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이제는 당당한 선진국입니다. 예전에 보릿고개가 있고, 굶어서 우는 아이들이 넘쳐났던 가난한 나라가 아닙니다. OECD에 가입했고, 세계가 우리의 문화인 한류에 열광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많은 저개발국에서 이런 우리나라를 동경하고 들어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나라를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공장이나 식당 등에서 힘들게 일하기도 하고, 때로는 한국인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기도 합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국적을 취득한 어엿한 한국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다문화’ 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 단어는 매우 호의적인 뜻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태까지 배워왔던 단일문화, 단일민족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포용하자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여기에는 ‘너와 나는 다르다.’ 는 구별이 있기 때문입니다. 구별을 하고는 다시 거리를 좁혀가려는 노력을 해야만 겨우 우리는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한국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일까요?

 

 

 

 

김래원과 조안이 출연한 영화 마이리틀히어로는 바로 이런 다문화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합니다. 흥미가 생긴 저는 1월 3일 저녁에 열린 영화 VIP시사회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영화를 보러 와주셨네요. 많은 취재진들도 사진을 찍고 속보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함께 잠시 취재하다가 영화관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영화 상영에 앞서서 출연한 배우들이 인사를 왔습니다. 김래원의 재미있는 표정과 조안의 붉은 드레스가 인상적이네요.

 

 

 

 

주연 김영광 역을 맡은 지대한과 그 친구 역할을 맡은 배우입니다. 깜짝 장기자랑까지 선보이며 모두에게 미소를 주었습니다.


마이리틀히어로는 다문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무겁게 가라앉은 예술영화가 아닙니다. 최근 한국영화의 추세처럼 경쾌하고도 재미있습니다.

 

 

 

 

완득이, 방가방가 등 다문화를 그린 요즘 한국 영화들은 관객에게 무겁게 생각할 것만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재미있게 이야기를 즐기면서 전체적으로 한번쯤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영화 속에서 모순된 태도와 차별된 사고를 보이는 한국인이 혹시 내 스스로는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마이리틀히어로는 이런 특징에 더해서 ‘뮤지컬’ 이라는 예술성까지 도입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아이러니컬한 상황까지 만들었습니다.

 

 

 

 

필리핀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인 어린이 김영광은 우연히 방송사의 오디션 예선에 합격합니다. 한때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보이스 코리아의 방식과 비슷하게 심사위원이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노래 만으로 선발하는 자리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심사위원이자 앞으로 이 아이를 이끌어줄 뮤지컬 감독이 되는 사람이 정해집니다.

 

 

 

 

여기서 김래원이 김영광의 감독이 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아이를 잘 이끌어 우승시키면 김래원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미국에서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제대로 학력도 쌓지 못하고 돌아온 그에게는 매우 절실합니다.

 

 

 

그러나 뮤지컬의 내용은 바로 조선의 개혁군주인 정조입니다. 미국에 개봉되어 어릴 때의 정조를 연기하게 될 단 한 명을 뽑는 자리입니다. 여기에 피부색부터가 다른 필리핀계 한국인이 들어갈 수 있을까요?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김영광의 소망을 김래원과 조안은 과연 이뤄줄 수 있을까요? 영화는 바로 이런 모든 요소를 뮤지컬 오디션을 중심으로 녹여내고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들이 즐겁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좋은 영화입니다.

 

다만 가슴이 따스한 영화를 지향하다보니 스토리 전개와 갈등 구조에서 극단적인 상황이 별로 없다는 점은 약간 아쉽습니다. 보통 관객들은 결정적인 파국을 맞는 위기를 맞아 주인공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집중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이 영화는 보다 즐겁고 편안하게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더 중시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영화관람을 마치고 나서 좋은 기분으로 영화관을 나설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선물입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갈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영화가 아닌 실제에서 과연 조선의 왕 정조를 피부색이 다른 사람이 맡아도 좋을까요? 저는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김래원은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아이도 때가 되면 군대 가서 나라 지킬 거고, 세금 낼 거고 의무를 다할 거라고. 분명 한국인인데 왜 안돼냐고 말이지요. 그 말이 바로 정답이 아닐까요? 

 

 

 

이 글은 CJ E&M 블로그에 기고된 글입니다.