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포스팅을 통해 애플이 만드는 아이워치의 성공에 필요한 기능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이런 혁신적 기능에 따르는 장밋빛 예상이 전부는 아니다. 애플이 아이워치를 이런 좋은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겪어야 할 어려움도 많다. 순전히 기술적인 장애물도 기다리고 있지만, 업계의 견제라든가 애플 스스로가 가진 한계도 숨어 있다. 애플의 아이워치가 넘어야 할 난관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아이워치



1. 배터리


시계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은 무엇일까?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될 수 있도록 오랫동안 알려주어야 한다. 태엽을 감아야 움직이던 기계식 시계라면 한번 태엽을 감고 나서 어느 정도까지 오래 작동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배터리로 움직이는 모든 전자시계는 최소한 한번 충전으로 일주일 정도의 작동시간을 가져야 한다. 하루에 한번 이상 충전해야 제대로 동작하거나 반나절만에 방전되어 재충전해야 하는 시계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애플이 맥에서부터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굳이 고집하고 있는 배터리 방식이다. 교환이 불가능한 내장 충전식 배터리는 시계라는 작은 공간에서는 더욱 용량이 제한된다. 애플의 발전된 절전기술을 고려하더라도 실사용시간을 충분히 가져가기 힘들다. 아이워치가 강력한 기능을 가지게 될 수록 배터리 소모는 비례해서 심해진다. 자칫하면 몇 시간 만에 모든 배터리를 소모해버리고 방전되어 주요기능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 과연 애플에서는 이런 배터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몇 가지 대안기술이 있긴 하다. 우선 태양광 충전을 비롯한 자체충전 수단을 탑재하는 것이다. 아주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전자시계나 액정시계의 경우에는 태양광만으로도 어느정도 작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이워치 같이 운영체제를 갖춘 스마트워치의 전력량을 아주 작은 손목 크기의 태양광만으로 쾌적하게 충전하는 기술은 아직 나와있지 않다. 이 밖에도 손목의 움직임을 이용한다든가 인체의 열을 이용하는 등 여러 실험적 기술도 있다. 그러나 현존기술 가운데 정확히 애플의 요구에 알맞는 정도의 기술은 발견하기 힘들다. 


결국 애플의 해결책은 원점으로 돌아와서 지극히 간단하게 이뤄질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아이워치가 실질적으로 가장 배터리를 많이 소모하게 될 능동적 동작시간을 최대한 짧게 가져가는 것이다. 어떤 기능이 필요할 때만 몇초간 활성화시켜 사용하고, 그 외에는 자동으로 잠자기 상태로 놓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능을 아이워치의 잠자기 상태에서 동작 가능하도록 설계한다. 디스플레이를 쓰지 않고 아이워치 안쪽에서는 최소한의 계산만 한다. 나머지는 외부에서 다른 디바이스가 아이워치를 인식해서 연동해서 나머지 처리를 하도록 하면 배터리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적은 용량으로도 최대한 적게 전력을 소모하면서 작동시킨다. 이것이 애플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배터리 문제 해결책이다.


2. 콘텐츠 업체의 견제


애플은 스스로를 콘텐츠 업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것은 맞는 말이다. 애플은 이미 커다란 콘텐츠 시장인 아이튠스를 가지고 있으며 음악과 동영상 등을 중개한다. 또한 앱스토어를 통해 자사 기기에서 실행되는 모든 앱을 통제하고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다. 



아이워치


아이워치가 자유로운 앱과 콘텐츠 이용기능을 가지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여기에도 콘텐츠 시장이 생기게 된다. 또한 이 시장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는 다른 형태의 제품인 아이워치를 위한 시장으로 특화될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즐기는 게임과 스마트워치에서 즐기는 게임은 다른 특성을 지니게 될 테니까 말이다.


이런 콘텐츠에 있어서 애플이 또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을 기존의 업체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방송사업자들은 콘텐츠 위주의 플랫폼인 애플TV를 매우 경계한다. 방송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 가격결정권과 수익배분율을 포함한 주도권을 빼앗기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애플TV는 아이팟처럼 풍부한 콘텐츠를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아이워치에 여러 콘텐츠를 공급해야 할 업체들은 신중하게 될 것이다.


3. 가전업체의 비협조


애플은 시장에 늦게 진입하게 될 때 주로 공개된 표준기술에 많이 의존한다. 또한 스스로가 만든 기술도 그 일부를 공개해서 널리 써주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해서 기존에 이미 출시된 기기와의 연결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애플의 새로운 기기가 고립되지 않게 하려는 움직임이다. USB라든가 Firewire 같은 규격은 애플만이 쓰는 기술은 아니다. 다른 업체들이 채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범용기술이었다. 또한 MP3같은 대중적인 포맷도 받아들였다.


스마트워치는 그 자체만으로 할 수 있는 기능이 많지 않다. 그러나 일종의 콘트롤러이자 허브로서 다른 지능형 제품과 연동되면 엄청난 가능성이 생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는 물론이고, 세탁기나 냉장고, 텔레비젼과 연결되면 활용성이 높아진다. 나아가서 자동차, 도어락 등 생활속의 기기로 확장될 수록 무한한 가능성이 생긴다. 따라서 공개된 연결 표준을 만들고 규정된 신호규격을 정해서 운영해야 한다.


