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구글의 주가가 1천 달러를 넘었다. 한 때 애플의 주가가 올랐을 때는 그에 비견될 수 있었지만 현재 애플 주가는 구글의 절반 정도이다. 두 회사가 가진 유명세에 비해 주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물론 IT업계에서 주식가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얼핏 봐도 구글과 애플은 지향하는 목표가 상당히 다르다.







10월 31일(현지시간), 구글은 새로운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4.4 '킷캣'을 공식 발표했다. 새로운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5와 맞춰서 나온 운영체제다. 특징은 이렇다.

화면을 터치할 필요 없이 ‘오케이 구글(Ok Google)'이라고 말하면 즉시 음성 인식 검색과 길 찾기, 음악 재생이 가능한 구글 나우 서비스가 실행된다. 또한 기능과 잠금 화면에서 전체화면으로 음악과 영화를 재생하고 조정할 수 있다.

몰입 모드가 생겼다. 게임을 하거나 전자책을 볼 때 자동으로 상태바와 내비게이션 버튼이 사라진다. 화면 전체에 자기가 원하는 컨텐츠만 표시할 수 있다.

크롬 캐스트를 지원하며 저전력 오디오 재생 기능이 추가되었다. 넥서스5 기준 60시간 동안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눈에 확 들어오는 점은 ‘경량화, 고속화’다.





구글 킷캣(KitKat)은 이전 버전인 젤리빈보다 메모리를 16% 정도 덜 사용한다. 따라서 빠른 칩과 넓은 메모리 공간을 가진 최신 기종이 아니어도 빠르게 동작한다. 나온 지 오래 된 구형 단말기나 가격이 낮은 보급형 단말기를 쓰는 사람까지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구글에 따르면 램 용량이 512MB밖에 안 되더라도 킷캣을 무리 없이 돌릴 수 있다. 구글은 이번 운영체제를 발표하며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내새웠다.

"모두를 위한 안드로이드(Android for all)"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안드로이드폰을 구입한 지 오래된 스마트폰에서도 최신 운영체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쉴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구글의 안드로이드 개발방향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안드로이드는 마치 전성기의 윈도우처럼 발표할 때마다 요구하는 최소 하드웨어 사양을 높였다.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은 늘어갔지만 그것은 최신형 단말기 사용자만을 위한 것이었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발표될 때마다 APU칩은 쿼드코어를 넘어 옥타코어까지 가고, 그래픽 코어도 부쩍 성능이 향상되었다.

어느 순간 안드로이드는 아이폰과 비교할 때 하드웨어는 훨씬 좋으면서도 성능은 비슷한 상황까지 도달했다. 특히 메모리에 있어서는 안드로이드의 구조상 가장 낭비가 심했다. 아이폰5S의 메모리는 1GB지만 안드로이드 최신기종은 메모리를 3GB까지 탑재했다. 이 정도가 되어야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하드웨어 사양으로 보면 4.3 탑재 안드로이드 제품 대부분은 킷캣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킷캣을 통해 안드로이드 OS의 파편화를 막으면서 보급을 더욱 쉽게 하겠다는 것이 구글의 의도이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부사장이 다음 10억 명의 스마트폰 사용자(the next billion smartphone users)란 표현을 사용한 것이 이런 점을 말해준다.

운영체제의 경량화는 사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던 결과다. 모바일 칩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던 때는 하드웨어의 발전속도를 믿고 효율이나 최적화를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이제 모바일 칩은 데스크탑과 비슷한 정도까지 발전했다. 냉각팬을 달 수 없고 크기와 소비전력이 작아야 한다는 특성까지 생각하면 폭발적인 발전은 힘들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성능향상은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로 이룰 수 밖에 없다. 하드웨어는 단순히 클럭속도에 의존하지 말고 아키텍처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64비트 칩이 나오고 그걸 뒷받침할 64비트 운영체제, 64비트 앱이 나오는 것이 순서다. 그러니까 킷캣은 단순히 일시적 최적화를 한 것이 아니다. 하드웨어에서 속도 한계에 부딪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다음 단계를 모색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산업의 흐름이다. MS의 윈도우가 비스타를 기점으로 7과 8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최적화되며 기존 하드웨어에서도 잘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래된 하드웨어 사용자는 굳이 새로운 하드웨어를 살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가뜩이나 모바일 제품에 주도권을 빼앗긴 PC업계는 매출부진에 시달리게 되었다. 하드웨어 업체들은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올 때마다 최소 사양이 높아져서 새로운 구입과 소비를 불러일으켜 줄 것을 바란다.





안드로이드 진영 역시 비슷하다. 이제까지는 그런 선순환 속에 투자가 이뤄지고 급속한 발전이 가능했다. 그렇지만 이제 소프트웨어 최적화로 속도향상이 가능해지면 운영체제의 파편화가 없어지는 대신, 하드웨어 소비가 줄어든다. 새로운 단말기 판매가 저조해지면 다시 투자가 줄어 하드웨어 발전이 느려지는 결과를 낳는다.

킷캣으로 보여준 구글의 전략변화는 결국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애플처럼 단일 하드웨어도 아닌 안드로이드 진영은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가벼워진 킷캣이 과연 업계 전체에게 환영받을까? 그 점을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