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기관에서 많이 쓰는 말 가운데 하나는 '오해'라는 해명이다. 정책이나 규제를 둘러싸고 문제점이 지적되서 반박하기 어려울 때마다 등장하는 말이다. 오해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 잘못 해석했다는 의미인데 이 경우에 왜 잘못 해석했느냐는 원인이 문제가 된다.






10월 1일에 1주년이 되는 단말기유통법을 맞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과천청사에서 합동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미래부는 단말기 유통법 시행 1년 성과 및 주요이슈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미래부는 이 자리에서 단통법은 고질병에 대한 처방이며 시장의 불만과 사용자의 불신을 치유하고 정상적 경쟁환경 조성이 목표라고 밝혔다. 긍정적 효과가 많이 일어났으며 대안 없는 과거 회귀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단말기 유통법을 폐지하라는 일각의 요구에 대한 거부이다. 


미래부는 기존 지원금 경쟁에서 단말기 출고가 인하, 요금 서비스 경쟁으로 이통 시장의 성격이 변화됐다는 점을 들었다. 몇몇 이용자에 집중됐던 차별적인 혜택이 사라지고 시장 신뢰가 회복됐다는 구체적 설명이 뒤따랐다. 말없는 다수 소비자의 혜택이 늘어가는  건강한 발전이 좌절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인 사용자 혜택에 대해서는 단말기 보조금 대신 선택할 수 있는 20% 요금할인을 꼽았다.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휴대폰을 구매하거나 24개월 약정이 끝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요금할인을 해주는 제도인데 9월 6일 기준으로 185만명 정도가 혜택을 보고 있다. 이렇듯 시장경쟁을 통해 자연스러운 요금인하와 혜택증가가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정작 정부측이 말하는 시장질서를 구성하는 한 축인 사용자는 그다지 만족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단말기 유통법 이후에 모든 사용자가 '공평하게 비싸게' 단말기를 구입하게 되었으며 발품을 팔 필요없이 '비슷한 요금제만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실제로 이 날 정부측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4년 3,4분기 이통3사의 마케팅비가 전년 대비 10퍼센트 정도 늘어난 것을 시장과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장규모 성장에 따라 마케팅비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는데 굳이 이것을 '지나친 경쟁'이라며 단정했다. 반대로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3사의 마케팅비가 소폭 줄어들고 ARPU(가입자당 순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난 상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영향이 있기에 단통법의 영향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해석했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의견에서도 소극적이었다. 현행 단통법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려면 적어도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니 천천히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쯤되면 정부가 단통법을 통해 실현하려는 것은 '공정성' 일 뿐 '가계통신비 인하'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브리핑이 끝난 후 정부관계자는 좀더 직접적으로 밝혔다. 단말기 유통법은 가계통신비 인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법안을 추진하던 1년 전에 각 언론에는 단통법이 가계통신비 인하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예측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미래부 장관이나 방통위원장은 한번도 '단통법은 가계통신비 인하와 아무 관련이 없다' 고 말하지 않았다. 만일 오해라면 그 오해를 묵인한 것이다. 


정부관계자는 다른 의견도 제시했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중시해서 통신요금을 낮추면 이통사의 미래투자가 줄어든다는 주장이었다. 당장은 통신요금이 내려가니 좋을 지 몰라도 우리 아들딸이 낙후된 통신환경에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니 당장 통신비 대폭 인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업측 논리로 보면 맞을 지 몰라도 사용자까지 포괄해야 하는 정부측의 의견으로서는 편향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단말기 유통법 1주년을 맞아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단말기유통법으로는 가계통신비 인하 안된다'는 결론인지 모르겠다. 정부의 목표가 단지 공정성이라면 사용자 모두가 차별없이 비싼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입하는 건 아무 문제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용자들이 제기하는 국내 이통시장의 문제점이 그렇다.


바라건대 기자의 이런 해석도 부디 '오해'였으면 좋겠다. 단통법이 가게통신비 인하까지 가져오는 좋은 수단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정부측이 대폭 내려간 요금과 단말기 구입 비용 자료를 들고 '오해'였다고 해명하는 그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