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해상도

2010년, 애플이 아이폰4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지 모른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때 국내의 주요 IT커뮤니티에서 많은 네티즌은 이 소식을 의심했다. 그런 고해상도가 스마트폰에서 과연 필요한 지, 그래픽 가속칩이 고해상도를 원활하게 작동시킬 지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은 멋진 방법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해상도 960x640은 정확히 이전 디스플레이 해상도 480X320의  4배다. 가로 2배, 세로 2배로 만든 이 방식으로 인해 초고해상도는 스마트폰에서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정확히 비례하는 해상도에서는 기존 앱을 구동시킬 때 연산하는 논리구성이 쉬워진다. 특정 앱에서 호환성이 떨어질 염려가 있다면 픽셀 1개를 4개로 늘려서 구동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벡터방식으로 만들어진 폰트나 그래픽은 더 섬세해지면서 인쇄물을 보는 듯 눈이 편해졌다. 이런 아이폰의 해상도 향상은 이후 아이폰과 맥북 프로 레티나로 이어졌다.


경쟁업체도 이에 자극을 받았다. 화면이 커지고 있던 안드로이드는 풀HD 해상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사실 안드로이드는 커널로 삼은 리눅스의 특성으로 인해 보다 자유로운 화면 해상도 설정이 가능했다. 이것을 1,920x1,080까지 늘려 표준으로 만든 것이다. 아이폰4가 이후로 아이폰5S에 이르기까지 해상도가 늘어나지 않자 안드로이드 진영도 그 이상 고해상도를 채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변화가 생겼다. 외국 언론으로부터 2014년 5월 27일 공개 예정인 LG전자의 주력 스마트폰 G3가 1,440x2,560 해상도의 5.5인치(139.7밀리미터) QHD 디스플레이를 채택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GSM아레나가 5월 8일(현지시간)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LG G3에는 1440x2560픽셀의 QHD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쿼드코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 801 혹은 스냅드래곤 805, 3기가바이트(GB) 램에 3,000 밀리암페어(mAh) 배터리가 탑재된다.


앞서 재팬디스플레이(JDI)는 홈페이지를 통해 차세대 모바일용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모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 디스플레이는 5.5인치(13.9센티미터) 면적에 와이드 QHD(2,560×1,440) 해상도를 가졌다. 앞으로 최고급 스마트폰에서는 QHD 디스플레이가 주류가 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5월 8일에 있었던 팬택 베가 아이언2 기자간담회에서도 향후 팬택이 QHD 디스플레이를 채택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삼성전자 역시 Q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S5 프라임(가칭)'을 이달 말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하지만 이쯤에서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다시 한번 크게 향상되는 이런 초고상도 디스플레이가 사용자에게 어떤 필요성이 있으며 원활한 성능을 보장하면서 실현할 수 있을까?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IT기술이지만 섣부른 도전은 비참한 실패를 부르기도 한다. 어떨 때는 높아진 성능이 아무런 매력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무작정 높인 성능이 오히려 사용의 편리함을 해쳐서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해상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 화면에 표시되는 픽셀이 늘어나면 사람이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각 정보량이 늘어난다. 이 늘어난 정보량을 순수하게 화질을 올리는 데 사용한 것이 애플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였다. 반대로 안드로이드 진영은 늘어난 정보량을 넓은 화면과 결합시켜서 태블릿과 비슷한 느낌을 만들었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안드로이드 진영이 취한 방식은 근본적인 정보량 증가로 편의성이 높은 반면 그래픽 칩의 성능을 더 많이 요구한다. 레티나처럼 대칭적인 픽셀 증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바일 칩은 근본적으로 저전력 소모와 저발열이 필수적이다. 아무도 스마트폰에서 냉각팬이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고 2시간 만에 배터리를 교환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래픽 성능이 반도체의 미세공정 발전속도를 넘어버리면 성능과 안정성 저하, 고전력 소모, 고발열이라는 문제가 한꺼번에 나타난다.


스마트폰 업계는 지금 고민 중이다. 날이 갈 수록 평준화되는 성능 속에서  어떻게 하면 확실한 차이를 보여서 고가 스마트폰을 팔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LG전자를 선두로 안드로이드 진영은 그 해답을 사용자가 1초만에 눈으로 확인 가능한 화면 해상도에서 찾은 모양이다. 따라서 어쩌면 QHD는 앞으로 고급 안드로이드폰의 대세가 될 지 모른다.


하지만 그 전에 업계는 사용자에게 그런 초고해상도의 가치와 쾌적한 구현을 보여주어야 한다. 갑자기 화면의 정보량이 크게 늘었을 때 과연 어떤 만족감과 가치를 전해줄 수 있는 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화면 해상도 경쟁은 아무 의미도 없는 숫자놀이가 될 것이다. 새롭게 나오는 스마트폰들의 멋진 경험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