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탄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제품은 무엇일까? 크게 보아서 두 개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개인정보단말기(PDA)이고, 또 하나는 MP3플레이어이다. 이것을 상징적인 두 가지 갈래로 파악한다면면 스마트폰은 영상제품과 음향제품의 결합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스마트폰사운드


실제로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게 된 중요한 동기 가운데 하나는 MP3플레이어인 아이팟이 미래에 결국 휴대폰에 포함되면서 시장에서 밀려날 거란 예측이었다. 실제로 현재 아이팟의 판매량은 조금씩 감소하고 있고, 반대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점점 음악을 듣는 기기로서 더 많이 팔리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스마트폰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던 혁신기술이 나오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은 일상재로 접어들었다. 운영체제 시장의 경쟁도 마무리되어 간다. 이제와서 완전한 독자적인 스마트폰 완제품이나 전혀 다른 개념의 기기를 들고 나오기는 힘들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나 노키아 같은 다른 거인 조차도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판매부진에 빠져있다.


현재 스마트폰은 마지막 남은 혁신 영역을 고밀도 디스플레이 기능을 포함한 영상구현능력으로 잡고 있다. 애플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내놓았으며, 안드로이드 진영은 1920*1080 화소의 풀HD해상도를 내놓았다. 이것은 30인치를 넘는 모니터의 화소숫자와 똑같다. 우리는 대형 텔레비전와 똑같은 화소를 5인치 정도의 스마트폰 화면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선명하고도 질감이 느껴지는 화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영상의 발전 역시 점점 기술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분명 화면은 분명 가장 쉽게 발전을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그만큼 스마트폰이란 모바일 제품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은 거의 다 실현되고 있다. 앞으로 조금씩 더 개선될 수는 있어도 사람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할 정도의 혁신을 가져오기란 어렵다. 


혁신이란 전혀 없던 기술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장애요소로 인해 적용이 되지 못하고 정체되었던 기술들이 어떤 기회로 인해 장애물이 치워지자 한꺼번에 적용되며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적용된 기술은 따지고 보면 이미 컴퓨터와 가전제품에서 존재했던 기술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지금 대부분의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적어도 영상을 표현해주는 부분에서는 더이상 적용에 장애를 받는 기술이 없다.



스마트폰사운드


그런데 디스플레이와 다른 영역인 사운드 기능은 어떨까? 상당히 놀랍게도 이 부분에서 스마트폰은 아직 제대로 기술적인 발전을 하지 않고 있다. 다른 제품에서 이미 적용되어 있는 기술조차 스마트폰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모든 회사들이 일제히 스마트폰의 컴퓨터적인 처리성능과 화질, 카메라 성능에만 집착하고 있다. 반대로 마이크의 성능이나 소리의 표현능력에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다보니 심지어 소비자도 사운드 성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있다.


블루오션은 바로 여기에 있다.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는 애플조차도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사운드 성능에는 상대적으로 반응이 느리다. 최근에 이어팟을 출시하는 등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집요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스마트폰의 미래 발전에는 사운드의 강화가 매우 필수적이고 매력적이 될 것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제부터 스마트폰 사운드의 미래 비전을 논해보기로 하자.



1. 고품질 음원을 재생하는 사운드칩.



음반으로 대표되던 아날로그 음원은 스마트폰 세계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다. 스마트폰은 오로지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된 음원만을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형식으로 스튜디오 등에서 녹음된 음악은 디지털 형태로 변환되어야 한다.



스마트폰사운드



기존의 MP3플레이어는 손실 압축방식을 쓴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를 제외한 나머지 소리의 영역을 잘라내고는 나머지 소리를 일정한 비트레이트에 따라서 압축한다. 이 과정에서 비트레이트를 높게 잡으면 좀더 고음질이 되지만 데이터량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따라서 적절한 압축률을 선택해서  MP3음원을 만든다. 이것이 우리가 보통 아이튠스와 멜론 등에서 듣고 있는 MP3음악이다.


그다지 귀가 민감하지 않거나 가벼운 기분으로 출근길에 음악을 듣기 위한 용도로서는 별로 불편함이 없다. 또한 파일크기도 작고 어디서든 간단하게 구입할 수 있기에 편리하다. 하지만 본격적인 음악으로 생각해서 감상하다보면 부족함이 느껴진다. 이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삭제된 영역이 사실은 소리의 미묘한 느낌을 좌우한다. 또한 적당히 손실을 주며 압축하기 위한 비트레이트 역시 그런 과정에서 생긴 손실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아쉬움을 메우기 위해서 나온 것으로 무손실 압축방식(FLAC)과 스튜디오 음원방식(MQS)이 있다.    전문적인 영역의 설명을 빼고 최대한 단순화해보면 이  두 방식은 MP3에 비해 소리가 매우 깨끗하고 원음에 가깝다. 하지만 연산능력을 더 많이 필요로 하고 훨씬 많은 데이터용량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제까지는 제대로 대중화되지 못했다.


MQS는  일반적으로 음반 제작의 마지막 단계인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초고해상도인 24비트·192kHz 음원을 의미한다. MQS 파일은 한 곡당 200MB가 넘는다. 그런데 CD음반의 경우 16비트, 44.1kHz로 다운 샘플링해서 곡당 약 40MB로 용량을 낮춘다. 그리고 일반 MP3 음원은 이것을 다시 6~7MB로 손실 압축한다. 따라서 MQS는 CD 음원이나 MP3 음원과 차별되는 높은 해상력으로 음악의 풍부한 공간감과 세밀하고 역동적인 표현을 담고 있다.



스마트폰사운드


요즘 음악마니아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 아이리버의 신제품인 아스텔앤컨은 이러한 고용량의 MQS를 별도의 변환과정 없이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제품이다. 특히 음악업계 관계자는 녹음실에서만 듣던 고해상도의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휴대하며 들을 수 있다. 


이런 고품질 음원의 유통과 재생은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초고속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200MB라고 해도 몇초 정도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또한 16GB이상의 메모리를 가진 스마트폰이라면 60곡 이상은 거뜬히 넣고 다닐 수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활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유행은 곧바로 스마트폰에 적용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아직까지 아스텔앤컨 같은 전용장비를 통해서만 이런 최고 해상도의 음원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전자기기의 최고 장점은 기술에 따라 모든 번잡한 하드웨어를 줄여서 단 하나의 칩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스텔앤컨의 주요부품과 구조는 기존의 스마트폰과 다른 점이 거의 없다. 차이가 있다면 음원 데이터를 풀어내는 디코더 쪽의 칩이 강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간략화되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매우 가치있는 미래가 될 것이다.



스마트폰사운드


아이폰에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부품회사에 주목했다. 한국의 LG디스플레이 등이 주목받았다. 고화소의 성능좋은 카메라모듈 역시 마찬가지이다. 소니가 뛰어난 조리개값을 지닌 카메라모듈을 내놓아서 스마트폰의 성능을 더 높였다. 그렇다면 사운드에 있어서도 고품질 음원을 쉽게 재생할 수 있는 범용 사운드칩을 개발해서 내놓는 회사는 또다른 혁신을 이뤄내는 주역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에 기고한 원고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