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프로 레티나


노트북을 하나 사려고 하면 그때부터 사람들은 고민에 빠진다.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많은 기업들의 다양한 모델 속에서 내가 원하는 제품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제법 컴퓨터를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CPU, 메모리, 해상도, 저장장치, 운영체제 같은 스펙을 가격과 함께 놓고 비교해야 한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예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구체적인 스펙과 대조할 능력조차 없다. 


애플에서 만든 맥북은 그래서 상당히 독특하다. 이 노트북은 종류가 적고 스펙이 전체적으로 우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또한 고유의 운영체제인 OS X(텐)을 쓰는 데다가 알루미늄을 통째로 깎아만든 몸체는 플라스틱이나 금속판을 덧대서 만든 다른 노트북과 차원이 다르다. 거짓말 좀 보태면 외계인이 만든 노트북 같다. 따라서 맥북의 이미지는 품격과 개성이라는 두 가지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압축되어 있다. 성능면에서도 아이러니컬하지만 해외잡지에서 '최고의 윈도우 노트북'에 매년 선정될 만큼 우수하다.


최신 사양으로 리프레쉬된 2014 맥북프로 레티나 13인치가 나왔다. 맥북은 기술 발전에 맞춰 1년 주기로 내부 부품을 교체한 모델을 내놓는다. 윈도우 노트북을 쓰는 사람에게는 좀 생소할 지도 모르지만 맥북 프로 레티나는 운영체제의 생소함을 극복하고 적응한다면 최고의 노트북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심지어 윈도우를 따로 깔아서 쓰더라도 상당한 만족감을 제공한다. 높은 사용자경험을 주는 노트북으로서 이 제품의 특징을 살펴보자. 



◇ 금속재질의 견고한 디자인



맥북프로 레티나


맥북은 유일하게 금속으로 만든 노트북이 아니다. 또한 가장 얇고 가벼운 노트북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타이틀에 집착할 필요가 없이 아름답고 견고하다. 예컨대 탄소섬유로 만들어 극단적으로 무게를 줄이거나, 최첨단 항공기 소재를 이용해서 휘귀성을 부각시키는 제품은 아니지만 충분한 품격과 견고함을 유지한다. 13인치 레티나 모델의 두께는 18밀리미터(mm)인데 왠만한 책 한권보다 얇은 편이다. 무게 역시 1.57킬로그램(kg)으로 휴대하기에 큰 부담이 없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알루미늄을 통째로 깎아서 만든 유니바디 스타일로서 필요없는 장식이 없이 꼭 필요한 기능성을 위한 사각형과 원, 곡선을 접목시킨 형태다. 미니멀리즘이라고 하는 독일 스타일이다. 산화피막처리된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기에 표면이 일정하게 매끈하며 만질 때 촉감이 좋은 편이다. 겨울에는 다소 차갑다고 느낄 수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노트북 내부에서 나오는 열이 적당히 방열되어 따뜻하게 해준다.



◇ 고해상도 화면 & 균형잡힌 성능



맥북프로 레티나


성능으로 볼 때는 전체적 균형이 잘 잡혀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2,560 x 1,600의 해상도를 가지는데 단순히 글자나 그림을 깨알같이 작게 표시하는 게 아니라 크기를 유지한 채로 세밀함을 더해서 깔끔하게 보여준다. 이런 고해상도를 원활하게 이용하기 위해 인텔 4세대 프로세서 하스웰과 아이리스 내장 그래픽, PCIe방식 SSD, 802.11.ac 와이파이, HDMI단자를 갖췄다.


하나씩으로 보았을 때 압도적인 성능을 내는 부품은 없다. 그렇지만 어느 것 하나 다른 부품보다 성능이 뒤지는 것도 없다. 컴퓨터는 병목현상이 잘 일어나기 때문에 느린 부품이 하나라도 있으면 모든 속도가 느린 부품을 기준으로 낮아진다. 따라서 균형이 좋은 구성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속도를 보장한다. 리뷰를 위해서 사용한  2014 맥북프로 레티나 13인치는 애플에 특별히 주문하면 확장해주는 주문형 스펙으로 동급 제품 가운데 최고 성능을 지녔다. 모든 부품 성능도 그에 맞춰 고성능을 발휘하기 좋도록 꾸며져 있다.


