당신이 아끼는 스마트폰을 너무 의혹의 눈초리로 보지는 말기 바란다. 그건 그냥 아무런 죄없는 도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