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우리나라의 무선인터넷 보급률은 세계적이다. 2010년부터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실현되면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무선인터넷산업은 2013년 시장규모가 109조 7,598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장 활발한 영역은 스마트폰으로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2009년 20만 대 수준에서 2010년 600만 대, 2011년 1,750만 대, 2012년 3,700만 대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이런 폭발적 시장 성장은 불투명한 단말기 유통구조, 일부 업체의 독과점 상태, 소비자 권리 보호소홀 같은 여러 문제점도 낳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폰 시장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통신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는 2014년 상반기 중에 4,000만명을 넘게 된다.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 하나씩을 들고 쓰는 셈이다.


이렇듯 스마트폰 보급률로 보자면 우리나라는 세계적 선진국이다.  단말기 질에 있어서도 프리미엄급 단말기가 많다. 애플 아이폰과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삼성은 한국 기업이며 국내 시장에서 안드로이드폰인 갤럭시S와 갤럭시 노트의 점유율이 매우 높다.


한국 LTE통신망의 접속률과 전송속도는 매우 뛰어나다. 2014년 2월 한국 모바일 인터넷 속도가 초당 450메가비트(Mbps)를 육박한다는 기사가 인가젯을 통해 전해지자 해외 네티즌들은 1주일도 안되어 4,000개 넘는 댓글을 달며 경악과 부러움을 나타냈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한번 점프할 동안 영화 한 편을 내려받을 수 있다고 말하고 그것이 현실에서 구현된다.


하지만 이렇듯 세계적 스마트폰 기업이 있고, 부러움을 사는 초고속 통신망이 있어도 국내 사용자는 그리 행복하지 못하다. 단말기 품질과 무선 인터넷망 수준을 뺀 다른 분야에서 충분한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오히려 국내 단말기 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만큼 불투명하고 이동통신사는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인해 사상 최고의 과징금을 부과당한다. 시장 교란 행위로 인해 영업정지까지 당하면서도 정작 스마트폰을 둘러싼 사용자 권익발전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단말기 시장에서는 세계에 유래가 없는 이용자 차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 점을 개선해야 합니다”


2013년 12월 5일, 프레스센터 19층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간담회에서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이렇게 말하며 유통시장 정비를 요구했다. 이 정도로 국내 단말기 유통시장은 불투명하다.


우리나라는 단말기를 이동통신사에서 구입한 후 다시 가입자에게 서비스상품과 결합해서 판매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과정에서 단말기에 붙은 출고가는 있지만 정작 이통사에 어떤 가격으로 공급되는 지는 알지 못한다. 실제로 소비자가 출고가 그대로 구입해서 쓰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보조금이란 형식의 할인 프로그램을 안고 낮춰진 가격에 구매한다.


문제는 이통사가 이 과정의 모든 정보를 쥐고 가입대리점과 함께 소비자를 상대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사용자는 가입할 때 제시하는 정보가 스스로에게 얼마나 유리하고 이익이 되는지 판단하지 못한다.


결국 출고가에 약간의 공식 합법 보조금만 얹어서 제 값 다주고 구입하는 사용자와, 대조적으로 '대란'때 불법 제조사 보조금과 이통사 보조금, 대리점의 보조금까지 합쳐진 파격적인 가격에 구입하는 사용자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물론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막기 위해 노력한다. 단속인력과 함께 증거를 채증하며 주도적 사업자를 찾아 위반 비율에 따라 엄정하고 커다란 과징금을 매긴다. 하지만 사용자가 손해본 금액 때문에 매긴 그 과징금은 이통사가 정부에 내면서 정부 재정이 될 뿐이다. 그리고 그만큼은 다시 사용자가 낸 기본료와 통신비로 금방 메울 수 있다. 영업정지 역시 마찬가지로 이통사는 그 동안 오히려 더 많은 보조금을 투입할 수 있는 휴식기 정도로 여길 뿐 그다지 피해를 본다고 느끼지 않고 있다.



단말기 유통법은 이런 상황에 대한 효과적 해결책으로 방통위와 미래부에서 제기되었다. 종래에는 이통사에 대해서만 감독하고 제재했지만 단말기 제조사에게도 단말기 보조금 액수를 공개하게 하고는 특정 소비자에 대한 과다한 차별 보조금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삼성은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기업비밀이 공개될 수 있으며, 시장 자율의 원칙에 어긋났다고 반발한다. 현재 이 법은 국회에서 통과됐고 곧 발효될 예정이다.


스마트폰 기본앱 삭제권한도 논쟁거리다. 스마트폰을 처음 구입할 때 깔려나오는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기본앱은 그 숫자가 너무 많아서 막대한 메모리를 차지하고 성능을 저하시키면서도 정작 쓸모있고 유용한 앱은 별로 없다는 평가다. 그러면서도 소비자가 마음대로 삭제조차 할 수 없도록 세팅되어 있다. 자기 돈 주고 산 단말기를 마음대로 관리할 권리조차 빼앗기는 셈이란 의견이 많다.


2014년 1월 8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삼성, LG, 팬택 등 단말기 제조사와 SKT, KT, LG U+ 등 이동통신사와 함께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탑재된 스마트폰의 기본탑재 앱을 삭제 가능하게 만드는 데 합의했다. 올해 5월에 나오는 신제품부터는 기본탑재 앱 가운데 필수 앱을 제외하고는 삭제를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여전히 필수 앱의 정의와 숫자를 놓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필요 한도 이상을 필수 앱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동통신사들이 해마다 거두는 천문학적인 이익과 반대로 사용자들은 높아지는 통신요금과 권익보호 소홀에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 경험만큼 첨단 산업의 외형을 빠르게 키워내는 장점이 있다"고 전제하고는 "하지만 그 뒤에 내실을 키워내는 단계에서 치열한 성찰과 제도 정비가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보급의 급성장 만큼 소비자 만족도 역시 급성장시키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