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삼성은 흔히 최고의 추격자라는 칭찬을 듣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선두기업이 된 상황에서는 칭찬으로만 작용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고 위치에 올라서도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으로도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업계에서 갤럭시S 시리즈가 아이폰을 점유율에서 앞섰을 때도 이런 면에서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 때문에 삼성은 스마트워치의 발표를 서둘렀다.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채택한 삼성 기어는 애플워치보다 2년 정도 일찍 발표되었다. 그렇지만 활용성 부족과 앱 생태계 형성이 느려서 만족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대로 애플은 뒤늦게 발표한 애플워치로 판매량 면에서 성공적인 실적을 만들었다. 삼성은 이제 다시 추격자의 입장에서 애플워치보다 매력적인 기어 시리즈를 내놓아야 하는 입장에 섰다. 



그런데 삼성의 새로운 스마트워치로 나올 기어S2가 애플워치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8월 13일,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5'와 '갤럭시 S6 엣지+' 두 제품을 공개했던 '갤럭시 언팩 2015' 행사에서 마지막에 '삼성 기어 S2'의 이미지가 짧게 나왔다. 여기서 나온 사용자인터페이스 디자인이 애플워치의 독특한 디자인과 닮았다는 것이다. 어째서 의혹이 제기되었으며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알아보자.



외신의 의혹제기 - 삼성이 동그란 애플워치를 선보였다?


8월 1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포춘은 '삼성이 뻔뻔하게 다시 애플을 베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다만 '이번엔 스마트워치'라는 부분을 언급했을뿐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아이폰 특허를 다룬 재판에서 미국 법원이 애플의 특허를 모방했다는 판결에 대한 삼성전자의 재심리 요청을 기각한 사실을 언급했다.



IT 전문지인 BGR은 좀 더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모방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이 아름다운 둥근 애플워치를 선보였다'는 제목을 단 기사를 썼는데 여기서 기어 S2의 이미지가 애플워치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첫 스마트워치 '기어 S'는 애플워치의 애플리케이션 아이콘을 넣었다는 점도 상기시키며 "이게 무슨 우연이 일치냐"라고 평가했다.


애플워치를 많이 본 사용자 입장에서 본다면 분명 기어S2의 인터페이스는 애플과 닮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적어도 아이폰의 모양과 배치가 비슷해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삼성은 삼성모바일프레스 사이트를 통해 기어S2의 외형을 공개했다. 패션을 강조한 컨셉이나 여러 감각으로는 애플이 추구한 방향과 비슷하게 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업계전문가는 "전후관계와 커다란 흐름이라는 거시적 판단을 완전히 배제하고 본다면 분명 애플워치와 기어S2는 닮았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차이점은 애플워치가 사각형이고 기어S2가 원형이라는 차이점 뿐이다"라면서 "하지만 중요한 점을 전부 빼고 보기에 닮았다고 모방했다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기어S2 - 원형 디자인과 타이젠 인터페이스 조합


디자인에 있어서 모방이나 표절이라는 분야는 금방 판단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예전에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를 상대로 제기한 '룩앤필' 소송에서는 구체적인 요소에서 법적인 특허침해 요소를 제기하기 어려워서 보고 느끼는 감각이 같으니 표절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가 패소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사각형과 삼각형 자체는 특허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사각형과 삼각형을 어떤 숫자로 어떤 비율로 배치하느냐는 디자인 특허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똑같아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면 대충 비슷해 보인다는 이유로 광범위하게 디자인 특허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후발 창작자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번 기어S2에서 둥근 아이콘이 둥글게 배치된 점이 애플워치의 고유 인터페이스와 비슷하다고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기어S2는 애플워치가 나오기 이전부터 독자운영체제 타이젠을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타이젠 인터페이스는 둥근 아이콘이 기본이다. 또한 둥근 모양인 기어S2에서 아이콘을 원형으로 배열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상이다. 오히려 둥근 모양인데 사각형으로 배치한다면 어색한 배치가 되기 쉽다.



조작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애플워치가 디지털 크라운(용두)를 돌려서 인터페이스를 조작한다면, 기어S2는 원형 베젤을 회전시켜서 조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돌리는 장치와 방향이 다소 다르지만 둘 다 돌린다는 데서 일치한다. 하지만 돌리는 방식의 인터페이스는 마우스의 휠부터 시작해서 조그셔틀에 이르기까지 이미 각종 IT기기에서 채택된 익숙한 인터페이스이다.


업계전문가는 "서로를 의식하는 경쟁제품은 영향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상대방의 좋은 점은 어떻게든 가져오려고 하기 마련이다"라면서도 "단순히 상대방 제품을 바로 모방하는 것과 거대한 디자인 흐름 속에서 최선의 것을 찾다가 서로 닮아가는 점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계와 스마트폰을 모체로 삼는 스마트워치에 있어 최선의 디자인은 한정된 틀 안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는 면에서 앞으로의 전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