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보급되자 가지고 다니면서 시간을 보기 위해 굳이 시계가 필요없겠다며 부담스러운 손목시계를 풀어버린 경험이 있는가? 확실히 그때의 선택은 옳았다. 일반 전자시계보다는 차라리 스마트폰이 훨씬 고급스러운 데다가 기능도 다양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제 스마트워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비어있는 내 손목을 향해 새로운 기능으로 무장한 혁신적 시계들이 돌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스마트워치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며 거부하는 당신의 핑계(?)는 무엇인가? 아마도 스마트워치들이 수십만원짜리 시계라고 봐주기 어려울 정도로 저렴한 외관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흔한 플라스틱 몸체에 가벼워보이는 원색 몸통, 고급스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우레탄 재질 시계줄은 분명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그동안 당신은 성공적으로 스마트워치를 거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여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점점 사용자의 진짜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서 다가오는 스마트워치는 이제 최후로 당신이 손목에 차기를 거부하는 이유인 품격까지 갖추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스마트워치 가운데 가장 품격있는 외관을 하고는 제대로 만든 스마트워치인 LG전자의 '어베인 LTE'를 직접 써보았다. 과연 이 시계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자.


  

디자인 - 메탈 재질의 원형 디스플레이, 교환 가능한 시계줄


디자인은 LG 워치 어베인 LTE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LG전자의 이전 스마트워치인 G워치R과 마찬가지로 둥근 플라스틱 OLED (P-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으며 완벽한 원형 시계를 구현했다. 손목에 차고 있을 경우 스마트워치가 아닌 일반 고급시계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디스플레이를 감싼 메탈 하우징은 견고하고도 매끄럽다. 금속 특유의 촉감으로 인해 만질 때 느낌이 좋으며 고급스럽다. 밖으로 노출된 조립나사 부위는 단 네곳으로 나머지는 미끈하게 곡선처리가 되어서 개성적이다. 디스플레이 테두리 베젤은 나침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숫자가 적힌 눈금이 인쇄되어 있다.


측면에는 물리적인 원형 버튼 3개가 있다. 시계에 흔하게 있는 용두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이용해서 기능 조작이 가능하다. 상단 버튼은 퀵세팅 기능을 하며 배터리사용량과 통신연결상태를 확인하며 밝기나 음량 등을 조정하는 설정화면을 나타낸다. 가운데 버튼은 시계화면 모드와 앱 리스트 모드를 전환시킨다. 하단 버튼은 짧게 누르면 ‘뒤로 가기’ 기능이 실행되는데 아주 길게 누르면 ‘안전지킴이’ 기능을 해서 미리 설정한 보호자 번호로 통화연결이 되면서 현재 위치정보가 자동으로 전송된다.



디자인 면에서는 상당한 완성도를 보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시계줄이 여전히 우레탄 재질인 점은 LTE버전이 출고가 65만원의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여성이나 팔목이 가는 사람에게는 제품 자체 크기와 무게가 약간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성능 - 반응속도가 빠르고 간결한 인터페이스


어베인 LTE는 1.2GHz 퀄컴 스냅드래곤 400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스마트폰에도 들어가는 칩인데 훨씬 간결하고 가벼운 안드로이드웨어를 작동시키게 되자  반응속도와 처리속도가 빨라졌다. 디스플레이는 320X320 해상도인데 전체 크기가 1.3인치(3.3센티미터)이므로 글자와 그래픽이 선명하고 깔끔하게 보인다. 여기에 1기가바이트 메모리와 4기가바이트 저장장치를 얹은 상당한 고성능을 갖췄다.



IP67수준의 방수방진 능력을 가졌는데 적당히 얕은 바닷가에서 사용 가능하며 먼지나 빗방울에서 안심할 수 있는 정도이다. 깊은 물속에 의도적으로 오래 잠기게 되면 부식되거나 고장날 수 있다. 차고 다니면서 손을 씻는 등 일상 생활을 하는 데는 아무 불편이 없었다.


1.8배 가량 늘어난 70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사용시간도 늘어났다. 적당히 시간을 보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정도로는 12시간 이상을 충분히 쓸 수 있었다.



구글에서 만든 안드로이드 웨어를 채택했기에 인터페이스는 간결하고도 우수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더욱 많은 기능을 연동해서 쓸 수 있다. 그렇지만 제어판 기능이나 음악 기능에서 무조건 스마트폰과의 연결을 요구하는 점은 분명 아쉽다. 어베인의 성능이면 연동하지 않고 단독으로도 충분히 기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 LG전자가 독자적으로 단독동작도 가능하면서 연동하면 더 많은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총평 - 현재 최고로 품격있는 스마트워치



어베인 LTE는 하드웨어의 완성도 면에서 현재까지 나온 스마트워치 가운데 단연 최고에 해당한다. 현재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애플워치조차도 리미티드 에디션을 제외한다면 시계로서는 어베인을 능가하지 못한다. 또한 LTE기능을 통한 단독 통화나 메시지 수신 등 독자기능은 충분한 활용성을 보여준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기업은 이제 글로벌 기업 어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애플이나 모토로라, 화웨이에서 나온 어떤 스마트워치와도 하드웨어 완성도로는 충분한 경쟁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소프트웨어인 운영체제와 세세한 인터페이스 디자인 등이 아쉽다. 품격있는 시계로서 가장 뛰어난 어베인 LTE조차도 그런 품격 위에 더해서 LG전자 만의 그 어떤 독특한 사용자경험이나 아이디어를 담고 있지는 못하다. 이 점은 추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문제이다.



어쨌든 외출할 때 손목 위에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는 사람을 더 많이 보게 될 수록 당신도 똑똑한 시계가 점점 필요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스마트워치가 필요하다면, 그리고 내 손목 위의 품격을 충분히 지켜주는 제품이 필요하다면 어베인 LTE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