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의 주요 이동통신사는 SKT, KT, LGU+의 3개가 있다. 흔히 이통 3사라고 말하는 이 사업자는 독자적으로 전국에 기지국을 세워 무선망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헬로모바일 등 이런 이통사의 망을 빌려서 서비스하는 알뜰폰 업체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면  경쟁상황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간주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가계통신비 인하를 바라는 사용자들은 현재 이통 3사간에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단말기 유통법으로 인해 단말기 보조금을 제한받는 상황에서 통신 요금 자체를 크게 내리지 않고 마케팅 활동마저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2015년 1분기 이통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결과는 이런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 주관부서인 미래부와 방통위는 기본료 폐지 같은 요금인하나 단말기 완전자급제 같은 인위적 조치에 부정적이다. 시장자율에 맡겨 경쟁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통신비가 인하되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논리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꺼내든 카드가 제 4 이동통신 사업자 도입이다. 그렇지만 미래부가 상당히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며  유치하려는 제 4이통 사업자를 둘러싸고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어떤 점이 문제이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될 지 살펴보자.



진입장벽 낮추기 - 5년간 기존사업자의 로밍제공 의무화


현재 국내 이동통신 상황에서는 제 4이통사가 선뜻 참여하기 어렵고 생존하기도 어렵다. 이동통신 수요자의 거의 전부가 이미 기존 이통사에 가입되어 있고 대부분은 약정과 결합할인에 의해 묶여있다. 신규사업자로서는 왠만큼 매력적인 요금이나 혜택으로는 가입자를 유치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특히 초기 망 구축비용이 제일 큰 문제이다. 전국 단위의 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조 단위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예측이 있는데 이런 망 설치 비용을 들이면서 가입자 숫자가 부족한 초기에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력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그동안 미래부는 재정상태를 허가의 최우선 조건으로 삼았으며 대기업에만 기회를 주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미래부가 5월에 발표한 기간통신사업 허가 기본계획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망 구축 완료 기한을 연장해서 시간여유를 주는 동시에 기존 사업자의 로밍 제공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서비스 시작 이후 5년간 전국망을 구축하지 않아도 5년간 기존 이통사의 망을 빌려쓰는 로밍으로 이용하면 된다. 우선은 투자 대비 수익성이 좋은 수도권 중심으로 망을 깔면서 나머지 지역에서는 기존 이통사 망으로 통화와 데이터 이용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로밍제공사업자 선정 등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서 고시로 지정할 예정이다. 또한 제 4이통사에 제공하는 망 제공 대가 역시 부당하게 높지 않도록 감독할 예정이다. 대신 연도에 따른 망구축 현황도 이행여부를 철저히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 파격적인 조건으로 신규 이통사를 유치하고 덕분에 대폭 요금인하가 된 점을 성공사례로 본받아 시행하려는 의도이다.


 

특혜논란 - 기존 이통사의 반발, 알뜰폰 업체와의 차별성 옅어져


문제는 이런 미래부의 파격적인 조치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안게 된 기존 이통사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이통사 입장에서 보면 사용자 증가가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에서 제 4 이통사의 진입은 자사 가입자의 이탈을 부르는 경쟁자 출현일 뿐이다. 알뜰폰 업체 입장에서도 초기에 로밍 위주로 자체 망 투자를 하지 않는 제 4이통사는 알뜰폰과 다를 바 없는데 혜택만 더 받는 사업자일 수 있다.



기존 이통사는  "​제 4이통사가 로밍으로 기존 사업자의 망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망을 구축할 이유가 없어서 나태해질 수 있다" 고 주장한다. 불공정 경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만일 망구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제재나 퇴출 등의 압박수단도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제 4 이통사 도입의 가장 큰 목표인 가계통신비 인하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제 4이통사에 대한 지원 정책이 기존 사업자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서 결국 기존 사업자마저 요금 인하에 나서지 못하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대기업 참여희망 없어 - 글로벌 외국기업 참여 가능성


현재 제4이통 사업자를 희망하는 곳은 KMI(한국모바일인터넷), 우리텔레콤, IST(인터넷스페이스타임), 케이컨소시엄, 퀀텀모바일 등이다. 대부분 자금력이 좋지 못해서 전국망 구축이 원활하게 될 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혁신적인 통신기술이나 운영 방침도 아직은 제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CJ, 태광그룹, 현대백화점 등이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막상 당사자 모두가 부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의 소프크뱅크나 롯데 그룹의 합작 참여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기간 통신망에 해당하는 이통망을 외국 기업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이미 3개사나 있는 시장에서 경쟁 활성화를 위해서 외국계 회사가 하나쯤 있는 것도 괜찮다는 시각이 있다.


업계 전문가는 "기업 사이의 담합을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질적인 성격을 가진 경쟁자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고 전제하고는 "미래부가 바라는 경쟁활성화를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충분한 자본력이 있는 글로벌 통신사업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어떤 사업자가 제 4 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될 지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