당연히 아이워치를 내놓은 애플은 이런 활동에 적극적일 것이고 기술도 개발해서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애플이 지배하고 있는 플랫폼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른 업체들은 알고 있다. 단순한 연결성이 애플에 엄청난 이익을 주지만 자칫하면 다른 업체에는 부담만 줄 수 있다. 또한 독자적인 스마트워치를 만들 생각이거나 애플과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도 있다. 이들이 아이워치의 확장을 기꺼이 받아들여 협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4. 양산 기술의 부족



아이워치


애플은 제품을 내놓을 때 비교적 범용기술을 이용한다.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기술, 양산이 힘든 컨셉기능만 가진 제품을 내놓은 적은 한번도 없다. 하지만 근래에 있어서 애플의 제품에 주어진 많은 기대는 점점 애플을 압박하고 있다. 제품완성도를 위해서 애플은 다른 업체가 적용하지 않는 공법을 채택한다든가, 더욱 정밀한 기술을 적용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뉴아이맥에 적용된 진동교반용접이라든가 아이폰5에 적용된 다이아몬드 커팅 기술은 한꺼번에 수천만대를 공급해야 할 양산기술로서는 아슬아슬하기까지 하다.


애플제품은 분명 소프트웨어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아이워치가 평범한 부품을 모아 조악한 틀에 담긴 하드웨어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그만큼 고급스럽지만 어려운 기술이 담긴 외관과 우수하지만 생산성이 좋지는 않은 부품을 기대한다는 의미도 된다. 애플은 그런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제품단가 상승을 억제하고 적절한 가격대에 양산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5. 팀쿡의 카리스마


어떤 일이 안되는 이유를 찾아보면 백 개도 넘게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일이 된다는 이유를 단 하나만 찾을 수 있다면 그 일은 가능하다.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는 단 하나의 합리적 이유만으로 모든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 애플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그러했다. 그는 싸울 줄 알았고 통솔할 줄 알았다.


잡스의 뒤를 이은 팀쿡은 어떤 지도자일까? 최고의 물류 전문가이자 운영자로서 팀쿡은 더 잘 운영한다. 그러나 그가 모든 난관에 강하게 맞서 싸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자존심 강한 애플의 인재들을 성공적으로 몰아붙일 수 있을 지도 아직 잘 모른다. 아직 팀쿡은 진정으로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개발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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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쿡은 최근 골드만 삭스 투자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의 신념을 밝혔다. 대체로 그는 성실하고 열정적이며 잡스의 생각을 충실히 잘 따르고 있다. 특히 잡스가 남긴 말 가운데 '옳은 일을 하라'는 것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이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적어도 팀쿡이 이익을 위해서 조악한 제품을 내놓거나 마케팅을 위해서 개발기한을 무리하게 단축시키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애플 제품의 완성도 그 자체는 여전히 높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팀쿡의 조직장악력은 아직 잡스에 미치지 못한다. 카리스마란 스스로 가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인정해주어야 완성되는 것이다. 잡스가 무엇인가를 강하게 밀어붙일때 감히 아니오 라고 말하지 못했던 사람 가운데 팀쿡이 밀어붙일 때 아니오 라고 말하는 사람은 나올 수 있다. 얼마전에 사임한 스콧 포스탈 같은 경우가 될 것이고,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인 조나단 아이브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과연 팀쿡이 얼마나 애플 전체를 잘 통솔해서 아이워치란 목적을 이루게 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워치란 제품이 어째서 지금 제기되었는가를 생각해보자. 이것은 애플이 과연 충분한 준비를 한 끝에 지금이라고 생각해서 개발하는 제품일까? 아니면 아이폰으로 더이상의 성장세를 가져올 수 없다고 생각해서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일까?


팀쿡은 최근 애플의 수익률 저하와 점유율 저하를 걱정하는 주주와 언론에 대해서 '깜짝 놀랄 만한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밀주의가 철저한 애플의 성격상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집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애플TV는 이미 작년부터 개발된다는 정보가 흘러나왔다. 깜짝 놀라게 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그렇다면 스마트워치인 아이워치가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애플도 공식적으로 아이워치의 출시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아이워치


애플은 항상 상황이 위기에 있을 때 가장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다. 아이워치 역시 애플 위기론이 조금씩 불고 있는 시점에서 발표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아이워치가 어떤 혁신을 품고 나오느냐는 애플 뿐만이 아니라 IT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준다. 아이패드 이전에는 모든 태블릿이 실패했다. 그러나 아이패드의 성공 뒤에 태블릿은 대성공하며 PC를 잠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제까지 제한된 소수 사용자 밖에 확보하지 못한 스마트워치를 애플이 멋지게 주류 IT기기로 끌어올리게 될 지 흥미있게 지켜보자.



* 이 글은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에 기고한 글의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