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텔레비전에서 노키아의 이야기는 단골 메뉴였다. 작지만 복지가 잘 되고 튼튼한 경제를 가진 나라 핀란드에서 나온 세계적인 휴대폰 회사, 세계에서 경쟁하는 삼성이 유일하게 넘기 힘든 벽이었던 업체로서 선망과 배움의 대상이었다. 그때 주로 보여주던 것이 노키아가 연구개발에 들이는 돈과 시설의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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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기반에도 불구하고 기업전략이 실패하면 모든 게 부질없는 것이 되는가 보다. 지난 2년 동안 노키아는 정신없이 추락할 뿐, 어디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독자 운영체제인 심비안은 이미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 애플이 노키아에 운영체제를 줄 리도 없고, 안드로이드 진영에 너무 늦게 합류해봤자 독자성을 내세울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윈도폰7이었는데 이것은 사용자들의 반응이 너무 안좋았다. 노키아가 아무리 하드웨어를 잘 만들어도 윈도폰7이라는 이유로 호기심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전문가들과 시장분석가들은 지난 2년동안 노키아와 리서치인모션을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는다. 생소하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MS의 운영체제 채택, 장점이 사라진 독자운영체제의 고집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키아가 살아날 길은 안드로이드를 채택하는 길 뿐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그런데 윈도8이 나온 지금, 노키아가 부활할 조짐을 보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그동안 끝없이 적자였던 수익이 흑자로 돌아서고 판매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의욕적으로 새로운 단말기를 내놓고 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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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가 이미징 기능을 강화한 스마트폰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4천100만화소의 808 퓨어뷰, 손떨림 방지 기능을 탑재한 루미아 920에 이어 새 스마트폰 라인업 역시 카메라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다만 씨넷은 노키아의 이러한 전략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카메라에만 초점을 맞춘 스마트폰을 원할 것이냐는 지적이다. 기존 808 퓨어뷰에 탑재됐던 비정상적으로 큰 4천100만화소 카메라가 윈도폰에도 탑재되는 방식이면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한 대중적인 인기는 얻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또 좋은 사진을 위한 조건이라고 꼽은 고사양 렌즈와 소프트웨어 등으로 인해 저가 제품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한 때 세계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던 노키아는 스마트폰에 대한 대응에 실패하면서 삼성전자, 애플 등에 밀리며 고전 중이다. 지난해에는 직원 1만여명을 감원했고 세계 각국의 생산시설을 철수했다. 여기에 자금조달을 위해 핀란드 본사 건물까지 매각했다. 

 

다행히 재기의 불씨는 살아있다. 지난해 4분기 루미아 판매가 선전하며 스마트기기 부문에서 약 12억유로의 순익을 달성했다. 노키아는 이 기간 동안 총 8천63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했으며, 루미아 판매량은 440만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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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이란 면에서 볼 때 노키아와 윈도폰의 판매확대는 좋은 일이다. 누구도 아이폰 아니면 안드로이드폰이라는 단순한 선택을 강요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개인의 취향은 다양하고 기업들은 보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정작 문제는 그런 경쟁을 통해서 나오는 결과물에 있다. 


애플은 시장을 리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많은 혁신적 발전을 이뤄냈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그런 애플을 쫓아가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다. 삼성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을 능가했다. 애플은 수익률에서는 시장 전체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 애플과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의 수익률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다른 업체는 자선단체도 아닌데 거의 이익없는 판매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업체들 역시 아주 적은 이익을 볼 뿐 이전 휴대폰 처럼 의미있는 이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적은 이익조차 언제 다시 적자로 돌아설 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노키아가 안드로이드 진영에 들어갔다고 해도 이런 업체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을 거란 추측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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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의 스마트폰, 과연 부활하는 것일까?


위에서 언급된 흑자가 과연 좋은 의미에서의 흑자인지는 아직 의심해봐야 한다. 직원 1만명 감원으로 생긴 연구개발 예산의 축소, 각국의 생산시설 철수를 통한 운영비 축소, 본사 건물 매각으로 인한 일시적 자금획득이 흑자의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런 몸집 줄이기는 스마트한 체질 개선을 이뤘다기 보다는 노키아의 자체 연구역량을 낮추고, 현지 생산을 통한 지역기반을 없애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루미아의 판매량인 440만대의 판매는 물론 고무적인 일이다. 사실 시장에서 그리 인기가 없는 윈도폰으로 이정도 판매량을 기록한 것도 노키아의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노키아가 바닥을 찍고는 이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그러나 노키아에게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노키아는 운영체제를 자체에서 가공할 능력과 권리가 없다. 안드로이드와 달리 MS의 윈도폰은 단말기 회사에게 재량권을 거의 주지 않는다. 특허문제는 잘 해결해 주겠지만 그 뿐이다. 생태계에 대해서도 MS는 오피스 정도만 내줄 뿐 나머지는 그다지 책임지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최신앱은 대부분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서만 나온다. 개발자들이 윈도폰에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가질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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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인 흑자와 판매량 증가는 그나마 노키아의 추락이 멎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미 줄어든 노키아의 몸집을 보자. 이대로 완만하게 성장해봐야 노키아는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5등 정도를 하게 되면 다행이다. 그 정도를 과연 노키아의 부활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그것을 부활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나도 이의는 없다.


하지만 한때 세계 1위를 장기간 차지했고 엄청난 순익을 내던 회사가 이익도 거의 없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추락하다가 간신히 5위를 차지한다면? 그걸 부활이라고 부른다는 것 자체가 노키아에 대한 모욕은 아닐까? 가정이지만 미래에 애플 아이폰이 추락을 거듭하다가 5위 정도를 차지하고 400만대 정도를 판매하면서 약간의 이익을 내면 시장 전문가들이 그것을 '애플의 부활이 시작되었다'라고 말할지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