맥북에 달린 멀티트랙패드는 익숙해지면 마우스가 필요없을 정도로 좋은 조작감을 제공한다. 두 손가락에서 다섯손가락까지 다양한 손가락과 제스처를 알아채서 움직이는데 반응이 매우 빠르고 즉각적이어서 다루는 재미가 있다. 맥북 프로 레티나에서는 SSD의 성능 개선 때문에 외부 USB 메모리에서 내부 SSD로 파일을 복사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이 인상적이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다른 부품은 늘 더 좋아지는데 키보드의 키감만은 해가 갈수록 미세하게나마 떨어지는 듯 싶다. 대부분의 노트북이 키감을 신경쓰지 않고 키보드에서 원가절감을 하려는 듯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 가운데 맥북의 키보드는 단연 우수한 키감을 제공해왔다. 지금도 IBM 키보드 기술이 적용된 씽크패드 시리즈를 제외하면 여전히 맥북 프로 레티나는 가장 키감 좋은 노트북이다.


◇ 사용자경험 - 오래가는 배터리와 쾌적한 처리속도



맥북프로 레티나




맥에서 쓰는 운영체제 OS X는 지금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윈도우의 뿌리가 된 운영체제이다. 보다 직관적이며 용량이 작고 시스템자원을 적게 소모하며, 안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크게 보아서는 비슷하지만 세세한 부분의 조작법이 다르기에 윈도우에 익숙한 사람은 배워서 익숙해져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2014 맥북 프로 레티나 13인치는 노트북에서 중요한 항목 가운데 하나인 배터리도 적게 소모한다. 일부러 가장 가혹하게 배터리를 소모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인터넷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재생하면서 웹서핑을 동시에 했다. 처음에 100퍼센트 였던 배터리는 4시간이 지난 후에도 44퍼센트가 남아 있었다. 이후로도 3시간 이상은 거뜬히 버틸 수 있는 양이다. 아마도 일상적인 문서작업이나 웹서핑 만이라면 10시간 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애플에서 공인한 사용시간은 최대 9시간이다.


비슷한 스펙의 윈도우 노트북과 비교해볼 때 사용하는 즐거움과 처리속도의 쾌적함에서 맥북프로는 단연 앞선다. 일상적인 사무용오피스앱인 아이워크 등은 성능 자체를 판단할 수 없도록 빠르게 실행된다. 약간 무거운 앱인 아이포토 역시 사양이 조금 좋은 사양이면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 동영상 제작에 써보면 어떨까? 윈도우 PC에서는 데스크탑이 아닌 노트북으로는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작업을 하기 어렵다.


맥에서도 동영상을 인코딩하고 효과를 입히는 아이무비는 상당한 성능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가벼운 운영체제와 최적화된 앱 덕분에 맥북 프로에서는 원활한 작업이 가능했다. 1,920x1,080 해상도 파일을 처리하면서도 별도로 웹서핑이 가능했으며 실시간으로 가공된 동영상을 확인하며 바로 수정하는 것도 가능했다.



◇ 결론 - 현존 최고의 노트북



맥북프로 레티나


사실 이번 2014 맥북프로 레티나는 1년이라는 기간을 고려하면 변화폭이 작은 편이다. 인텔 5세대 프로세서인 브로드웰 출시가 늦어졌기에 그것을 탑재하지 못하고 나온 느낌이 짙다. 하지만 이전 버전에 비해 클럭을 늘린 하스웰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조금 더 처리속도가 빨라지고, 전력을 더 적게 소모하며, 기본 모델의 메모리가 4GB에서 8GB로 늘어났다.


비교적 작은 변화지만 이미 완성도가 뛰어난 제품인 만큼 안정성과 성능이 상당부분 향상되었다. 테스트를 위해 상당히 무거운 소프트웨어와 앱을  동시에 실행시켰지만 동작이상이나 멈춤 현상은 전혀 없었다. 


결과적으로 2014 맥북프로 레티나는  현존 노트북 가운데 최고수준의 만족감을 주는 제품이다. 물론 변화폭이 적기에 바로 이전 세대 맥북을 이미 가지고 있다면 이 제품을 구태여 살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몇 년 지난 모델을 가지고 있거나 새로 맥북을 구입하려는 사람에게 2014 맥북프로 레티나는  적절한 선택이다.  


2014 맥북프로 레티나는   곧 정식버전이 나올 OS X 요세미티와 함께 쓴다면 더욱 수준높은 사용자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노트북을 통해 상당한 양의 업무를 처리하거나 야외에서 예술적 작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