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가 막 보급되던 초기에 게임을 제외하고 사용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소프트웨어(SW)는 워드프로세서와 스프레드 시트 등이 포함된 사무용 SW였다. 원고지나 타자기와 달리 화면 위에서 직접 글을 쓰고 자유롭게 수정하고 편집할 수 있는 워드 프로세서는 그만큼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각국에서는 저마다 자기 나라 언어를 위한 워드프로세서가 나왔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대부분이 사라졌다. 세계 워드프로세서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워드가 차지했다. 사무용 스프레드 시트 엑셀과 프리젠테이션용 파워포인트를 묶은 MS오피스는 절대적인 위력을 가지고 모든 나라의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휩쓸었다. 그나마 의미있는 점유율로 남은 것은 한국시장으로 ’한글’을 앞세운 한컴 오피스였지만 막강한 MS오피스에 밀려 고전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한글과 컴퓨터(한컴)가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고 거꾸로 세계시장을 상대로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16년 1월 27일, 새로 출시되는 한컴 오피스 네오(NEO)는 그런 비장한 결의가 담겨있는 제품이다. 과연 이 제품이 국내를 포함한 세계시장에서 어떻게 효율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을지 알아보자.



특징 - MS 오피스와의 강화된 호환성, 강력한 번역기능


그동안 국내에서는 두 종류의 워드 프로세서를 같이 써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관공서와 교육기관에서 많이 쓰는 한글(hwp)파일과 기업에서 주로 쓰는 워드(doc)의 문서형식이 서로 호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워드 프로세서가 워드 파일이나 한글 파일을 읽을 수 있었지만 불완전하기에 제대로 쓰기 어려웠다. 


한컴은 해외 고객들이 한컴에 모바일, 웹, PC를 모두 연동해서 쓸 수 있는 풀오피스(Full office)를 요구라는 데서 착안한 제품을 개발했다.  문서형식과 언어의 한계를 넘어 호환성을 대폭 강화한 PC용 오피스인 한컴오피스 네오(NEO)가 나오게 된 이유이다.



한컴오피스 NEO는 워드 문서 전용 편집기인 ‘한워드’ , 한글에 특화된 워드프로세서 ‘한글’, 스프레스시트인 ‘한셀’, 프레젠테이션 ‘한쇼’로 구성되어 있다. 특징으로는 ‘한워드’를 통해서  MS오피스와의 완벽한 호환성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미 시중에는 많은 MS오피스와의 호환성을 가진다고 말하지만 부분적이고 제한적이라 실용적인 수준이 아니다. 한워드의 경우는 어떨까? 한컴측은 구체적인 숫자로는 90퍼센트 정도의 호환성이지만 숫자로 나타낼 수 없는 실사용 호환성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자신있게 MS오피스를 대체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일반 사용자 수준에서는 제대로된 호환성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시연에서도 그런 점을 강조했다.



클릭 한 번이면 문서 전체가 번역되는 기능도 주목할 만 하다. 구글이나 MS의 번역 기능은 텍스트만 번역할 수  있기에 번역 후에 문서 양식이 깨지며 사진이나 표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에 비해 한컴오피스 NEO는 표, 그래프 등 문서서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번역결과를 겹쳐준다. 



따라서  만족도 높은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포르투칼어 등 10개 언어로 번역이 가능하다. 이들 10개 언어로 출시되며 전세계를 상대로 홈페이지(http://global.hancom.com) 접속을 통해 구매가 가능하게 했다.



전략 -  MS 오피스를 경계하는 국가 중심으로 진출, 현지화와 협력 중시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그나마 한컴이 지명도가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운영체제부터 완제품 PC, 주변기기까지 유명한 히트작이 있는 MS와 달리 한컴은 딱히 글로벌 인지도가 있는 제품 한 개가 없다. 한컴측의 표현으로도 ‘다윗과 골리앗’ 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한컴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을 들고 나왔다. 우선 국가보안 등의 문제로 MS오피스를 경계하는 국가시장을 적극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중남미, 중국, 인도, 러시아, 중동 등 MS오피스를 대체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은 지역들을 해외 시장 확대 거점으로 공략한다. 



여기서 현실적으로 MS오피스에 이어 한컴이 유일하게 풀 오피스 패키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호환성을 보장하면서 한컴 오피스 네오 하나만으로도 모든 업무가 불편없이 가능하다는 점만 증명하면 이들 시장에서 호평받을 거란 예상이다. 



또한 해외 유명 통신사 및 클라우드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신규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전략도 세워놓았다.  거대 회사로서 모든 솔루션을 내부에서 소화하는 MS와 달리 중간 과정에서의 유통과 판매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접근해서 호감을 얻겠다는 것이다. 이미 2015년 중남미로 수출하고 중국에 진출하는 등 작은 성과도 얻어냈다. 웹 오피스인 싱크프리를 통해 이미  전세계 3~4억명이 한컴 오피스를 쓰고 있다.



전망 - 호환성과 업무효율을 인정받는 것이 관건


이런 한컴의 전략은 스스로의 역량과 경쟁상대에 대한 제대로 된 파악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야심넘치는 도전으로서 무모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현재 세계 시장이 점차 글로벌화되면서 표준과 공유가 중시되면 클라우드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기에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따라서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에서 당당하게 경쟁을 벌이겠다는 의지는 그만큼 인정해줄 만 하다.



결국은 한컴 오피스 네오의 제품품질이 중요하다. 그동안 리브레 오피스나 애플 아이워크 등 MS 오피스에 대항하는 제품은 많았다. 이들은 일정부분 오피스 파일과의 호환성를 제공했지만 사용자가 만족스럽게 쓰면서 MS오피스를 완전 대체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결국 MS오피스를 이기지 못한다.



관건은 과연 한컴 측이 말하는 대로 한컴 오피스 네오만으로 모든 사무업무에 부족함을 느끼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MS오피스 파일과의 완벽한 호환성과 단축키와 각종 기능을 포함한 업무 능률에서 최소한 대등한 수준을 보일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