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마케팅 전략은 언제나 깊은 관심거리다. 가장 높은 이익률을 올리고 있는 지금은 특히 그렇다. 실리콘밸리의 신생기업 뿐만 아니라 기존 전자업계에서도 애플의 마케팅 전략과 수익모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지어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던 글로벌 기업도 애플의 전략에 맞춰 사업계획을 다시 잡거나 수익모델을 다시 고민한다.





애플의 마케팅 전략 가운데 독특한 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콘솔 게임기 회사는 하드웨어로 이익을 거의 취하지 않는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콘솔을 원가보다 싸게 판다. 당연히 적자가 생기지만 콘솔에서 즐길 게임 소프트웨어에서 큰 이익을 본다. 하드웨어를 싸게 만들어 보급하고 소프트웨어로 이것을 메우는 것이다. 닌텐도 역시 하드웨어에서 손해는 안보지만 커다란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윈도우와 오피스를 취급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드웨어를 만들지 않는다. 순수하게 소프트웨어만으로 막대한 매출과 순이익을 올린다. 하드웨어와 달리 복사에 드는 비용정도가 원가인 소프트웨어는 이익률이 막대하다. 따라서 한때는 하드웨어의 시대가 가고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올 거란 예측도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애플이 등장했다. 애플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태블릿을 통해 컴퓨터를 가전제품처럼 쓰기 쉽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하드웨어를 팔아 이익을 얻었다. 애플에서 내놓은 소프트웨어는 애플이 만든 하드웨어 위에서만 동작한다. 따라서 애플은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이들 소프트웨어 제품을 팔아서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드웨어에서 많은 이익을 얻고 부수적으로 소프트웨어도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이런 방식은 다른 회사가 취하기 힘든 방법이다. 그런데 2013년 10월 23일, 애플의 이런 전략에 결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크레익 페데리기 상급 부사장이 신제품 발표회에서 “PC OS 업데이트에 몇 백 달러를 지불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한 것이다.

애플은 맥용 OS X 운영체제인 매버릭을 이날부터 무료 다운로드로 제공했다. 또한 새로 발매된 맥과 iOS 디바이스인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아이라이프, 아이워크를 완전 무료로 제공한다. 아이워크는 얼마 전부터 무료로 전환했다.


결과적으로 애플은 맥 컴퓨터, iOS 기기를 통합해서 운영체제와 그 안에 들어가는 업무용 소프트웨어 3종, 창의적 소프트웨어 3종을 모두 무료화하게 된다. 소프트웨어 전면 무료화에 가까운 결단이다.


애플,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전환하는가?

과연 이런 결정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 문제는 또 하나의 변화와 연관지어 생각해야 한다. 그 변화는 애플이 새로 나온 아이패드 미니에 책정한 가격이다.





아이패드 미니(iPad mini) 레티나 디스플레이 가격을 보자. 와이파이 모델은 16GB 모델 399달러부터 시작한다. 이전 모델인 아이패드 미니가 ‘저가형 아이패드’라는 별칭으로 329달러부터 시작한 것에 비해 70달러 정도의 가격상승이 있었다.

그 이전부터 애플은 순이익률이 나빠지는 것에 고민하고 있었다. 이익률이 좋은 아이패드 대신 이익률을 낮춘 아이패드 미니를 많이 사면서 시작된 고민이다. 결국 새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모델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올렸다.

상위모델인 아이패드 에어가 499달러로 시작하는 점을 보면 아이패드 미니 라인업은 더 이상 ‘저가형’ 이 아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아이패드 에어 대신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를 사더라도 충분히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게 하드웨어 가격을 올렸다.

여기서 다른 고민이 생긴다. 애플 제품이 점점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에게서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저가형 아이폰이라고 생각했던 아이폰5C은 생각보다 비싸서 저가형이 아니었다. 저가형 아이패드 라인업이었던 아이패드 미니는 가격상승에 의해 저가형을 벗어났다.



따라서 애플은 하드웨어에서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는 대신으로 소프트웨어의 이익률을 포기하는 전략을 내놓았다. 어차피 애플 소프트웨어는 애플 기기를 구입한 사람만 쓸 수 있다. 따라서 애플은 경쟁제품에 비해 비싼 돈을 내고 산 소비자에게 나름의 ‘돈값’을 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 핵심경쟁력을 무료 제공 소프트웨어로 잡은 것이다.

한 가지 해프닝이 더 있다. 9to5mac의 기사에 의하면 아이워크 무료 업데이트와 관련해DVD 패키지를 사지 않고 '트라이얼 버전'만 깔더라도 정품을 받아 쓸 수 있다. 애플이 DVD 패키지 버전을 실제로 구매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시스템에 해당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어 있는지만 확인하고 업데이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스템 오류인지 애플의 묵인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채택해도 별 문제는 없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어차피 이들은 애플 하드웨어를 산 고객이다.





애플로서는 하드웨어를 비싸게 팔면서 높은 이익률을 거두고 있다. 이미 고액을 낸 고객에게 굳이 잔돈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 애플의 하드웨어 중심 마케팅 전략전환은 바로 이런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경쟁 업체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