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폰 업체 가운데 팬택의 행보는 상당히 극적이다. 피처폰 시절부터 삼성과 엘지가 아닌 다른 대안으로서 개성있는 제품을 내놓았다. 그러다가 상장폐지와 워크아웃이란 절차를 밟고는 이제는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화려하게 부활했다. 스마트폰 대응이 늦은 국내 대기업의 틈새를 파고들어 쓸만한 제품을 만들어 내놓았던 것이다.


팬택스마트폰


마케팅도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아이폰을 능가하겠다고 공개선언하는가 하면 혁신의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해 여러가지 선도적 기능도 제공하곤 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한때는 삼성에 이어 두번째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는 팬택의 미래를 비교적 밝게 보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혹자는 그것은 제품의 성능이 아닌 이미지로 승부하는 팬택의 한계라고 말한다. 또한 다른 분석에서는 주로 엘지 제품의 수요를 대체해왔던 팬택이기에 엘지 스마트폰이 살아나면서 다시 시장에서 밀려나는 것이라고 한다. 어느쪽에 되었든 팬택의 최근 매출과 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그런데 그에 따른 자금난을 삼성전자의 투자로 막은 것이 눈길을 끈다. (출처)   


팬택은 22일 삼성전자가 팬택에 53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03%를 보유하게 된다고 22일 밝혔다. 삼성전자의 투자는 제3자배정방식 유상증자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퀄컴(11.96%), 산업은행(11.8%)에 이어 팬택의 3대 주주가 된다. 단 삼성전자는 퀄컴과 마찬가지로 팬택의 경영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번 지분 투자는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제안을 삼성전자가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최근 현금 유동성에 압박을 받아 온 팬택은 안정적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아다녔다. 지난해 3분기 적자로 전환된 팬택은 지난 한 해 77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2000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가 내년에 몰려 있어 자금 유치가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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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회장은 “삼성이 우리를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위해 상생과 공존의 큰 틀에서 본 것 같다”면서 “이번 투자는 삼성이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나름대로 책임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로 팬택은 자금난에 숨통이 트였고, 삼성전자가 챙기는 이익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주요 부품 거래선을 유지한다는 ‘실리’와 함께 대기업이 약자를 챙긴다는 ‘명분’도 챙길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팬택은 국내 휴대전화 산업을 이끄는 대표적인 제조사 중 하나”라며 “팬택이 자금난을 해결하고 국내 휴대전화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주길 바라는 차원에서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530억원이라는 투자액은 삼성전자에 부담이 되는 액수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52조 8681억원, 영업익 8조 7794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투자액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익의 0.6%에 해당된다. 게다가 기존의 거래처 관계를 떠나 양사가 보유한 특허기술 등을 공유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투자 목적을 크게 세 가지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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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팬택이 그동안 구입해왔던 삼성부품과 나머지 국내 스마트폰 부품업체 시장을 지킨다.

2. 팬택이 망할 경우 국내 업체는 삼성과 엘지만 남게 된다. 이어질 수 있는 시장 독과점 논란을 막을 수 있다.

3. 적은 투자를 통해 팬택을 우호기업으로 유지해서 경쟁업체인 엘지를 역으로 포위할 수 있다.


팬택, 삼성의 투자로 어떤 변화가 생길까?


중요한 것은 이런 투자가 앞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라는 점이다. 팬택의 해외수출 규모가 작은 점으로 볼 때 세계시장은 그다지 영향이 없다. 오히려 해외 스마트폰 업체가 차례로 철수하는 한국에서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소비자에게 있어 삼성의 팬택 투자는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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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당장 겉으로 보는 변화는 별로 없을 것이다. 삼성이 하드디스크 업체를 매각하고 시게이트의 두번째 주주가 되었을 때도 시게이트에 그다지 큰 변화는 없었다. 팬택 역시 기업전략 변경을 선언하지 않은 이상 기존의 행보를 이어갈 것이다. 베가 시리즈는 계속 나올 것이고 여전히 비교적 준수한 디자인과 괜찮은 기능 한 두개를 포함할 것이다. 물론 고질적인 소프트웨어의 불안정과 운영체제 업그레이드가 한차례 정도만 지원되는 것도 여전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팬택은 삼성 스마트폰 전략의 한축을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안드로이드폰 시장을 점유율에서 삼성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내놓기 힘든 저가형 스마트폰이나 생활밀착형 스마트폰을 팬택이 내놓는 식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주로 생활가전제품에 강한 LG를 압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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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말했듯이 팬택이 그동안 잠시 누렸던 스마트폰 매출과 이익은 본래 LG가 차지했던 영역이다. 삼성은 고가의 프리미어 시장에서만 LG와 경쟁하고 중저가 시장은 팬택을 통해 우회적으로 경쟁하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효율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다. 부품공급을 해주면서 신제품 개발을 의논하는 형식으로 가능할 것이다.


결국 이제까지 강력한 메시지를 날리며 목청을 높이던 도전자였던 팬택은 앞으로 조용하지만 효율적인 틈새시장 공략자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나름 일상재로 변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바람직한 면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자로서 의미가 사라진다는 것도 의미한다. 앞으로 팬택의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