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가 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틀릴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날마다 하나 이상의 추측과 전망을 해보자. 그러다보면 어차피 모든 예언의 본질은 단 두가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흥하느냐, 망하느냐 이다. 그 중간은 보통 예언이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기억하는 세기의 예언은 대부분 그렇다. 대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대부분 유럽 국가의 몰락, 어떤 왕조의 부흥, 그리고 공포의 대왕이 내려와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어떤 것도 적당히 잘되다가 적당히 불황을 맞는다는 그런 예언은 없다. 그렇다. 예언은 본래 극단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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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사실보도와 사실분석 뿐만이 아니라 예언을 하고 싶어한다. 이미 일어난 사건보다는 일어날 사건을 알리고 싶어한다. 전쟁이 이미 벌어져 선전포고를 했다는 내용보다는 전쟁이 일주일 뒤에 일어날 것 같다는 내용이 좀더 흥미를 끌기 마련이다. 특히 경제분야라면 말할 것도 없다. 당장 내일의 주가만 제대로 예언할 수 있어도 그 언론은 주식투자자에게 메시아가 되기 마련이다. 


최근 애플이 위기에 처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애플의 본진인 미국언론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국내의 경제전문지에서도 이런 내용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분석기사를 내놓고 있다.(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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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마법은 끝난 것일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 애플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5에 대한 실망감은 이 같은 주장에 무게를 실어준다. 애플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다.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아이폰5가 삼성전자, LG전자 등 경쟁사 제품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애플이 스마트폰 분야에서 장점을 잃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2007년 아이폰, 2010년 아이패드를 내놓으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애플이 불과 2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까닭은 뭘까. 전문가들은 사라진 혁신, 제조경쟁력 약화, 무분별한 특허 소송 등을 애플 경쟁력 하락의 주원인으로 지목한다.


애플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다. 우선 CEO의 교체다. 스티브 잡스가 있을 때에는 별 대수롭지 않은 기술 발전도 혁신이라고 주장하면 그런가 보다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상당한 진보가 있다고 해도 별것 아닌 것처럼 받아들인다. 잡스로 인한 거품이 꺼졌기 때문이다.


안병도 IT평론가는 "팀 쿡이 추구하는 애플은 이전의 혁신요소들을 조금씩 개량해서 무난하게 팔 상품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아이폰5를 보더라도 다른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발전과 보조를 맞추는 정도에서 적당히 개량이 가해진 제품이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기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마트폰과 PC의 기능이 같아지면서 더 이상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졌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는 PC에 비해 기술 단계가 한참 낮았다. 때문에 PC의 기능을 한두 가지씩 휴대폰에 옮겨놓더라도 시장에서는 혁신으로 받아들였다.


IT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아이폰 판매량 추이를 보면 처음에는 잘 팔리다가 갈수록 줄어드는 모습이다.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구조적인 한계가 온 것 같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냉장고, 세탁기처럼 흔한 제품이 됐다. 애플도 이제는 혁신가보다는 단순한 거대 제조사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위탁 생산 단점·부품 단가 인하 요구지난해 10월 아이폰5를 생산하는 중국 공장에서 파업이 일어났다. 이는 아이폰5 공급 부족을 낳아 일부 국가에서 출시가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전 세계에 단 1개의 공장도 보유하지 않으면서 연 1억대가 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공급해 온 애플이 한계에 부딪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생산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내재화되지 못한 제조방식이 수요 대응뿐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완결성을 갖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애플의 소송 남발이 IT업계 혁신을 갉아먹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 보스턴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와 전자 분야의 특허, 특히 스마트폰 분야의 특허 관련 출원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의 연구개발(R & D) 비용이 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도 IT업계의 특허 분쟁이 소모전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특허가 오히려 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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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 문제를 놓고 내가 매경이코노미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한 것이 여기에도 실렸다. 원래의 통화내용을 훨씬 길고 자세했지만 기사의 특성상 매우 일부만을 소개한 것이다. 내가 언급한 부분은 기사 가운데 특별히 붉게 표시한 내용이다.


똑같은 애플의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역시 처해있는 입장에 따라 보도방향이 약간씩 다르다. 미국언론은 애플이 특유의 장점을 잃었으며 그런 점에서 저가 아이폰을 내놓거나 iOS를 오픈하는 것이 좋다는 대처법을 내놓고 있다. 반면 한국 언론은 당장 삼성과의 소송건을 의식하고 있다. 애플이 지나치게 특허소송에 집착하는 것이 원인이며 그 역량으로 보다 혁신에 힘서야 한다는 대처법을 주문하고 있다.


애플 위기론, 돌파구는 어디에 있을까?


어쨌든 언론은 예언을 하고 싶어한다. 애플의 여러가지 상태를 보면 지금은 전혀 위기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이미 확연히 위기가 이미 닥쳐왔을 때 '위기! 위기!' 라고 앵무새처럼 외치고 싶어하지 않는 건 사람이나 언론이나 똑같다. 조금이라도 일찍 경보를 발해서 현자가 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다소 때이른 위기경보의 조급성에 대해서는 약간 이해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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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금 애플이 위기라기 보다는 커다란 방향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을 맞았다는 점이다. 거칠것이 없는 판매 성장세에 한계를 맞았고,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혁신적 제품출시도 한계를 맞았다. 애플의 혁신이 진정으로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그것을 더이상 혁신이라고 폭넓게 공감해주지 않는다면 본질이 무엇이든 애플은 위기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애플을 그 역량 이상으로 끌어올려주었던 문화현상을 가져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애플이 그냥 보통 실리콘밸리의 기업과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면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몰락이다. 그만큼 이제까지 애플의 위치는 특별했다. 앞으로도 애플이 다른 대접을 받기 위해서 무엇 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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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위기론의 실체는 한마디로 말해서 스티브 잡스가 없어서 불안하다는 것이다. 팀쿡의 실적이나 경영스타일은 깜짝 파티를 즐기는 타입이 아니다. 위기에서도 해결사처럼 몇 번이든 고비를 헤쳐나왔던 잡스라면 그 인물에 대한 기대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한방이 있는 홈런타자와 같다. 반대로 팀쿡은 안정적인 진루를 해주는 단타 위주의 타자에 불과하다. 일발역전의 기대를 하기 어려운 것이다.


애플 위기론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나는 그 돌파구를 컴퓨터에서 찾는다. 그동안 스마트폰의 놀랄만한 혁신은 대부분 PC에서 구현된, 혹은 쉽게 구현해왔던 기능을 흡수하는 데서 왔다. 그런데 이제 거의 모든 기능이 구현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스마트폰이 발전하려면 PC가 한단계 더 기능을 발전시켜야 한다. 애플에게 있어서 그것은 바로 매킨토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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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에어나 아이맥에 혁신을 넣지 못하다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혁신도 이어지기 어렵다. 맥북에어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룩하고 그 성과물을 아이폰에 도입하라.  이것이 내가 지금 상황에서 애플에 내놓는 돌파구이다. 다행히 재정적으로나 단기실적에서 볼 때 애플은 아직 위기가 아니다. 장기적인 계획과 추진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팀쿡이 더욱 능숙한 사과요리사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